[427호 2013년 10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세계노년학회 車 興 奉회장




- 지난 6월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 서울대회가 35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린 뜻깊은 대회였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셨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으로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86개국에서 5천여 명이 참석해 3천5백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규모 면에서 지금까지 20번의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였다고 봅니다. 내용적으로도 노인문제에 대해 아주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발표됐지요. 특히 21세기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면서 노인의 건강 문제와 어떻게 노인들이 활동적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연구 자료들이 많이 발표됐습니다.”
- 학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요.
“공식명칭은 세계노년학·노인의학회(IAGG :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인데 이를 줄여 세계노년학회라고 부르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노년학·노인의학 관련 학회로 `전 세계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50년 창설돼 초창기 매년 대회를 개최하다가 2∼3년씩 기간을 늘렸으나 1980년대에 4년마다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이번 서울대회가 제20차 대회였습니다.”
- 고령화는 우리사회의 고민이기도 하지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니 그에 따른 의료보험, 연금 등에 대한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데, 회장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이번 대회도 전체적인 주제가 `헬스 에이징 & 액티브 에이징(Health Aging & Active Aging)'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에 대한 것이었죠.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부양에 대한 걱정으로 노인을 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노인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짐이 아닌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연구 발표도 어떻게 하면 노년을 활동적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발표됐을 만큼 헬스 에이징과 액티브 에이징을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하나의 큰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직도 맡고 계신데, 협의회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사회복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노인문제' 역시 사회복지협의회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창설돼 올해 6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사회복지정책과 민간의 사회복지를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중심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지난 9월 7일이 `제14회 사회복지의 날'이었죠. 이 날의 제정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1999년 9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공표하고 이를 기념해서 사회복지의 날이 지정됐습니다. 올해 14회를 맞이했습니다만, 20세기 마지막 해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도가 제정된 것은 우리 국민들의 복지에 획기적인 선을 그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이 제도가 이제 가난으로 인해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최저생활을 보장해주기 때문이죠.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장관을 맡은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우리나라 복지정책 수준에 대해 `7부 능선에 오른 상태'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후 전쟁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 사회복지가 이뤄지지 못하다가 60년대 말부터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70년대 후반 사회복지도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짧은 역사지만 압축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봅니다. 등산에 비교하자면 현재 7부 능선에 올라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국민연금·의료보험·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다양한 복지제도는 물론 사회복지 시설 및 전문인력 증가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3부 능선이 남았군요.
“그렇죠. 앞으로 3부 능선을 더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 시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어떤 속도와 형태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정상적으로 정상에 올라서거나 아니면 고꾸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외형적인 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이 갖춰져 있는데 아직 내실은 부족한 면이 큰 만큼 내실을 다져나가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해요. 경제성장과 사회복지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복지는 절대 공짜가 아닙니다. 국민들은 인간의 권리를 누리는 것과 동시에 책임을 지고, 국가 역시 권리를 보장하면서 적절히 책임을 질 수 있는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경제와 복지가 함께 가야한다'는 중요한 개념을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연관된 질문 같은데요, `세계에이징센터'의 국내 설치·운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센터의 역할은 무엇인지.
“세계에이징센터는 이번 세계노년학 대회를 통해 제가 주창한 사안입니다. 향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은 `노인'과 관련된 산업 분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노인수는 8억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2050년에는 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4%에 해당하는 수치로, 앞으로는 노인과 관련된 산업이 중요한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번 학회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노인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을 연구·개발함으로써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해야 하며, 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세계에이징센터를 설립하자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세계고령화총회 개최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만.
“UN에서 진행하는 세계고령화총회는 세계 각 나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노령화 문제에 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한편 노인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방향을 논의·제시하고 있습니다. 198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지난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차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3차 회의는 2022년에 개최되는데 이 3차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싶습니다. 앞선 2번의 대회를 유럽에서 개최한 만큼 아시아에서 개최할 명분도 있고, UN의 노인문제에 관한 공식 자문기구인 IAGG의 회장으로서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동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인생에서 노년기는 사라지는 시기가 아닌 활동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인문제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노인을 미래를 위한 기회이자 자원으로 생각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동문 개개인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노년기를 아주 적극적으로 맞이해 건강한 활동으로 고령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앞장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邊廷洙기자·정리=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