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호 2013년 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金 滉 植국무총리


- 취임사에서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 봉사하는, 실속있는 총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2년간 지내놓고 나니 하셨던 말씀 중 얼마만큼 이뤄졌다고 보시는지요.
“2010년 총리직에 취임하면서 `조용히 내리지만 땅속 깊이 스며들어 대지를 촉촉이 적셔 새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이슬비 같은 총리가 되어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80개의 공정사회 과제와 12개의 건강사회 만들기 과제를 선정하고 이에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분적인 성과는 이뤘다고 봅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 총리후보자 시절 호남을 배려한 인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MB정부 최고의 인사'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부처에 대한 인사가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총리 유임론'이 나올 만큼 국정 능력을 인정받고 계십니다.
“부족함이 많음에도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법과 원칙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워 업무를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 국무총리의 역할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의 보좌기관 역할을 하는 정부 제2인자'라고만 생각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총리의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과 협의하면서 사회 여러 부문의 갈등을 조정해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범정부적이고 국가적인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면서 각 부처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또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현장점검과 관계자 격려, 국내외 인사 면담 및 회담 등 대통령과 역할을 분담해 국정운영을 행하고 있습니다.”
- 여러 역할 중 국무총리로서 첫째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본적인 역할이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잘 이끄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해서는 총리가 국민들로부터 정부에 대한 신뢰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한 신뢰를 끌어내기 위한 첫 걸음은 `법과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며 겸손과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호흡을 같이 할 때 국정운영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재임 기간 `법치, 신뢰, 소통' 이런 부분을 가장 몸소 실천해 오시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이와 관련, 총리님의 소통은 한마디로 `경청'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경청에 상당히 가치를 두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고자 하는 점도 있습니다. 제가 아직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우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지요. 잘 듣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또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자체로써 불만 등이 해소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서로 간에 충분히 대화를 하는 것은 화합으로 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소통의 한 창구로 `페이스북'을 활용하신 것으로도 유명합니다만.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반 동안 활동을 해왔는데, 처음에는 다양한 경험을 갖고 사회를 살아오면서 느낀 생각들을 소박하게나마 젊은 사람들과 공감하고자 시작했습니다. 어떤 직책이 있어서라기보다 일종의 나이든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동안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 중 `권군, 정말 미안하다', `25만 원짜리 맞춤양복', `투병 중 새 작품을 들고 나타나신 최인호 선생', `이상국가, 아틀란티스의 교훈' 등의 글들은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납니다.”
- 그런데 최근 활동 중단을 선언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공교롭게도 `연필로 쓴 페이스북'이 1백회가 되고 얼마되지 않아 세종청사로 이전하게 되면서 `가지고 갈 것'과 `버리고 갈 것'을 가리고 마음자락을 정리하면서 그만두기에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고민 중입니다. 만약 새롭게 시작한다면 저만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고 서로 간에 공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도록 할 생각입니다.”
- 국무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전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적응은 잘 되셨는지요. 업무의 효율성과 관련해 걱정이 되는데, 차기 정부에서 잘 헤아려야 할 부분이 있다면.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 등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할 부서들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업무 추진의 비효율성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화상회의 등의 방법으로 보완해 나가고 국회와도 상호 업무 협약을 통해 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하겠지요. 특히 비상시 대통령이 소집하는 회의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잘 연구해서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간과 함께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비슷한 맥락입니다만,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오랜 기간 총리직에 봉직해 온 선배로서 차기 총리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국무총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잘 보좌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과의 신뢰관계에 있어서 호흡을 잘 맞추고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장관과 공직자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허심탄회하게 진정성을 갖고, 여기서도 역시 `소통'이 중요하네요.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 없는 대립이나 갈등이 상당 부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총리는 대통령과 장관 및 국회의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2년간의 국정 현안을 돌아보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등 굵직한 사안도 많았습니다. 가장 힘들었을 때와 보람 있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힘들었을 때는 구제역 발생 후 사태수습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아 공무원들도 많이 고생하고 가축들에 대한 살처분이 계속됐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일정보보호협정의 내용 및 처리과정에 대한 오해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을 때도 힘들었습니다.
반대로 보람 있었을 때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입지 선정, LH(토지주택공사) 본사 결정 문제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고 학교폭력 및 불법 사금융 등의 문제를 강력한 의지를 갖고 해결하고자 노력해 성과를 거뒀을 때입니다. 이밖에 `건강사회 만들기 12대 과제'를 선정해 사회 병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때와 외국 출장 중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직접 체험했을 때 총리로서 크게 보람을 느꼈습니다.”
- 감사원장직을 맡고 계시다가 국무총리로 임명되셨습니다. 두 직책이 상이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기능적으로는 상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근본적인 목표와 업무 수행에 있어서는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감사원장직은 업무 성격이 소극적·수동적인 반면 총리직은 적극적·능동적인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출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광주지방법원장 시절 후배 법관들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바탕으로 출판한 `지산통신'이라는 책이 눈에 띕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연필로 쓴 페이스북'이 페이스북을 통한 국민과 소통의 장이었다면 지산통신은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한 소통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주 1회씩 오랜 기간 법원에 몸담아 오면서 느낀 법원업무에 대한 소회와 개선점, 그리고 주변 일상사에 대한 허물없는 소회를 쓰면서 법원 직원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자 했던 것입니다. 직원들이 많이 호응해 줬고, 광주지방법원을 떠날 때 판사와 직원들이 책으로 묶어 준 것으로 저에게도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법관으로 있으면서 많은 판결을 했는데 두 가지 판결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22세의 여성 근로자 사건과 형사합의부 재판장 때 담당했던 소매치기 무죄 사건입니다. 특히 소매치기 무죄 사건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 사건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 평소 특별한 철학이라든지 가치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온유, 겸손, 절제하는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스스로 中道低派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체력관리도 중요한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살아오면서 총리직에 있던 지난 2년간 만큼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농구와 배드민턴 같은 스포츠를 즐기면서 기초 체력을 다져 놓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총리직을 맡은 뒤로도 주말에 기회가 생기면 틈틈이 직원들과 등산을 즐기며 체력관리를 했습니다.”
- 퇴임 후의 계획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법관, 감사원장을 거쳐 총리직까지 40여 년을 쉬지 않고 공직에 계셨는데 퇴임 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대법관까지 쉼없이 달려왔으며, 대법관에서 바로 감사원장으로 또다시 국무총리까지 쉬지 않고 40여 년간 공직생활에 몸담아 왔습니다. 우선 당분간 일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자 합니다.”
- 일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인지요.
“예를 들어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일이 되지만, 어딘가의 틀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니 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국민들이 행복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국가가 만들어 주는 제도와 틀만으로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도 생각을 바꿔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결국 국가와 사회가 제도나 틀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냐는 정책적인 사안들에 대해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어떻게 바꿔야 국민들이 더 보람있게 생각하고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하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총리직을 통해 얻은 경험들을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 모교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해 볼 계획은 없으신지요.
“제 경험을 나누는 것이 후배들에게 유익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런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최근의 인사파동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법관으로서 요구되는 품격이라고 할까요,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잣대를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조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성실하고 나름대로 올곧게 사시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법조인들에게 기대하는 바 또한 크기 때문에 그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들에 더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 때문에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보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동창회 및 동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시는 동문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자원으로 모교 동문이 됐다는 자체가 본인에게도 행운이지만 나라에도 귀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가진 능력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해 주는 것은 물론 소외된 이웃을 도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동창회는 동문들을 결집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진 = 朴짳載기자·정리 = 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