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호 2012년 12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베리타스홀이 탄생하기까지…

30년 넘게 나의 꿈이었고 삶의 전부였던 실내 건축디자이너라는 이름을 지우고 멀리 떠나 파리로 돌아가 쉬고 있던 2010년 초 여름, 미대동창회 金鳳九회장님으로부터 마무리돼가고 있던 SNU장학빌딩 안의 명예의 전당 디자인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2년여를 찾았다고 하시는 회장님의 성의에 감탄해 “해 드릴게요”라고 대답을 했다. 이 분야의 훌륭한 선후배님들이 많은 만큼 나에겐 영광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컸다. 장학빌딩은 심정적으로 도운 동문들의 응원과 몸소 좌충우돌 뛰어다니신 회장단들의 노고로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되는 시기에 있었다. 7천여 명의 후원 동문들의 정성과 1천만원 이상의 후원으로 특지·기금장학회를 운영하시는 동문들 특히, 10억원 이상의 사재를 후원해주신 19명의 동문들! 다른 대학 같으면 10억원 이상 후원한 사람이 한 명만 돼도 자랑스러운 모교인물로 크게 광고하지 않았을까?
이런 내용을 알고 어깨를 으쓱대며 후원해 주신 동문들을 자랑하는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동문들은 안에서는 나라를 끌고 나가는 중심축이며, 밖에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실력과 명성으로 중심축이 돼가고 이렇게 하다보면 세계뿐만 아니라 우주도 이끌어 나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며칠간의 설친 밤잠과 고민 끝에 나는 나의 사랑하는 굵은 연필을 집어 들었다. 명예의 전당을 우주선이라 상상하면서 우주에는 해와 달이 뜨고 별이 반짝이며 저 멀리에는 지구가 있고, 그 안에는 돌과 흙이 있고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있고 물이 흐르며 그 중심에는 모교가 있는 디자인 콘셉트를 잡았다.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평가와 디자인을 정리하며 전시 코너와 휴식 코너 등으로 나눠 공간 활용에 대한 평가를 위한 회의와 PT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진행해 네이밍 작업을 마쳤다. 이후 스크린 영상과 음향에 대한 논의를 거쳐 드디어 오늘의 `베리타스홀(Veritas Hall)'을 완성했다.
그러나 처음 17층 꼭대기에 자리 잡기로 했던 장소는 나중에 살펴보니 전시장이 들어설 여건이 되질 못했고 우리의 우주선은 4층에서 잠시 멈칫하다가 2층에 면적을 더 활짝 넓힌 채 서서히 상륙하게 됐다. 여기에서 둥근 원형이었던 우리의 우주선은 알에서 껍데기를 깨고 나오듯 사각형 형태가 됐다. 7천여 명의 후원 동문명판이 정면에 느티나무를 상징하는 동벽위에 새겨져 반짝이고 좌측 벽에는 1천만원 이상을 후원하고 특지·기금장학회를 운영하시는 동문들의 동명판이 있고 그 가운데에 10억원 이상을 후원하신 동문들의 아름답고 멋진 얼굴 부조가 물결을 이루며 장식돼 흔히 보는 부조의 딱딱한 표현과는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미술전시회를 할 수 있는 공간 우측 벽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짙은 푸른색으로 장식해 그 위에 서울대 연혁과 동창회 연혁,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관악대상 수상자, 언론인 대상 수상자 명단을 새겨 넣었다. 아직 비어있는 노벨 수상자 코너는 명단을 기다리고 있다.
미술전시회나 작은 음악회,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영상스크린과 음향시설도 갖췄다. 연말연시의 작은 모임, 사교와 비즈니스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과 휴식 코너도 마련했다. 동창회관이 장학빌딩으로 태어나 장학사업이 앞으로 젊은 세대들의 위상을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확실히 하게 될 때 우리는 하나하나의 흩어진 모래가 아니라 정성과 후원의 연결고리로 뭉쳐진 진흙의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다.
드디어 2012년 겨울에 한해를 마무리짓는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는 10월 25일 3시에 우리는 그동안의 비밀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서울대와 서울대총동창회의 무한한 발전을 약속하면서 이렇게 그동안 애쓰신 분들의 꿈은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