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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호 2004년 10월] 뉴스 본회소식

에너지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절약운동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확대해야


외국은 최우선 정책과제로 다루어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빠르게 고갈

許殷寧 :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류(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보고 있습니다. 7월 중순 WTI 현물시장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이후 두 달 이상 계속해서 40달러를 상회하고 있어서 우리 나라처럼 에너지를 97%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경제에 크게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돼 매우 걱정스런 상황입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카타르 등 5개국이 앞으로 천연가스분야에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조직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하는 등 국제시장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우리 나라는 석유 수입으로 따지면 세계 3위 수준이고, 2003년 한해의 에너지 수입으로 3백여억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이것은 반도체 수출로 벌어들인 1백66억 달러와 자동차 수출로 벌어들인 1백48억 달러를 합친 정도의 큰 금액이기에 상당히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면서도 특별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 나라의 여건을 감안하면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2004년에는 고유가로 인하여 에너지 수입액이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석유의 경우에 실제 물량적으로는 충분하게 있습니다만 화석연료가 만들어내는 전반적인 환경문제라든가, 이번의 경우처럼 불안정한 국제시장, 국제정세 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서 석유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李長茂 : 말씀하신 바와 같이 세계 화석연료의 경제적 채굴 가능기간이 석유의 경우 불과 40년, 천연가스의 경우 65년, 석탄의 경우 2백년 정도로 알려져 있어서 획기적인 대안이 없으면 에너지 자원은 빠르게 고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에너지 문제를 정치·무역·외교를 포함한 모든 국가 정책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다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이 문명의 충돌에서 일어났다고 하지만 에너지 문제로 보는 견해도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더욱이 우리 나라의 경우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또 그 대부분이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서 지구온난화, 오존층 감소, 황화물, 질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의 환경 문제까지 유발시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許殷寧 :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경제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국제정치, 안보 등 여러 차원의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국제 유가의 상승은 사실 중국의 급작스런 소비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게다가 국제시장에 투기자금이 급격하게 몰려들면서 예전의 1, 2차 석유위기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투기자금이 2~3% 수준밖에 안됐으나 2004년 초에는 거의 25%에 육박할 만큼 투기자금이 몰려든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천연가스망 구축,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추진해 오고 있으나 최근 많은 문제점에 봉착한 것 같습니다. 화석연료 대안의 하나로서 70~80년대 최고의 각광을 받았던 원자력 에너지만 하더라도 현재 우리 나라 전력의 40%이상 공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핵 폐기장의 부지 선정을 못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지연되는 등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원자력발전을 아예 중단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李교수님께서는 과학기술이 미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국가기술영향평가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하셨는데 에너지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李長茂 : 국가기술영향평가위원회는 첨단 과학기술이 미래 사회의 산업, 경제는 물론 환경, 고용, 교육, 윤리, 문화, 법률, 국방, 안전 등 광범위한 영역에 미치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연구하고 토론과 공청회 등을 통해 잘 예측해서 미래를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됐습니다.
 첫 해에는 NBIT(나노·바이오·정보 테크놀로지) 융합기술이 앞으로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연구하기 위해서 우리 과학기술자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자 그리고 여러 시민단체 임원이 참여했습니다. 여기서 훌륭한 대안이 많이 나와서 이미 정부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 MIT대학의 세계적 공학자인 서남표 교수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초대를 받아서 강연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이 분이 첨단 기술 중 에너지 기술과 바이오 기술이 가장 전략적인 미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40~50년 후에는 태양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풍력 등의 친환경에너지의 연료전지, 해양 에너지, 지열 등의 신기술이 활용돼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기술은 우리의 환경과 생존,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미래 사회 구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차기 기술영향평가위원회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許殷寧 : 정말 에너지 기술은 20세기 석유의 발견부터 시작해서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꾼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세기 말에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국제적으로는 이산화탄소의 저감과 오존층 보존 등의 대책을 위한 기후변화협약과 지구온난화 대책들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개발회의(UNCED)가 중심이 되어 1997년 교토의정서를 거치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에 대해서 각국이 나름대로 배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의무를 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지구온난화 가스를 줄여야 하는 압력을 크게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나라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에너지원 발굴과 환경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李長茂 : 부족한 에너지원 확보와 해외 석유탐사, 개발, 투자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절약 정책,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등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가까이 접하는 수돗물 비용의 많은 부분이 물을 공급하는 동력의 전기료이고 철강, 플라스틱, 시멘트 등 거의 모든 재료가 고에너지 소모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곳곳에서의 절약운동이야말로 가장 큰 에너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조선 등의 중화학 산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철강의 소비량이 1톤 정도인데 이것은 일본의 두 배에 달하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국가가 중심이 되고 기업과 대학이 참여해서 이미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연료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배기가스 공해를 크게 줄이는 소위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는 전기와 휘발유 등 두 가지 이상의 동력원을 혼합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인데, 이 차량의 개발 경쟁은 각국의 미래 자동차산업의 생사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제 에너지 절감 기술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許殷寧 : 저도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스위스연방공과대학(ETH)을 중심으로 국가와 학교, 연구소가 힘을 합쳐 소위 `2000 watt Society'운동을 펼쳐 1인당 에너지 소모를 현재 6천watt에서 2050년까지 3분의 1로 줄이는 절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단열재 등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형 주거환경의 개발 등 각종 에너지 절약, 절감 정책과 기술도 개발되어야 하지만 대안이 되는 새로운 에너지, 친환경에너지의 발굴도 중요하겠지요.
 석유 소비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원자력 에너지도 많이 활용하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7%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재 3.1%이지만 2050년까지 태양 에너지 40%, 동식물 유기물에서 배출 생성되는 바이오매스 30%, 풍력 15%, 수력 10% 등 상당히 많은 신재생에너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이 친환경에너지 비율을 매년 크게 높혀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李長茂 : 그렇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도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 3%에 달합니다. 우리 나라의 두 세 배에 해당되는거죠. 최근 미국은 특별 예산을 편성해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에너지와 관련된 2001년의 미국 에너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30년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체의 55%,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무공해 동력을 실현한 연료전지 자동차가 35%, 전기자동차 10%, 현재의 내연기관 차량은 0%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이미 일반차량 가격수준인 2만여 달러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Prius)'를 시판 중에 있고, 혼다자동차도 `인사이트(Insight)'를 개발했습니다. 일본은 2010년까지 연료전지 자동차 5만대와 40만 가구의 가정용 연료전지도 보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 현대자동차도 금년 말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1백20억원을 출연해 올해 모교 관악캠퍼스에 `차세대 자동차 신기술 연구센터'를 건립해 주었는데, 이곳에서는 주로 하이브리드 차량과 연료전지 등의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연료비가 크게 절감되고 공해가 적은 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타게 될 것입니다.

한국형 풍력·태양광 발전도 연구해야
바이오매스 등 미래기술에 지원 절실

許殷寧 : 얼마 전에 학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직접 제작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구를 위해 많은 연구비를 지원했고 유럽에서도 큰 예산을 지원해서 저공해, 저연비의 하이브리드 차량, 그리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국내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엔진 기술은 80% 수준이라고 합니다만, 축전지 기술 등은 60%로 매우 낮게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차세대성장동력사업의 일환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시작됐지만 연구비 규모 등이 매우 적어서 연구성과가 걱정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는 다양한 수송기관의 동력원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기업, 생산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상용화되면 공해 및 에너지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고 생활환경도 쾌적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더불어 풍력,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최근의 고유가에 영향을 받아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데요.
李長茂 :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 에너지 소비 비중은 대략 석유 38%, 석탄 30%, 천연가스 20%, 수력 7%, 원자력 5% 그리고 태양 에너지,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조력을 합해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 에너지와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아직도 초기 투자비가 높고 가격이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비해 상당히 높아서 정부의 특별지원이 없으면 확대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유가 상승, 태양전지 기술 및 풍력발전 기술의 향상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는 풍력발전이 크게 활용되고 있고, 독일과 일본에서는 뛰어난 태양전지 소자들이 개발돼 발전 단가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태양열, 풍력, 바이오매스 등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0년까지 12%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미국은 2010년까지 1백만호의 solar roof를 확보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경제성이 급속히 개선되는 등 신재생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확실한 대체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국회 신재생에너지 정책 연구모임이 활동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북 영덕에 대단위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내년 초부터는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강원도 풍력발전, 제주도 풍력발전이 계획돼 있어서 다양한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許殷寧 : 우리 나라의 에너지 소비 중 대수력(대형댐)을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1.5%에 불과합니다. 이중에서 폐기물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태양열과 태양광이 1.1%, 풍력이 0.2%로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향후 9조여원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1년까지 5%까지 확대한다고 합니다. 또한 산업자원부 산하에 신재생에너지의 3대 연구개발사업단으로 태양광사업단, 풍력사업단,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이 큰 예산을 지원받아 활동을 시작했고, 이중 풍력사업단은 모교에 설치돼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李樹甲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어 모교도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기계학회장을 역임하신 李長茂교수님께서 풍력, 태양광, 태양열,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등을 망라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범학문적 학회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초대 회장에 취임하셔서 활약이 기대됩니다.
李長茂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앞서 이야기하신 풍력, 태양 에너지 등 여러 에너지 분야에 전기, 기계, 재료,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의 과학자와 자원경제, 환경 등의 인문사회학자, 기업인과 특히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임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교의 교수님들과 동문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우리 나라 신재생에너지 중 폐기물의 소각에 의한 것을 제외하면 비중이 0.1%로 덴마크의 1백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서 태양광이 75%, 풍력과 연료전지가 50% 수준으로 낮은 편입니다. 저속 풍속에 적합한 한국형 풍력발전기 개발도 해야 하고 외국보다 우수한 고효율 태양광 발전 소자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학회를 통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고 또한 첨단 기술들도 많이 개발해서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진흥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정리=安興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