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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호 2013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前職’도 직업이다


 며칠 뒤 朴槿惠 제18대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李明博대통령은 `前職대통령'이 된다. 현직대통령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전직대통령도 중요하다. 퇴임 후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영역도 확대되는 추세다. 대통령제의 역사가 가장 긴 미국에서는 `현직대통령은 전직대통령으로 가는 정거장'이라는 말까지 있다.

 미국 의회는 전직대통령 처우를 놓고 1백50년 이상 논쟁을 벌였다. 건국 초기엔 어떤 지원도 없었다. 상당수의 전직들이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우편물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 된 것을 계기로 1958년 전직대통령법(the Former Presidents Act)이 제정됐다. 급여를 받는 전직대통령이라는 직업(ex-presidency)이 탄생한 것이다. 이로서 전직대통령의 `애국적 역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됐다.

 퇴임 이후 李대통령에게도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따라 1억3천만원 가량의 연봉에다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사무실, 경호, 교통 및 통신 편의가 제공된다. 서울대 병원에서 무료 진료도 받을 수 있다. 경호 비용을 포함해 연봉 수십억 원의 봉급생활자인 셈이다. 그만큼 계속 국가에 기여해야 할 의무도 무겁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동창회보의 독자들도 이미 전직이거나 곧, 또는 언젠가 전직이 된다. 수십 년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현역에서의 은퇴와 무관하게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전직으로 살아갈 세월도 점점 늘어난다. 현직과 전직 활동기간이 역전될 수도 있다.

 미국 언론은 갈수록 취재원, 인터뷰나 코멘트 대상, 외부 필자로서 현역(current) 못지않게 전직(former)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만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통 언론에서 뉴스(news)보다 시각(views)의 비중이 커지는데 따른 영향도 있다.

 일반인도 퇴직 이후에 각종 연금과 복지 혜택을 받는다. 많은 부분은 본인이 현직 때 저축한 것을 돌려받는 것이지만 국가 지원부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전직으로서 사회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커진다. 좋든 싫든 전직도 현직의 연장, 또는 새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월급값'을 해야 하는 세월이 왔다.

〈李容式 문화일보 논설위원실장·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