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24호 2013년 7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한국전쟁기념재단 金 仁 圭이사장







 - 재단이 설립된 배경과 역할은.

 “2010년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60년 전에 이름도 잘 모르는 우리나라에 와서 희생한 참전용사들에게 이제는 우리도 갚아주자'라는 취지에서 2010년 6월 재단을 창립하게 됐습니다. 1953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극빈국이었는데 이제는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한 만큼 전쟁에 참전해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은하자는 것이죠. 재단의 슬로건이 `We remember and share'입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보은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자는 뜻입니다.”

 - 특별히 장학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교육은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해 장학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도움을 준 21개국 중 그리스, 터키, 에티오피아, 태국, 필리핀, 콜롬비아 등 6개국의 참전용사 후손 2백40여 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총 14명에게 모교를 포함해 한국외대, 한양대 등 국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모교에도 유학생이 있다는 것인가요.

 “네. 에티오피아에서 온 여학생이 한 명 있는데, 현재 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 올해가 정전 60주년으로 재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전 60주년의 의미가 남다르게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전쟁이 끝난 뒤 정전체제로 60년이 지난 사례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우리 젊은 세대는 물론 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정전체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만약 북한이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한다면 바로 전쟁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불안한 체제입니다. 따라서 이 기회에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임을 대내외적으로 상기시킴으로써 전쟁을 종결시키고 평화체제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평화음악회'를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한국전쟁 참전 21개국에서 연주자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것인데, `60년 전 총을 들고 왔다면 이제는 악기를 들고 찾아와 다시 한 번 평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콘셉트로 기획됐습니다. 참전용사 가족들 3백여 명이 방문하는 이번 평화음악회의 첫 공연은 우리 분단의 상징인 도라산역에서 정전협정 전날인 7월 26일 전야제 형식으로 개최되고, 그 뒤 30일 부산 UN기념공원에서 한차례 더 열릴 예정입니다.”

 - 음악회 외 `DMZ 평화대장정' 등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죠.

 “평화음악회와 더불어 정부 공식행사로 지정된 DMZ 평화대장정은 정전체제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휴전선을 걷는 프로그램으로 엄홍길휴먼재단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7월 27일 전쟁기념관에서 정전 60주년 행사가 끝난 후 선발된 1백55명의 대학생들이 동해안에서부터 휴전선을 따라 전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직접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밖에 오는 8월 해군순양함과 함께 터키, 그리스, 태국을 차례로 방문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60년 전과 현재의 모습을 조망해 보는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또 KBS와 터키 국영방송국인 TRT 방송이 공동 제작한 특집방송 `앙카라학교의 추억'을 후원했습니다. 이 방송의 주인공은 터키 참전용사의 후손으로 재단 장학생 중 한 명입니다. 더불어 재단에서는 정전 60주년 사업의 하나로 지리산 빨치산들의 전향 문집인 `지리산 빨치산의 참회록'을 냈습니다.”

 -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할 텐데.

 “재원은 100% 민간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재단의 취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장학사업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각국의 현지 초·중·고 학생들 40여 명씩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던 것이 3년의 시간이 흐르며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학교까지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KBS 공채 1기 출신으로서 처음 사장을 맡아 기대도 많았는데, KBS사장 3년을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으신지요.

 “시대가 다원화되면서 미디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모든 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회로 종교, 이념, 연령 등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계층 간의 갈등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화롭게 다룰 수 있느냐가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저 또한 사장으로 있던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목소리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내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한국전쟁 60주년에는 국민들에게 전쟁이 무엇인지 다시 알려주고자 과거 방송됐던 6·25전쟁 10부작을 리메이크해서 방송했고, `전우'라는 전쟁관련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지요.”

 - 얼마 전 `드라마 스캔들'이란 책을 발간하셨지요. 드라마 제작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기자로서 30년을 생활하다가 처음 경영 책임자가 됐을 때 경험하지 못했던 것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드라마 부문이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드라마는 단순히 연출자와 작가, 배우들이 함께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작 전부터 복잡한 문제가 상당히 있더라고요. 특히 `제빵왕 김탁구'의 경우는 방송하기 전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해 자칫 방송이 되지 못할 처지까지 치달아서 사장이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죠. 그때 `드라마가 방송된 내용 뒤의 제작 과정에서도 드라마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는구나'라고 느낀 후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 메모했는데, 사장을 그만두고 그것을 엮어 책을 만들었습니다.”

 - 올 한 해 개인적으로나 재단 업무적으로나 꼭 이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올해가 우리나라에 굉장히 중요한 한 해라고 봅니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해에 가장 눈여겨볼 것은 미국과 중국의 신뢰 관계 형성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신뢰가 있는 대화를 지속한다면 북한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적 역량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들도 우리 한반도의 진정한 봄이 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다같이 함께 고민하고 좋은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모아 보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사진 = 邊廷洙기자·정리 = 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