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호 2004년 10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질적인 연구력과 투자
盧貞惠(79년 自然大卒) 모교 연구처장 생명과학부 교수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 연구력을 가늠할 때 많이 쓰는 잣대가 소위 SCI 논문의 발표건수이다.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 과학자들은 전세계 논문의 1.8%를 발표해 국가 순위로는 14위를 차지했다. 이는 2003년 전세계 GDP(국내총생산) 순위로 우리 나라가 11번째 위치를 차지한 것과 엇비슷한 위상이고, 다른 나라의 경우도 GDP의 국가별 순위와 논문발표량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한해 3천62건의 SCI 논문을 발표해 전세계 대학 가운데 35위에 매겨졌다. 이는 국내 전체논문의 17%를 차지하는 양이고, 국내 2위인 연세대(1백52위), 3위인 KAIST(1백78위)를 크게 상회하는 업적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4개 대학(동경, 교토, 오사카, 토호쿠)에 이어 5위에 해당하고, 세계 1위인 하버드대
학(9천7백편)의 약 3분의 1, 31위인 MIT(3천2백66편)와는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양적인 측면의 연구업적은 GDP 순위와의 상관관계에서도 엿보이듯, 연구개발투자량에 충실하게 비례한다. 1999년 대학원생 지원프로그램인 BK21(두뇌한국) 사업이 시행된 첫해 모교는 1천9백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대학 순위로는 73위였다. 이로부터 지난 4년 동안 모교의 논문발표는 무려 40계단을 뛰어올랐다. 매년 약 4백억원이 대학원생들과 신진연구자들의 인건비로 지원되고, 그들의 국제화에 투자된 결실로 볼 수 있다. 척박한 천연자원에 면적도 작은 우리 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 인적자원임을 생각하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렵사리 한 투자가 비로소 이름에 걸맞는 결실을 어느 정도 맺은 것이 아닌가 평가를 해 본다. 물론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부 등 정부기관과 여러 외부기관으로부터 모교에 지원된 연구비가 1999년 1천2백억원에서 2003년 2천3백억원으로 배가된 것도 이러한 괄목할 성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제부터다. 국민소득 2만달러는 양적인 규모만으로는 절대 달성되지 않으며, 질적인 업그레이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쓰리게 체감하고 있다. 2만달러라는 숫자는 그에 걸맞는 질적 수준을 내포한 상징이다. 아무리 모교가 세계 35위권의 논문발표를 했고, 31위인 MIT와 논문 수 2백편의 차이밖에 나지 않더라도 과연 모교의 연구력이 MIT 수준에 다가갔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할 때 그 논문이 다른 논문에서 인용된 횟수(피인용지수)를 따질 수 있는데, 그 잣대로 보면 우리 나라는 전세계 10위권에서 훨씬 벗어난 30위권 정도의 수준이다. 피인용지수로 볼 때 우수한 나라는 스위스,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의 순서로 이어진다. 이 순서를 보면, 질적 연구력은 더 이상 GDP 순위나 나라의 크기와 관계가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모델이 어디가 돼야 하는지도 드러난다. 이제부터의 투자는 더 이상 숫자적인 증가가 아닌 질적인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 숫자보다는 질적인 가치를 알아보는 정책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투자된 결과가 소모되어 넘치지 않고 안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정부도 새로운 사업을 자꾸 만들어 내기보다는 좋은 사업을 선별해 규모를 키우고 내실화하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양적으로만 뻥튀기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 껍데기만 남게 된다. 질적 성장은 알아보기 힘들고, 조급한 투자자들에게는 조바심을 유발하게 속도가 느릴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을 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학(9천7백편)의 약 3분의 1, 31위인 MIT(3천2백66편)와는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양적인 측면의 연구업적은 GDP 순위와의 상관관계에서도 엿보이듯, 연구개발투자량에 충실하게 비례한다. 1999년 대학원생 지원프로그램인 BK21(두뇌한국) 사업이 시행된 첫해 모교는 1천9백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대학 순위로는 73위였다. 이로부터 지난 4년 동안 모교의 논문발표는 무려 40계단을 뛰어올랐다. 매년 약 4백억원이 대학원생들과 신진연구자들의 인건비로 지원되고, 그들의 국제화에 투자된 결실로 볼 수 있다. 척박한 천연자원에 면적도 작은 우리 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 인적자원임을 생각하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렵사리 한 투자가 비로소 이름에 걸맞는 결실을 어느 정도 맺은 것이 아닌가 평가를 해 본다. 물론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부 등 정부기관과 여러 외부기관으로부터 모교에 지원된 연구비가 1999년 1천2백억원에서 2003년 2천3백억원으로 배가된 것도 이러한 괄목할 성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제부터다. 국민소득 2만달러는 양적인 규모만으로는 절대 달성되지 않으며, 질적인 업그레이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쓰리게 체감하고 있다. 2만달러라는 숫자는 그에 걸맞는 질적 수준을 내포한 상징이다. 아무리 모교가 세계 35위권의 논문발표를 했고, 31위인 MIT와 논문 수 2백편의 차이밖에 나지 않더라도 과연 모교의 연구력이 MIT 수준에 다가갔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할 때 그 논문이 다른 논문에서 인용된 횟수(피인용지수)를 따질 수 있는데, 그 잣대로 보면 우리 나라는 전세계 10위권에서 훨씬 벗어난 30위권 정도의 수준이다. 피인용지수로 볼 때 우수한 나라는 스위스,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의 순서로 이어진다. 이 순서를 보면, 질적 연구력은 더 이상 GDP 순위나 나라의 크기와 관계가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모델이 어디가 돼야 하는지도 드러난다. 이제부터의 투자는 더 이상 숫자적인 증가가 아닌 질적인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 숫자보다는 질적인 가치를 알아보는 정책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투자된 결과가 소모되어 넘치지 않고 안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정부도 새로운 사업을 자꾸 만들어 내기보다는 좋은 사업을 선별해 규모를 키우고 내실화하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양적으로만 뻥튀기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 껍데기만 남게 된다. 질적 성장은 알아보기 힘들고, 조급한 투자자들에게는 조바심을 유발하게 속도가 느릴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을 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