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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호 2012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법무법인 송백 吳 允 德대표변호사




 한때 우리나라 사법고시의 메카였던 서울 신림동 고시촌.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법무법인 송백 吳允德(행정61 - 65)대표변호사는 이곳 신림동에서 2003년부터 8년 동안 사재를 털어 쉼터 `사랑샘'을 운영하며 휴게, 상담 및 명상을 위한 공간과 명사 강연 등을 제공해 왔다. 삭막한 환경에서 힘겹게 공부하던 고시생들에게 사랑샘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었다. `신림동 멘토 변호사'로 알려진 吳동문은 사랑샘이 건물 재건축으로 지난해 2월 문을 닫게 되자 보증금과 이주비 등 5억원을 대한변호사협회에 기부했다. 그리고 지난 2월 吳동문의 기금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토대가 된 `대한변협 사랑샘재단'이 설립됐다.




 쉼터 사랑샘의 봉사정신이 재단의 형태로 부활하게 된 과정에는 모교 동문인 대한변협 辛永茂(법학63 - 67)협회장과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있었다. 기금을 뜻있게 운용할 수 있는 재단을 찾아 수소문하던 吳동문은 어느 날 서울 서초동 대한변호사회관 로비에서 우연히 辛협회장과 마주쳤다. 모교 재학 시절 `인간존중'을 이념으로 하는 `한국 휴머니스트 학생회'에서 함께 활동한 두 사람은 50년 전 쌓은 우정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사이였다.

 “차를 마시면서 辛협회장이 근래의 안부를 묻기에 사랑샘 정신을 이어줄 수 있는 재단을 찾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어요. 마침 辛협회장도 공동선을 향한 변호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었더군요. 서로 뜻이 맞은 데다 50년 동안의 우정이 있다 보니 단번에 대한변협 산하에 사랑샘의 정신을 계승·확대하고 발전시키는 재단을 설립하기로 결론이 나게 됐어요.”

 사랑샘재단은 향후 기부금 모금 등을 통해 규모를 점차 늘리고 미취업 및 실직 청년을 위한 상담과 강연을 개최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며, 공익활동 변호사와 경제적 고충을 겪는 예비 법조인에 대한 격려와 사회봉사 교육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청년층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봉사 및 지원과 법률교육 등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辛협회장도 사랑샘 정신에 공감해 지난 9월 24일 사재 3천만원을 재단에 기탁했다.

 혹자는 `출세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돕는다'며 고시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吳동문을 폄훼하기도 한다. 그러나 吳동문은 세간의 이런 편협한 생각에 대해 단호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약육강식의 경쟁사회는 이기주의적인 인격체를 만듭니다. 따라서 사회지도층으로 진입하려는 경쟁 과정에서 인격적 황폐라는 큰 손실이 발생합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떤 인격체로서 사회를 바라보는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젊은 날 인간존중과 봉사의 참 정신을 깨닫게 된다면 사회지도층이 된 후에 보다 많은 사람에게 그 정신을 베풀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월 22일 법대장학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吳동문은 “우리나라의 사회공헌 문화에 있어서, 기부를 하는 문화가 아직 미흡한 것도 문제이지만 귀한 돈을 기부 받은 뒤 기부정신을 잘 살려나가면서 제대로 관리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미숙한 것도 문제”라고 일침을 놓았다.

 “모든 기부는 그 정신이 올바로 된 것이어야 합니다. 나눔을 행하는 이들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정신적, 인격적 진정성을 갖고 물질적인 기부 외에 직접 봉사에도 나서야 합니다. 기부자의 정신을 수혜자가 알게끔 해야 진정한 기부라 할 수 있습니다.”

 구치소 재소자를 위해 무료로 법률 상담을 진행했으며 각종 장학회와 대학에 수억원의 장학금을 출연하는 등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묵묵히 실천해온 吳동문은 모교와 총동창회 역시 사회공헌의 폭을 보다 확대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모교가 울타리 밖의 열악한 환경과 거기서 공부하는 청년들을 끌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교가 사회공헌의 폭을 넓혀 그 효과가 사회에 골고루 퍼진다면 서울대 폐지론 같은 이야기도 나오지 않게 되겠죠. 총동창회 역시 동문들끼리의 잔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봉사와 나눔이 내재된 조직으로 더욱 크게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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