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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호 2013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스마트 시대의 斷想



 이른바 `뺑뺑이'(고교평준화) 1기인 필자도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를 자임했던 시절이 있었다. 연합고사에서 OMR답안지가 최초로 도입되고 학교배정 방식도 은행알 대신 컴퓨터 추첨으로 이뤄졌으니 돌이켜보면 컴퓨터 세대의 `원조'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이러한 `태생적' 배경은 IT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1984년 통신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이후 기사 작성 및 제작 과정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구체화됐다. 수습 꼬리를 떼고 국제국에 배치받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영문 타자기가 사라지고 ART모니터와 컴퓨터 자판기가 등장했다. 이는 기사 제작 및 송고의 전산화를 시행하기 위한 시범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로부터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편집국에서 원고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언론 사상 최초로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단행된 `원고지 퇴출'이 오늘날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선호출기 삐삐와 팩스의 사용도 일선 기자들의 취재와 기사 송고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취재차량에 탑재된 `카폰'과 군사용 무전기와 흡사했던 무선 전화기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장비였다. 서울대를 출입하던 시절 시국관련 집회를 취재하던 동료 기자가 삐삐 호출로 인해 정보과 형사로 오인받아 곤욕을 치렀던 모습은 지금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반면 1991년 9월 77그룹 아주지역 비동맹회의 취재차 평양을 방문, 고려호텔에서 팩스로 도쿄지사를 경유해 서울 본사로 구소련 붕괴 후 북한의 상황을 전했던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처럼 PC통신과 인터넷 시대를 거치면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나름대로 순응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SNS로 상징되는 `스마트 시대'는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행돼왔던 기술적 진화를 일거에 뛰어넘는 일종의 `빅뱅'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 솔직한 소회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디어 기술발전의 본류와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는 자괴와 소외의 발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는 저널리즘의 위기와 맞물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도 담겨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과연 우리가 이 격동의 시대를 스마트하게 대처하고 있느냐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마트 시대가 소통과 통합, 그리고 언론과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함의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다각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은 보도 업무와 기자 직업을 수행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발전에 있다고 본다. 그 변화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 판단은 현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공론장(public sphere)을 제공하는데 언론이 어느 정도 기여하는가에 대한 인식으로 이뤄진다”고 설파한 하버마스의 지적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