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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호 2013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F3 카레이서 林 菜 元선수




 “우승 그 자체도 기쁘지만, 제 속에 간직해 온 확신과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줬다는 안도감이 더 큽니다.”

 지난 7월 13일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유러피언 F3(포뮬러3)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林菜元(기계항공04 - 11)선수가 당시의 우승 소감을 짧게 전했다. 스페인 에밀리오데빌로타팀 소속인 林동문은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시즌 개막전 준우승으로 가능성을 보이며 F3에 입문한 지 3개월 만에 모터스포츠의 성지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林동문은 2009년 25세의 나이로 카레이싱에 입문, 1년이 채 안 돼 국내 대회 우승과 신인상을 거머쥔 이후 일본과 중국을 거쳐 단숨에 유럽까지 진출했다. 시작이 늦었던 그가 이처럼 초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꿈과 열정이 응축돼 만들어낸 폭발력이었다.

 F3는 F1으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세계에서 단 24명만 나갈 수 있는 F1을 위해 유럽에서는 유소년 시절부터 다년간 카트 선수로 경력을 쌓으며 꿈을 키운다. 이에 비하면 일천한 경력의 林동문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운동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었지만 다른 스포츠든 공부든 가리지 않고 열정을 표출할 곳만은 늘 찾고 있었죠. 늦었지만 모터스포츠가 제 재능을 보여줄 행복한 탈출구라고 생각했어요. 20여 년간의 열정을 5년 동안 쏟아 부으면서, 경쟁 때문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치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깎이 드라이버'와 함께 `수재 카레이서'는 그의 단골 수식어이다. 노력을 전제로 하는 수재답게 매 연습과 경기마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습량과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차에 오른 단 1분의 시간도 헛되이 쓸 수 없었던 까닭이다. 공학적 토대와 연구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면 운동선수로서 감각과 훈련으로 다져진 몸이 실행해 나갔다.

 “조건이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한계를 끌어내는 일을 하는 거니까요. 서킷을 어떻게 타야 할지, 거기에 맞춰 차는 어떻게 셋업해야 0.1초라도 빨리 갈 수 있을지 한계점까지 가장 효율적인 `타협'을 찾는 과정이죠. 전공 지식 덕에 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하지만, 공대생의 사고 논리 자체가 확실히 도움이 되곤 합니다.”

 林동문은 “모터스포츠는 단순한 기호의 대상이 아닌 삶을 바치고픈 존재이자 삶의 한 수단이었고, 오로지 최선을 다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심리적 위기도 극복해 갔다”고 말했다.

 林동문은 누구의 도움 없이 현재 소속된 스페인팀의 문을 직접 두드렸다. F3의 경우 연습 라운드에만 7∼8백만원, 한 라운드에 수천만원이 드는 비용을 합하면 한 시즌에 수억원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능성을 믿어준 부모님의 헌신으로 가까스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계속 상승세를 이어 도전하려면 더 큰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드라이버는 자동차 분야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재능 있는 선수들에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미미하지요. 저는 불모지에서 드라이버에 대한 신뢰성을 얻어내고 싶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 모터스포츠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서 자부심을 드러낼 장이자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林동문은 “국내에서도 굉장한 관심이 잠재됐으리라 본다”며 “다만 아직 생소해서 방법을 모를 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로 따지면 박지성 선수처럼 큰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국내 드라이버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포뮬러로 유럽에서 최소 2∼3년 더 경험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잘 버티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는 것이 1차 목표이고, 향후 국내 자동차 메이커와 협력하는 드라이버로서 한국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러피언 F3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7개 나라에서 전체 16라운드 경기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10라운드를 마친 林동문은 한 달여의 휴식을 가지며 9월에 시작되는 하반기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11월에는 F1드라이버의 등용문인 마카오 그랑프리에 출전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에 林동문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며 동문들의 애정어린 관심을 부탁했다. 〈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