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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호 2013년 8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방송문화진흥회 金 文 煥이사장






 - 지난 3월 선출되신 이래 4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취임 당시 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취임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이 많더군요. 올해 들어 정기 이사회와 임시 이사회를 25회나 열었어요. MBC 사장을 포함한 집행부를 새로 선임했고, 기타 여러 업무들을 해결하느라 매우 바쁘게 지냈습니다. 모든 이사님들이 함께 힘을 보태주신 덕분에 지금은 원만한 운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죠.”

 - 동문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방송문화진흥회의 역할에 대해 문화방송의 대주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실제로 방문진은 방송문화 전반에 걸친 폭넓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 않은가요.

 “법률상으로 MBC의 지분은 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7대 3의 비율로 나눠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상 자회사를 감시·감독할 권한이 있지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고 있어요. 방문진의 활동 예산은 MBC에서 나오지만, 그 사업은 비단 MBC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방송 모두의 발전을 위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각종 공모사업 전개, 학술연구 지원, 세미나 개최,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등 폭넓은 시각으로 올바른 방송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 취임 당시 방송의 공익성 제고와 MBC의 재정 건전성 확보, 노사 간 화합에 힘쓰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방송의 공익성 및 공공성 제고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함께 협조해 이뤄가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이 탄탄해야 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광고 수주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 확보는 방송사가 올바르게 존립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사 문제도 방송의 공익성 제고를 위한 서로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봅니다. 노사가 함께 국민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만 집중한다면 노사화합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MBC가 사상 유례가 없는 1백70일간의 파업을 겪기도 했지만, 그 역시 MBC가 앞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송이 되기 위한 시련기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 이사장님께서 취임하신 이후 MBC의 예능 및 드라마, 뉴스 등 각 방송프로그램 분야의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이 큰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흥미롭게 여기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운영상 파행의 여파로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MBC의 시청률이 3개 지상파 방송사 중 꼴찌를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이사장에 취임한 직후인 4월 초부터 시청률이 급반등해 1위를 차지했더군요. 이를 두고 지인들이 제게 `탁월하다, 무슨 마법을 부렸나'라며 묻기도 했는데, 사실 제가 공헌을 한 점은 거의 없고 묵묵히 MBC를 지켜온 분들의 노력이 성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평소 눈여겨보시는 프로그램과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본래 법학자 출신으로 40여 년을 대학 교수로 근무했던 저는 사회 전반의 갖가지 정보와 지식에 대한 탐구열이 무척 높은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어릴 때부터 신문을 열심히 봐 왔고 지금도 매일 10개의 국내외 신문을 탐독하고 있죠.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진단해 봤을 때, 가족의 해체 문제가 굉장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흐뭇한 웃음까지 전하는 `아빠! 어디 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 현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 및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을 주관하는 등 방송산업 전반의 큰 틀이 새롭게 구성됐습니다. 이러한 정부 시책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게 될 지상파 방송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제창이 굉장히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해요. 60년대 초에 과학입국과 경제발전을 부르짖은 이래 쉼 없이 노력해 지금의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처럼, 창조경제는 국가의 새로운 발전 지표로서 매우 좋은 단어라는 얘기죠. 이를 위해 지상파 방송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더욱 수준 높은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봐요.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의외로 심한 `지식 빈곤'에 빠져 있어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민 각자가 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독서량을 더 늘려야겠지만, 지상파 방송 또한 종래의 오락 및 예능 위주 편성에서 벗어나 전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자구적 노력을 강구해야 합니다.”

 - 법학자, 국민대 총장, 아름다운가게 이사장 등 다채로운 직책을 역임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국민대 총장으로 재직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한 것을 꼽고 싶습니다. 4년 동안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예전 대비 1천억원 이상 늘어난 연구비를 책정받은 일과, 학생 수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캠퍼스 부지를 10% 이상 늘린 일 등이 아직도 뿌듯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 이사장 선임 투표 당시 방송 관련 업무에는 취약하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신 경력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송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사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회 여러 분야의 활동 이외에, 방송관계자를 대상으로 저작권 관련 강의를 여러 차례 한 적도 있고 MBC 시청자위원장을 2년간 지내기도 했어요. 또 2004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통신과 방송에 관련된 포럼의 좌장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통신과 방송이 서로 융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본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는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 평소 이사장님만의 특별한 철학이 있다면.

 “주역에 있는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이라는 말을 늘 가슴속에 새겨왔습니다.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고 선을 쌓지 않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뜻인데, 이 말뜻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동창회와 동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교 동문들은 대개 정의감과 자존심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쉬이 뒤따를 수 있는 자만심은 늘 경계해야 합니다. 모교를 졸업한 것이 절대적인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닌 만큼, 자만심을 버리고 언제 어디서나 항상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룸으로써 보다 높은 성취를 이룩하시길 바랍니다.”

〈사진·정리=朴짳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