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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호 2012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서울대 진화론' 본격화해야




 “서울대학교는 올바른 사고와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열린 마음으로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모교 제24대 총장을 지낸 기후변화센터 李長茂이사장은 지난 7월 동창회보 인터뷰에서 `당신의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 이 말부터 꺼냈다. 총장 취임 당시 발표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 모교의 첫째 사명으로 강조한 내용이라고 했다.

 李 前총장은 또 “서울대는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뛰어난 인재가 배출된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면서 “기대가 큰 만큼 사회적 책무도 더 커지고 있다. 모교는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른바 `서울대 진화론'에 방점을 찍었다. 李 前총장은 `서울대의 진화'에 대해 인터뷰 말미에 간곡한 어조로 “동문들에게 더 뜨거운 관심과 사랑,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李 前총장이 공대 학장을 맡았던 1997년 말 IMF사태를 맞아 펼친 `동반자 사회운동'은 실천적 `서울대 진화'의 실례다. 2백여 명의 실직자들에게 2년 동안 모교 공대의 2백여 개 과목을 개방하고 교육을 실시,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당시 여러 언론매체가 `일반인도 관악산이 아닌 관악캠퍼스로'란 제목을 달아 관심을 모았다. 총장 재임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운 모교 재학생 2백여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1천여 명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과외수업을 제공토록 한 일도 `서울대 장학금의 진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대 진화' 화두는 대선 정국이 한창 진행 중인 요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에 맞설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모교가 올해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37위에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도, `서울대의 좌표와 동시에 서울대인의 역할'을 새삼 거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학 내부 측면에서는 지난 8월 인터뷰했던 모교 李俊植연구부총장의 연구역량 강화 계획이 눈여겨볼 만하다. 기계항공공학부장, 연구처장 등을 역임한 李부총장은 대학 자체의 연구인프라 확충에 `연구부총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연구는 결국 장비싸움인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집중적으로 고가의 대형 공용장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모교 법인화와 관련해서도 李부총장은 급여 및 교수임용에 있어 유연성이 생김으로써 해외의 훌륭한 석학을 모교 전임교수로 초빙해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다는 점과 수익수업의 경우에도 복잡한 절차 없이 자체 예산으로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교육연구에 투입해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서울대 법인화=서울대 진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林光洙회장 중심의 총동창회가 모교 일선 학과의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직접 나선 것도 주목된다. 총동창회는 장학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총 12억원을 책정, 학부·학과당 5천만원∼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경우에는 교수당 1과목 지원비로 성과포상까지 포함해 최대 2천5백만원을 지급한다.

 `서울대 진화론' 화두와 함께 “올바른 사고와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남을 위한 봉사는 대학과 제 개인의 사명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관”이라는 李長茂 前총장의 인터뷰를 다시금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