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호 2013년 7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下山의 美學

가끔 관악산을 등반할 때마다 “역시 등산길보다 하산길이 위험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청와대의 뒷산 북악산도 가파르고 험하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됐다는 의미로 청와대 정무직 공무원들을 지칭해 필자가 만든 造語)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휴일등산을 갔다가 급한 호출을 받고 뛰어내려오던 중 낙상할 뻔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하산길이라고 해서 위험과 고단함만 가득 찬 고행길은 아니다. 산행을 끝냈다는 안도감, 한 잔 뒤풀이에 대한 기대와 함께 주변의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이네'란 어느 시인의 표현 그대로다.
5년여의 어공생활을 청산하고 하산해 저잣거리에서 지내면서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적지 않게 느낀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차별화란 이름 아래 시행착오가 반복돼선 안 되는데'라는 안타까움이 크다. 막상 일하면서 보니 `국정의 70% 이상은 연속성을 갖고 있다'는 선배들 말이 와 닿았다.
이와 관련해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2008년 말 대통령을 수행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올브라이트 前국무장관을 포함해 민주당 외교안보 인수팀을 비공식으로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 정부는 앞서 클린턴 민주당 정부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했던 실수를 되풀이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 정부의 대북정책기조를 상당 부분 이어갈 것이란 취지로 말하는 것을 듣고 감탄한 일이 있다.
부시 정권 8년간 클린턴 정권을 부정하는 ABC(Anything But Clinton)로 일관한 뒤끝이기에 감동도 더 컸다. 잘못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정적의 입장이라도 받아들이는 미국적 정치 지혜의 단면을 본 듯했다.
毛澤東 사후 鄧小平이 “毛주석의 功은 70%, 過는 30%”라며 정치적 논란을 종식시켰던 중국적 정치 지혜는 또 어떤가.
5년 단임제가 계속되면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단절과 청산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그러다 보니 권력의 등산길에만 관심을 두지 하산 이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든 재창출되든 국정운영의 온축된 경험이 이어져 가는 국가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별화란 이름의 정치적 소모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끝은 政爭의 격화와 정치 퇴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