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19호 2004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芮祥海 변호사

변호사·의사·검사 사위, 음악실력도 `프로' "매사에 정직하고 正道를 걷는 삶 강조"

 2003년, 芮祥海(58년 法大卒·변호사)동문의 古稀 기념 행사장. 파워포인트와 슬라이드 쇼를 통해 芮동문의 일대기와 빛 바랜 가족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흥겨운 색소폰 연주와 클래식한 비올라 연주,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운 선율이 담긴 대금 연주가 이어졌다. 여느 七旬 잔치와 다를 바 없지만, 행사 기획자이자 엔터테이너(?)로 나선 사람들은 이벤트전문업체 직원들도 아니요, 게스트로 초청된 연주자들도 아닌 芮祥海동문의 다섯 자녀 내외였다.  3녀2남 중 맏이인 芮眞禧(86년 家政大卒·용인송담대학 영어과 교수)동문은 전반적인 행사 진행을 맡았고, 맏사위 金志洙(85년 法大卒·변호사·솔본 테크놀로지 고문)동문은 직장생활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색소폰을 연주했다. 둘째 사위 金炳鍵(88년 醫大卒·BK성형외과 원장)동문 역시 의대오케스트라 단원시절부터 연마한 비올라를 연주했고, 셋째 사위 奉 旭(88년 法大卒·대검찰청 부장검사)동문은 부인 芮周延씨와 함께 취미로 배웠던 대금을 멋들어지게 선사했다. 또 차남이자 막내인 芮範洙(94년 法大卒·KTF Technology 기술기획팀)동문은 파워포인트를 비롯한 슬라이드 쇼 등을 담당하며 완벽한 팀워크를 이뤘다.  "예나 지금이나 자주 모이고, 일을 꾸미는(?) 건 변함이 없어요. 다섯 자녀와 세 사위 모두 각각 두 살 차이이고 장녀(芮眞禧동문)와 둘째 사위(金炳鍵동문)는 동갑입니다. 판사인 차녀(芮知希씨)와 셋째 사위(奉 旭동문)는 여의도고 동창인데다 지금도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고 있으며, 다섯 자녀도 모두 여의도고 출신이라 서로 닮은 점도 많고, 뭔가 잘 통하는 게 있나봅니다."  "사위 셋을 나란히 세워보면 안경 낀 모습도 닮았고, 각각 변호사, 의사, 검사로 일에만 몰두할 것 같지만 매우 가정적이에요. 집안 일, 아이들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는 거죠. 판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느지막한 나이에 변호사가 됐으니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도, 그렇다고 남들에게 내세울 것도 없지만 다섯 자녀들이 한결같이 우애 있게 지내고 부부끼리도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을 보니 그게 가장 보람되고 남 보기에도 좋지 않나 싶어요."  넉넉지 않은 시골에서 자란 芮祥海동문은 `옳고 바른 길'을 걷고자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모교 법대에 입학, 10년간의 고학 끝에 고등고시에 합격했다. "판사 생활도 보람됐지만, 일흔의 나이에도 변호사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퇴근 시간을 칼 같이 지켰던 芮祥海동문은 가족들과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위해 일거리를 잔뜩 싸서 집에 들어가는 게 일상사였다고 한다. "자녀들이 뭐에 관심이 있는지,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아내만큼 관심이 많았던 편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일거리를 집에 들고 와 자녀들이 잠든 뒤 서재에서 밤새 판결문을 읽곤 했죠."  장녀 芮眞禧동문이 대학교수의 꿈을 이루는데는 남편 金志洙동문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공직생활을 하던 金동문은 로스쿨을 가기 위해, 芮眞禧동문은 교수의 길을 걷기 위해 함께 유학을 떠났다. 金동문이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동안 두 아이까지 기르며 학위를 받아야 했던 芮동문은 남편의 헌신적인 외조로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맏사위가 처음 들어와서 하는 말이 다섯 명의 동생들이 생겨 무엇보다 기분 좋다고 하더군요. 자녀들도 큰오빠, 큰 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형제처럼 그렇게들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장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맏사위가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차남 芮範洙동문 역시 부친의 뒤를 이어 법대에 들어갔으나, 컴퓨터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면서 졸업 후 줄곧 IT계통에서 활약해왔다. "範洙는 누가 안 챙겨줘도 자기 할 일 하며 알아서 커줬어요. 막내라고 더 관심을 두거나 그러지 않았죠. 법대생이 IT계통으로 가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조금 놀랬지만, 가족 중에 색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당부했죠.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요. 지금도 자녀들에겐 항상 매사에 정직하고 정도를 걸으며 그저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합니다. 그게 제 인생관이자 가훈이기도 합니다."  가족 중 유일한 이과 출신인 둘째 사위 金炳鍵동문이 운영하는 BK성형외과는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병원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사고후 변형, 선천성 질환 환자 등 안면복원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특히 그는 BK장학재단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인터넷 팬클럽까지 운영할 정도로 네티즌 사이에서도 유명인으로 통한다.  어릴 적부터 화술이 뛰어나 자연스레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셋째 사위 奉 旭동문은 검찰청에서 능력이 뛰어난 검사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사위들처럼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되 서점에서 가족나들이를 하는 독서광이자 취미로 부인과 영화를 보러 다니는 가정적인 가장이라고.  "30여 년간 일을 하면서 연구한 내용들을 책으로 한번 출간하고 싶다"는 芮祥海동문은 "세상엔 정말 다양한 목적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家和萬事成'을 오래도록 실천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表〉 芮祥海동문의 서울대 가족 장녀 芮眞禧(86년 家政大卒) 차남 芮範洙(94년 法大卒) 사위 金志洙(85년 法大卒)    金炳鍵(88년 醫大卒)    奉 旭(88년 法大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