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구 끝에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빨간 배추를 전국에 보급해 국내 시장을 석권함은 물론 해외 종자 수출량을 더욱 늘려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세웠습니다.”

　지난 12월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에 위치한 권농종묘 본사에서 만난 權五河(농학82 - 86)대표는 직원들과 8년여 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빨간 배추를 세계인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포부와 설렘으로 가득 들뜬 모습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상추 육종가인 權대표는 “지금 돌이켜보면 1989년 종자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고수하던 종묘업체였던 홍농종묘에 연구원으로 입사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오직 상추 육종에만 매달렸던 것이 오늘날의 성과로 이어졌고 또 회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첫 말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 중 하나가 쌈입니다. 이 흐름에 맞춰 권농종묘가 설립됐습니다. 저희 회사는 쌈채소 전문업체로써 인기품종이 많지만 그 중 1998년 육종한 첫 작품 `선풍'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선풍'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농가에서 가장 많이 재배가 돼 여전히 인기작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의 육종 목표는 농가가 재배하기 편하면서도 수확이 많이 나오고, 유통인이 많이 찾도록 수송성이 좋아야 하며, 소비 확대를 위해 아삭한 맛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목표에 맞춰 피눈물 나는 연구와 실험을 계속했고, 실패의 연속 끝에 개발한 등록 품종만 50여 가지. 서울 시내의 음식점에서 나오는 상추 거의 대부분이 그가 육종한 품종이다.

　그는 1964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덕율리의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다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김천중을 걸쳐 지역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안동고를 졸업했다. 그 후 모교에서 석사를 받고, 충북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그가 일반배추와 양배추를 종간 교잡해 유전자 조작이 아닌 전통 육종법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빨간 배추가 학계와 관련업계는 물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 빨간 배추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조사돼 해외서도 높은 관심과 문의가 쇄도했다. 현재 영국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종자를 수입하기에 앞서 시험재배에 들어가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일이 순탄하게 진행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권농종묘를 처음 개업해 몇 년 동안은 일체 소득이 전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득신고를 관리하는 직원이 전화해서 어떻게 소득이 없을 수가 있는지 묻는 등 웃지만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국내 쌈문화 발전에 큰 획을 그어온 그이지만 개인육종가로서의 시작은 순탄치만 않았다. 1995년 개인육종가로 출발한 당시에는 직원 하나 없었고, 4년간 집에 생활비를 하나도 못 갖다 줬다. 權대표가 연구 중에 생산한 상추를 부인 장 진 씨가 따서 여러 종류를 혼합해 마트에 판매하는 등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육종 의지가 확고했기에 농가와 가락시장을 찾아다니며 육종 방향을 정했다. 그렇게 도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결과, 세계 최초로 빨간 배추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2010년 농업인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 2012년 제8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영예를 안았다.

　“2015년에는 일본·중국 등 연간 2백만불의 빨간 배추 종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먹거리를 만드는 만큼 국민의 신뢰와 기업적 정직함을 우선에 둔 채 기업체를 백년을 내다볼 수 있는 가업으로 성장시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빨간 배추와 관련해 올 한 해의 큰 포부를 전했다.

　“농업과 농촌의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밝은 앞날을 열어갈 수 있는 해결책은 다른 것이 아닌 작은 씨앗의 가치를 아는 것”에 있다고 말하는 權대표. 국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함은 물론 농민들의 소득 중대에도 기여해 온 그야말로 농촌의 새 시대를 열 선구자가 아닐까.〈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