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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호 2013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제주 초콜릿박물관 朱 鎭 潤회장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10대 초콜릿박물관에 선정된 제주도 초콜릿박물관 朱鎭潤(항공공학66 - 70)회장을 만나봤다. 朱회장은 현재 미국의 나이아가라에 월드 초콜릿 헤리티지 박물관 설립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존의 박물관이라 하면 유물 혹은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초콜릿박물관은 처음 구상부터 남다른 박물관이었다. 어린이를 좋아하는 朱회장 부부는 박물관의 주 대상을 어린이로 꼽았다. “제주에 오면 어른들은 골프, 낚시, 생선회 등을 즐기면서 신이 나서 좋아하지만 어린이들은 오히려 소외되기 십상입니다.” 초콜릿박물관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초콜릿을 주제로 콘텐츠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머릿속에서 과거로, 또 멀리 지구 반대편으로도 정신여행을 할 수 있는 메디테이너(Medi-tainer)를 지향하는 박물관이다.




 朱회장은 지난 2월 15일 국내최초로 단국대에서 초콜릿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래 대우실업을 다니다 1970년대 말에 독립해 주식회사 아가방을 창업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가지 사업아이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초콜릿이었습니다. 아가방을 창업·경영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실망을 많이 하게 돼 먼 나라를 다니면서 공부한 것이 카카오와 초콜릿입니다. 이왕 하는 것 학문적으로도 제대로 들어가 보자고 생각해 생화학, 육종학, 유전공학, 분자생물학, 유지공학 등 부딪치는 대로 연구하다 보니 어쩌다 우리나라 최초로 초콜릿 박사도 하게 됐습니다.”

 언뜻 아이들 과자로 치부해버리기 쉽지만 초콜릿은 이미 대부분 선진국 슈퍼마켓의 식품 중 초콜릿이 들어간 것이 50%에 달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또한 심장에 좋은 항산화제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식자재도 초콜릿이다. 인간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더 넓은 연령층에서 소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세계의 초콜릿 업계에서는 카카오 원료에서부터 지역과 품종을 특정해 최상의 향미를 가진 싱글 오리진 빈투바(Single Origin Bean-to-Bar) 초콜릿을 만드는 젊은 벤처들이 많습니다.” 朱회장도 이미 2007년부터 이 분야에 들어서서 젊은 인적자원과 기계들을 확충해 세계적인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부인 韓禮錫(AIP 43기)관장과 함께 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朱회장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한국해외개척자 야외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다.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남의 나라에서 열심히 살아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 `이름의 고향'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작업이다. “한국의 끝땅에 `한국의 끝은 세계의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고향을 떠난 분들을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朱회장의 초콜릿박물관은 세계여행정보 커뮤니티인 `버추얼투어리스트닷컴' 선정 세계 10대 초콜릿박물관으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는 정부 지원이나 보조 없이도 홀로서기로 이뤄낸 성과이다.

 朱회장은 초콜릿으로 부러운 나라들이 많다며 벨기에, 스위스 등을 꼽았다. “기업으로는 프랑스의 미쉘 크루이젤이나 펜스테이트의 허쉬스, 샌프란시스코의 지라델리나 샤펜버거 등 수없이 많지만, 우리가 노력해 스스로 초콜릿의 롤 모델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초콜릿 전문가 朱회장에게 좋은 초콜릿의 조건을 물어보았다. “카카오 원산지가 분명할 것, 카카오 빈이 초콜릿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각 공정마다 정성 들여 선별할 것, 설탕이 적게 들어갈 것 등의 조건을 갖춘 초콜릿이 좋은 초콜릿입니다.”

 아가방의 경영자에서 물러난 후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朱회장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감행했다. 그의 도전의 바탕에는 창조적 생각으로 죽는 날까지 늘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사는 朱회장의 향후 계획을 물어보았다. “지금은 나이아가라 박물관, 마라도 프로젝트, 에콰도르의 카카오 원종 보호농장에 집중하고 있고 이후엔 미국 내에 기호식품 전문대학을 설립하는 데 남은 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