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22호 2013년 5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방송통신위원회 李 敬 在위원장






 - 공보처 차관 이후 거의 20여 년만에 공직생활로 다시 돌아오셨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공보처가 방통위의 전신이지 않습니까. 고향으로 돌아온 듯 감회가 새롭습니다. 취임식 때 `복사꽃, 살구꽃까지는 없지만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활짝 피어 진짜 고향의 봄에 온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론인으로서, 공직자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방송통신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동아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청와대 대변인, 공보처 차관 등을 거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으로 활동하셨기 때문에 신문·방송분야에 대해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통신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공보처 차관 시절인 지난 1995년 케이블TV를 처음 시작하며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뉴미디어 시대를 열었습니다. 당시 광케이블 구축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그 덕분에 경쟁적으로 현재의 인터넷망이 빠르게 확산돼 IT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지요. 무엇보다 의정활동 기간에 통신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보장하고 방송·통신 관련 인허가 업무 및 각종 정책 수립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육성이 미래부로 이관되면서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익성 보장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본래의 주 업무에 충실하면서 ICT 산업 육성에 지장이 되는 규제를 대폭 줄여 창조경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 향후 정치적인 쟁점이 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공익성이 보장되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 주요 방송통신 진흥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입장차가 컸고, 이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위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ICT 산업은 전체 GDP 및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반면 분초를 다투며 경쟁하는 속도가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요.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IPTV를 개발하고도 제도 미비와 부처간 영역 다툼으로 다른 나라에 뒤처지게 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라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면서도 방송통신 융합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취임사에서 미래부와의 벽을 허무는 협력 체계 마련에 대해 강조하셨는데요.

 “지난 4월 25일 미래부와 정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정책협의체 등을 통해 관련 분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나간다면 부처간 벽을 허물 수 있지 않나 기대합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분야는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계속 정리돼야 할 것들이 있지만 서로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부처간 칸막이 제거와 협력의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최소화해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 중점 정책으로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거론하며 현재의 휴대폰 보조금 시장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셨는데요. 배경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신다면.

 “같은 휴대폰을 두고 누구는 제 값을 지불하고 사는 반면 누구는 보조금을 받아 저렴하게 사는 경우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는 제재 수준이 약하고 모든 사업자에게 비슷하게 적용하고 있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시장과열을 주도한 사업자를 선별해 가중 처벌함으로써 규제 실효성을 높여 나가도록 할 방침입니다.”

 - KBS 수신료에 대해 여러 차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계시는데, 가계 부담에 따른 국민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떠신지요.

 “영국 BBC의 경우 5년마다 금액을 산정, 현재 가구당 월 2만원의 수신료로 2011년 기준 전체 재원 중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반면 KBS 수신료는 30년 동안 2천5백원에 머무르며 전체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광고 비중(41%)보다 적은 38%에 불과해 공영방송으로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향후 단순히 인상 여부만이 아닌 수신료, 광고, 국고 등을 얼마의 비율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국회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검토·결정해야 합니다.”

 -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과거 삐삐밴드 보컬로 활동했던 이윤정 씨가 따님이시죠. 위원장으로 임명되셨을 때 반응은 어떠한가요.

 “우선 아버지가 계속 현역에서 활동하고, 특히 관련 분야의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역차별을 당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현재 설치 미술가인 사위와 함께 음악과 무용, 미술이 융합된 새로운 퍼포먼스를 해 나가고 있는데,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한 딸을 이해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 대학시절 특별한 추억이 있으시다면.

 “대학을 입학한 해에 4·19혁명이 일어났습니다. 4월 8일 입학을 하고 故 李萬甲교수님의 `사회학 개론' 첫 강의를 들으러 간 날입니다. 선배들을 따라 종로, 광화문 일대를 돌며 시위에 참가했었습니다. 시위 중 일행들과 떨어져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는데, 그로 인해 시위대와 경찰간의 치열했던 순간을 모두 한 눈에 담을 수 있었지요. 당시 경찰들이 쏜 총에 버스 위에서 시위를 하던 많은 고교생들이 추락한 장면이 특히 기억납니다. 4·19혁명 참여자들이 만든 회고록에도 `벚꽃처럼 떨어졌던 4·19 영령들'이라고 표현했었습니다.”

 - 4·19혁명을 기념하는 모임을 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당시 대학 선언문을 작성했던 3∼4학년 선배들이 주축이 돼 `4월회'라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20여 년 전 순수하게 4·19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만든 단체로 아직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며 혁명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동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한국 최초 맹인 박사로 유명한 故 姜永祐박사께서는 강의를 하면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3C' 즉, `Competence, Character, Commitment'를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글로벌한 리더가 된 사람들은 학창시절부터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과 함께 인생의 목표를 위해 온몸을 바치는 자세 등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최근 청문회를 하면서 살펴보니 모교를 비롯해 명문대를 졸업한 분들 중 실력은 출중하나 돈에 대한 욕심, 논문 표절 등 도덕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분이 보이더군요. 물론 훌륭한 동문들도 많이 계시지만 서울대인은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 朴짳載기자·정리 = 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