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호 2013년 10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기로에 놓인 대한민국의 법학

지난 8월 말 서울대 법대는 졸업식을 가졌다.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과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뜻하는 졸업식은 희망과 축복의 분위기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학부생들의 졸업으로 재학생이 줄어들고 3∼4년 내에 법대 학부 자체가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는 법대의 졸업식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5년 전 로스쿨을 설립하면서부터 법대 학부의 운명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로스쿨이 아직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법대 학부가 고사돼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고 하는 현실이 애처롭게만 느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이다.
민주당은 예비시험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예비시험은 로스쿨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기 위한 새로운 시험제도로서 제안된 것이다. 예비시험을 두고 있는 일본은 법대 학부를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법대 학부생들이 로스쿨로 가지 않고 변호사가 될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우수한 법대 학부생들이 로스쿨로 진학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로스쿨제도는 거의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스쿨의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이 나는 창구가 막혔다고 하는 비난도 일반 대중에 어필하는 매력적인 공격메뉴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로스쿨이 3년제가 아니라 2년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로스쿨의 등록금이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비싸다고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점은 예비시험의 도입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가난한 학생들에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희망장학금을 지급하는 정공법에 따라서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오바마, 클린턴 대통령 모두 하버드 로스쿨에서 희망장학금을 받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지도자가 된 것이 아닌가?
서울대 법대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기능도 수행하지만 동시에 법학이라고 하는 학문을 수행하는 세계적 수준의 로스쿨이 돼야 한다. 따라서 법학이라고 하는 학문을 하고자 하는 석·박사과정의 대학원생들에 대한 장학지원도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법학에 대한 국가 지원은 전무한 암담한 현실이다. 지난 5년간 인문사회계 연구에 대해서는 수백억원의 연구비 지원이 있었지만, 법학에 대해서는 거의 국고지원이 없었다. 법학에 대한 연구 없이 어떻게 합리적인 법제도 설계가 가능하겠으며 어떻게 선진적인 법학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울대 법대를 포퓰리즘의 희생양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로스쿨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대한민국의 법학은 기로에 놓여 있고,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서울대 법대를 25개 로스쿨의 하나로 하향 평준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인 수준의 법학을 연구하는 대한민국의 하버드 로스쿨로 만들 것인가? 대한민국은 선택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서울대 법대가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모색하고 실천할 것인가? 서울대 동문의 깨어있는 의식과 실천적인 모교사랑이 절실하게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