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호 2013년 9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원자력안전위원회 李 銀 哲위원장



- 위원장으로 임명되신 지 5개월 가량 되셨죠. 원자력공학 1세대로서 정부 요직은 처음 맡으셨다고 들었는데, 적응은 많이 되셨나요. 최근 원자력과 관련해 국내외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30여 년 동안 교수직에 몸담아 오면서 해왔던 일과는 많이 다르다 보니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 시절에는 자문 역할을 주로 맡다 보니 가감없이 저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는 데 반해 이 자리는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로 어려움이 큽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 만큼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최근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 등 굵직한 원전비리가 발생해 큰 충격을 줬는데요. 어떻게 대응을 하고 계시는지요.
“답변에 앞서 이번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됐는지 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업은 기본 인프라를 갖춘 뒤 단계적으로 올라가며 성장해야 아무 문제가 없는 데 반해 원자력 관련 산업은 필요에 의해 굉장히 성급하게 추진된 면이 있습니다. 특히 시간과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큰 틀의 산업 위주로 성장을 시킴으로써 부품산업이 동반 성장하지 못해 약합니다. 지금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기계가 고장났을 경우, 부품을 교체하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부품이 많이 부족한 상태가 됐습니다. 때문에 일반상품으로 대용할 수 있는 제도를 10년 전에 만들었는데 일반상품을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하려면 그에 맞는 기능을 추가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시설투자대비 이익이 크지 않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같은 제품을 다시 납품하기 위해서는 성적서를 새롭게 제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과거 받았던 자료를 위조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르게 된 것이죠.”
- 국민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현재 대책 마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원자력 발전소 부품을 일반상품으로 대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이 2003년입니다. 따라서 2003년 이후의 기기에 대해 100% 전수조사를 실시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전부 교체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으며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 비리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제기관이 왜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비난도 많은데요.
“현재 저희 규제 인력이 총 93명입니다. 전문기관 인력을 포함해도 원전 1호기당 18명 수준으로 이는 선진국인 미국(37명)과 프랑스(37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발전소에 파견된 인력 또한 평균 1.8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서도 제대로 된 감독을 할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감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미국(3.7명)과 프랑스(3.7명) 등의 선진국 수준까지는 전문 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 결국 현장 확인과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당장 전문 인력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현재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환경감시기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해 임명한 기구인데 지역민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감시역할을 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얻을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은 서로 협조해 나가고자 합니다.”
- 위원회가 2011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했지만 朴槿惠정부 들어서 국무총리실 산하 직속 기구(차관급)로 격하됐죠. 이런 부분도 원전비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차관급 기구로 변경된 것은 맞지만 독립적으로 원자력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위원 수는 물론 합의제 기구로서의 심의·의결 기능도 법률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에는 7명의 비상임위원을 모두 정부가 추천했으나 이번 개편 과정에서 4명은 국회에서 추천하는 위원을 구성함으로써 위원회 운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보완됐다고 볼 수 있어요.”
-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 규제 분야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볼 수 있나요.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를 최초로 가동한 이후 현재 23기에 이르는 가동원전을 운영하기까지 상당한 규제 경험과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고 볼 수 있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규제 인력과 기술 수준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IAEA에서 실시한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 수검에서도 종합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제2회 세계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 낸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규제 분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원자력 안전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신뢰입니다. 기술적인 안전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이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원자력 안전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원자력안전위원장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정보 공개는 어느 정도 수준을 말씀하시는지요.
“사전에 전부 공개를 하는 것입니다. 사후 공개는 모두 결정해 놓고 통보하는 것과 같아 공개의 의미가 없지요. 결정하기 전 공개를 한 후 얼마간의 시간을 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경우 관련 전문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추천하는 지역 전문가나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충분히 검토해서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전 안전과 관련 3단계 철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3단계 철학이라는 것이 저만의 철학은 아니고 원자력 안전 관련 보편적인 것입니다. 1단계는 `철저한 사전예방'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2단계는 만약 사고가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사선이 원전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안전하게 설계·건설'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3단계는 1·2단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이 격납건물 밖으로 나갔을 때 주민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비상 방재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사진=邊廷洙기자 정리=林香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