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16호 2012년 1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참여, 협력 그리고 영광



 소통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e메일보다는 문자, 문자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얼굴을 마주 하는 만남이 사람의 마음을 연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건 물건이나 객관적 사실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리 자주 문자나 카톡을 주고받고 페이스북 담벼락 메시지를 교환해도 가깝거나 친근하다는 느낌은 단 한번의 직접 만남에 미치지 못한다.

 만나봐야 서로의 속마음도 알고 어떻게 지내는지 형편과 사정, 원하는 게 뭔지도 파악할 수 있다. 표정과 눈빛만으로 짐작 가능한 대목이 있는 것도 물론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만으론 그저 아는 사람은 늘어 날지 몰라도 궂은 일도 거들어줄 수 있는 진짜 친구를 만들긴 어렵다. 만나서 얼굴을 맞대야 생각하게 되고, 생각해야 돕거나 협력할 수 있다.

 만남은 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모습과 삶을 통해 잊고 있던 일을 깨우치거나 심기일전하게 되는 까닭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도 적지 않다. 만남엔 이처럼 커다란 힘이 있다. 동창회는 바로 이런 만남을 제공한다.

 모교의 개교기념일인 10월 15일 전후 열리는 `홈커밍데이 행사'는 서울대 동문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큰 잔치다. 지난 10월 21일 모교 교정에서 마련된 올해 행사에도 6천여 명이 가을의 정취 및 동문과의 푸근한 만남을 만끽했다. 부부가 함께 혹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미술관, 박물관, 규장각 등 교내 시설을 둘러보고 단풍 곱게 물든 교정을 거닐었다.

 모교 및 동문과의 만남은 뿌듯한 한편 입학했을 때의 기쁨과 포부, 재학시절의 고민과 희망, 졸업 후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겨레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교와 그곳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어제가 아닌 오늘과 내일의 영광을 위한 길을 모색하도록 이끈다. 만남은 이렇게 새로운 참여를, 참여는 개인적 이해를 넘어선 협력을 낳는다.

 서울의 새로운 교통요지 마포구 도화동에 건립된 19층짜리 새 동창회관(장학빌딩)은 참여와 협력의 상징이다. 장학빌딩 임대 수입으로 총동창회에서 모교 후배들에게 지급하던 장학금은 5억여 원에서 특지 25억여 원과 일반 5억여 원을 합쳐 30억여 원으로 6배 이상 크게 늘었다. 모래알 같다던 서울대 동문들이 총동창회의 깃발 아래 만나 십시일반 동참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10월 25일엔 장학빌딩 건립에 참여한 동문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베리타스홀(2층)' 개장식이 林光洙총동창회장과 모교 吳然天총장 등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영광스런 이름들이 길이 보전될 베리타스홀은 커피숍과 그랜드피아노를 갖춘 동문간 만남의 장일 뿐만 아니라 복합문화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만남은 소통, 소통은 참여, 참여는 협력, 협력은 영광을 부른다.

〈朴聖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