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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2012년 12월] 기고 감상평

소중한 한 표를 바치리라



 미국에는 역대 대통령이 이임할 때 꼭 지켜야 할 전통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남겨두는 일이다.

 우리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표를 던진다는 뜻의 투표보다는 영어로 `바친다'는 뜻의 `de-vote'를 떠올리며 진지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국민 된 도리가 아닐까.

 나라가 같은 길,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기류를 타고 달리기만 하면 되지만, 오늘날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을 때는 침착하게 더 깊이, 더 멀리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나라가 어지러워 불안할 때에는 `神의 선물'인 카리스마를 찾으려고도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일이다. 무능한 지도자의 반대말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유능한 프로 정치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금융재정 모임에 나가서 프로라고 인정받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국가적 위험에 처했을 때 프로답게 지휘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얼마나 있을까. 현대의 리더십에 필요한 것은 앞을 볼 줄 아는 先見力, 정보력, 판단력, 결단력, 실행력, 그리고 체력이라 하지 않았던가.

 인간에게는 品度라는 것이 있다. 지도자에게는 품도가 필요하다. 정치가는 대중의 고함소리에 굴복해서도 안 되고 또 이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정치가는 오직 지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눈높이로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정치의 프로가 국민과 똑같은 안목을 가진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지도자는 나라전체를 보아야 하고 국제정세의 추이에 민감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한 걸음 더 격을 높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국민의 단결력, 경제·기술 방면의 성공, 경제적 안정, 군사력·문화방면의 창조적 磁力이다. 자력이란 국가의 이념이 얼마만큼 국민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력, 나라의 힘이란 경제력과 외교력의 짜 맞추기라 했다. 국제풍운이 심상치 않은 때일수록 국력이 첫째 순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

 선거를 치른 후에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물러나는 대통령 사이에 허물없이 진정으로 국정을 걱정하는 대화의 순간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소중한 한 표를 바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