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16호 2012년 1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경찰위원회 成 樂 寅위원장








 - 우선 제8대 경찰위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3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업무는 많
이 익숙해지셨는지요.

 “경찰, 검찰 등 이쪽 분야는 제가 헌법학교수로서 평소 자주 관심을 갖던 분야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적응을 하고 있습니다.”

 - 만장일치로 추대됐다고 들었습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는 그동안 비상임직을 많이 맡아봐서 경찰위원장도 좀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했는데 막상 업무를 접하고 보니 능력에 비해 과분한 중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우리 경찰의 떨어진 위상을 올리고, 자긍심을 갖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입니다.”

 - 경찰위원회가 어떤 성격의 기관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데, 간략한 소개 말씀을 부탁합니다.

 “경찰위원회는 지난 1991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해야겠다'는 취지에 따라 경찰법에 신설됐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찰은 차관급이 청장 한 명뿐일 만큼 직급이 굉장히 낮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경찰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에 차관급 상임위원 한 명을 두고 위원장은 장관급 예우를 합니다. 이를테면 경찰청장 임명 동의안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할 수 있지요. 위원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검찰과 경찰에 휘둘리지 않도록 최근 3년간 당적이 없어야 하며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의 근무 경력도 없어야 할 정도로 엄격한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경찰위원회가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찰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대해서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그에 따라 경찰청에서 집행하는 이원적 구도를 설정한 것 같습니다.”

 - 실제 경찰 기구 조정도 위원회의 역할인가요.

 “그렇습니다. 경찰과 관련된 인사, 기구, 예산, 조직 등 모든 주요 정책에 관해서는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 취임사를 통해 경찰 내부의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경찰 조직이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경찰관만 10만5천명이며 의경 및 일반직원 등을 합하면 13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입니다. 그러니 날이면 날마다 내부적인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나 경찰이라는 조직은 국민들이 편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24시간 깨어있어야 되는데 비리문제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따름입니다. 따라서 13만 조직 중 일부의 문제로 인해 24시간 잠도 못자고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경찰관들까지 덤터기를 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취지로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 강조한 것입니다.

 한편 경찰법상 경찰위원회의 직무에 부패척결에 대한 문제가 명시적으로 있지 않은데 이를 정식으로 상정할 방침입니다.”

 - 3년 임기 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경찰은 행정경찰과 사법경찰로 양분돼 서로의 역할이 다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하나의 경찰로 보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 수준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첫 번째 덕목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수호이며, 여기에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경찰입니다.

 19세기 국가의 역할을 최소로 하던 `야경국가(夜警國家)'도 경찰(警察)과 같은 `경'자를 썼습니다. 밤의 질서를 지켜주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할 일이며 그만큼 경찰은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아직도 경찰이 일제시대의 순사, 자유당 시절의 권력 앞잡이 정도로 인식하며 불편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정말 우리 경찰이 있어 고맙다. 나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신뢰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신 것이 있다면.

 “최근 국가정책적으로 `9급 공무원은 고졸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법안이 개정된 것을 아시나요? 이 때문에 법과 관련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9급 순경모집에 응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형법, 헌법 등 법과 관련된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는 조직은 큰데 반해 그 조직에 상응하는 만큼의 교육 및 직무훈련 등의 체계가 정비돼 있지 않아 순환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 `182' 경찰민원콜센터를 11월 2일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경찰과 관련된 각종 민원 사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지요. 이처럼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에 힘쓸 방침입니다.”





 - 경찰의 실적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경찰의 실적주의는 일반 직장인의 실적주의와는 다릅니다. 좋게 보면 범인을 많이 검거한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국민을 범인으로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실적주의로 인해 선량한 시민이 경찰의 강압에 의해 범인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에게 끝없이 봉사하는 자세로 묵묵히 일하는 것이 바로 경찰의 실적주의여야 합니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자긍심을 가져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수가 제대로 해야 합니다. 임명 동의안에 관해서는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할 생각입니다. 정치권 연고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경찰 내부에서 충분히 선망을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어야 합니다.”

 - 일선 조직의 총수로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것이 조직 전체의 사기를 올리는 것이고, 그리되면 총수를 자기의 마지막 공직(公職)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검찰대비 경찰총장의 직급이 너무 낮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직급도 13만 조직의 총수에 걸맞게 올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최근 대선 주자 내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큰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이와 관련 위원장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검찰이 법적으로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모델인데 외국의 입법례에도 없고 현재는 과도기적 양상으로 변모했습니다. 통상적인 의미의 수사를 지금의 검찰 인력으로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일반수사의 90% 이상을 경찰이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현실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찰도 사법경찰의 전문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평생 수사도 해보지 않은 행정경찰이 수사권 독립에 같이 묻어가면 안 되는 것이지요. 경찰 자체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수사와 행정 등 전문적인 특화된 영역으로 조직을 크게 재편해보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잠시 화제를 바꾸지요. 한국법률가대회가 지난 10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인지 설명해 주세요.

 “법학은 전세계적으로 법학회가 따로 없고 공법학회, 민사법학회, 형사법학회 등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가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1960년 한국법학교수회가 창설됐습니다. 특히 1998년에는 처음으로 법학자 전체를 아우르는 제1회 한국법률가대회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법학자 대회는 초기 법학자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법조 실무계에서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지금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대한변협, 한국법학교수회, 한국법학원이 모두 참여하는 법률가 전체의 학술대회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는 사실상 국내 법학계의 가장 큰 행사입니다.

 올해는 `사회통합과 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 학회에서 활동하시는 것 외에도 각종 위원장 역할을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많이 활동을 하는 대신 비상근직만 하고 있어 30년 동안 한 번도 학교를 떠난 적은 없어요. 법무부, 검찰에서만 5개의 위원장을 맡았었습니다. 현재 대표적인 것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과 법교육위원장,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입니다. 특히 법교육위원장의 경우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법교육지원법을 만들면서 초대 위원장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활동을 하시다보면 각 분야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도 생길 것 같습니다.

 “전공과 관련된 일들도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공부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언론법 저서를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그전에는 언론윤리관련 저서들만 있었고 언론법 관련 저서는 없었습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을 하면서 선거법론도 법학자로서 최초로 발간했습니다.”

 - 지난달 12일 金哲洙명예교수님의 `헌법과 기본권의 현황과 과제' 봉정식에 직접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특별한 인연이 있지요. 제가 金哲洙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유학을 갔었습니다. 교수님의 회갑 정년 때는 많은 제자들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제자들도 다수가 정년퇴임을 한 상태라 이번 봉정식 때는 제가 팔순기념논문집간행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 법조계에서만 30년 이상을 지내셨지요. 외부에서는 법조계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데, 내부에서 보시기에는 어떠신지요.

 “법조계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 시각도 인정합니다. 법조계가 폐쇄적인 면이 크지요. 또 재판을 진행하던 법관이 옷을 벗자마자 재벌의 방패역할을 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제도적인 장치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반면, 긍정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법률가 집단은 국민소득 천불 미만일 때도 그나마 재판을 깨끗하게 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금도 제3세계 국가에서는 돈을 받고 재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사법부는 나름 역할을 잘했다고 봅니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진영에서 간헐적으로 개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헌법을 전공한 교수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1948년 우리나라 정부가 수립된 이래 1987년까지 39년 동안 헌법이 9번 개정됐습니다. 그 중 전면 개정된 것이 3·5·7·8·9차 총 5번입니다. 특히 지난 1987년 9차 개헌 때는 `여·야 8인 정치협상'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처리하면서 헌법규범이 앞뒤가 맞지 않는 사안이 많습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국가생활을 규율하는 기본법입니다. 지난 25년간 시대도 많이 바뀐 만큼 이제 헌법 개정을 통해 현재 논쟁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면서도 권력 분점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위원장님은 어떤 대학시절을 보내셨는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동숭동 재학시절 우리는 3선개헌, 유신 등 굵직한 사회문제로 인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어느 날 법대의 한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지금 朴正熙대통령이 대만식 총통제를 하려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나서 외국으로 망명을 가시게 돼 급히 타 대학에서 교수님 한 분을 모셔왔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수님이 쫓겨났다는 생각에 새로 오신 교수님을 반대하는 데모를 했었습니다. 아주 점잖은 교수님이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 `이것만은 반드시 지킨다'는 철칙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가치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인간사회는 진실이 결국 승리한다고 봅니다. 법과 정의란 진실이 이기도록 설계된 원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진실이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진실이 승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얕은 꾀, 얕은 수에 스스로 넘어가지 말고 진실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많은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필요하실텐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지금은 제가 봐도 환갑을 지난 나이치고 굉장히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릴 때는 말도 못하게 약했습니다. 20대 때는 죽을 고비도 넘겼었는데 병이 낫고 나니 다시 방심하게 돼 40대에 또 다시 병에 걸렸었지요. 그때 내가 살길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니 `하루에 한 번씩 땀을 흘려라'라고 하더군요. 그 길로 바로 헬스클럽에 등록해 5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런닝 머신에서 땀을 뺐더니 20대 때에도 꼭 챙겨입던 내복을 지금은 입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졌습니다. 건강이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 동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앞서 법조계가 폐쇄적인 면이 강하다고 했지만 서울대인들 역시 자신만의 성(城)을 쌓는 경향이 큽니다. 그래서 늘 `지혜는 있되 가슴은 따뜻하지 않다'는 말을 듣습니다. 예컨대 매년 모교에 5만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견학을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학 차원에서 그 학생들에게 가슴 따뜻한 한마디 건네주는 배려도 없습니다. 우리 서울대인이 먼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모교 역시 그런 점에서 단순히 학교홍보 비디오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끝내지 말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또한 서울대인이라면 어느 분야를 가더라도 그 조직의 리더가 될 사람들인 만큼 시야를 넓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朴짳載기자·정리 = 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