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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2012년 9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한국뇌연구원 徐 維 憲원장





 - 우선 `한국뇌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1998년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됐는데 당시 제가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17조 1·2항에 `앞으로 뇌연구가 1단계 촉진이 되고 나면 국가가 출연하는 독립적인 뇌연구소를 설립한다'라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따라서 1단계가 끝나는 시점에 후속조치로 설립추진단을 2008년 1월에 만들었으나, 그해 2월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결과적으로 4년이나 지연됐습니다.

 원장을 맡은 것은 추진기획단장도 역임한 만큼 우리나라 뇌연구의 마지막 인프라를 구축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뇌연구원이 대구에 위치하고 있어 매주 서울과 대구를 왕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국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 발전할 수 있다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대구간 이동으로 불편함이 크시겠습니다. 뇌연구원이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유치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의 출연연구기관이 20개가 넘으면서 비판이 적지 않아 뇌연구원은 독립적인 특수법인 형태로 만들고자 기획했습니다. 100%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토지는 지자체에서 제공하고 정부에서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원화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천, 대전, 대구·경북 3곳의 지자체가 뇌연구원 유치에 나섰으나 인천과 대전이 경합을 취소하면서 최종적으로 대구·경북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입니다.”

 - 초대 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역할은.

 “뇌연구원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오는 11월 기공식을 할 예정입니다. 이른 시일 안에 연구 인력을 최대 2백명까지 확충하고 그 중 20% 이상을 외국인 연구자로 충당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본 뇌과학종합연구소(BSI)의 경우 현재 6백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완공되면 바로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실험을 미리 시작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의 뇌연구 경쟁이 촌음을 다투고 있기 때문에 연구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대구시로부터 건물을 제공받아 이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연구원 산하기관의 `학생정신보건연구센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학생정신보건연구센터는 무슨 일을 합니까.

 “뇌연구원의 산하기관으로서 우리나라의 심각한 학생폭력, 인터넷 게임중독, 집단 따돌림 문제 등과 관련한 연구는 물론 상담교사 교육을 시행합니다. 청소년 문제의 예방도 뇌연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요즘 뇌를 연구해 보면 전두엽 쪽의 이성의 뇌가 감정과 본능의 뇌를 제어하는 작용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두엽은 유아교육 시절에 많이 발달하는데 요즘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영어, 수학, 국어 등 지적인 것만 배우고 감정과 본능을 제어하는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쉽게 폭발하고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뇌연구를 통해 이런 사람들을 빨리 교화하면 사회병리현상, 사회 범죄도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실제로 최근 들어 학원폭력으로 인한 자살 등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도 뇌발달과 관계가 있는 것인가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경우 3층 이성의 뇌만 자극할 뿐 행복이나 충만감, 자신감 등을 느끼는 감정과 본능의 뇌를 함께 충족시켜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감정과 본능이 메말라 있는 것이지요. 결국 아이들이 굶주린 감정과 본능을 채우기 위해 폭력으로써 순간적인 쾌감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 지식뿐만 아니라 행복감이나 자신감 등 정서적 안정감도 함께 충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전뇌교육입니다.”




 - 원장님께서는 인간의 뇌 구조를 3단계로 표현해 이해도를 높여주시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독자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 부탁드립니다.

 “1층은 목뼈가 끝나는 머리의 아래쪽 부분인데요, 숨 쉬는 기능 등을 담당하는 `생명의 뇌'입니다. 이 부위를 다치면 뇌사가 되는 것입니다. 2층은 생명 다음에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감정과 본능의 뇌'로 이 부분에서 행복함, 자신감, 포만감 등 정서적·신체적 만족감을 충족하게 됩니다. 3층은 `이성의 뇌'인데요, 지식·이성·사고·생각 등을 총괄하는 뇌입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서만 발달된 부분이 바로 3층인 `이성의 뇌'입니다. 그래서 3층을 다른 말로 `인간의 뇌', 2층을 `동물의 뇌', 1층을 `파충류의 뇌'라고도 합니다. 뱀을 애완동물로 키울 수 없는 것은 아무리 귀여워 해줘도 주인을 물어버리기 때문인데 뱀은 2층인 감정의 뇌가 없기 때문입니다.”

 - 미국과 유럽은 각각 `뇌연구 10년 프로젝트'와 `유럽 뇌연구 10년 법안제정' 등을 통해 뇌과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본은 20년간 매년 1조5천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뇌연구에만 투입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뇌연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현재 뇌 분야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앞서 있으며 그 뒤를 중국이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부족합니다. 특정 분야의 경우 90%까지 올라왔지만, 평균적으로 70∼8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뇌 분야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한국뇌연구원이 그 역할의 중심축이 돼야 할 것입니다.”

 - 교육열풍으로 인해 자녀들의 두뇌발달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조기교육이 두뇌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요.

 “뇌과학적인 면에서 언어의 뇌가 가장 발달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시절입니다. 초등학교 시기에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넘기면 이후 배우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외국어 공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결정적 시기는 모국어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어의 경우 모국어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초등학교 이전에 배우면 제대로 배우기가 힘듭니다. 단어만 안다고 말이 술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이 같이 발달해야 표현도 활발해지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언어의 뇌가 빠르게 발달하는 초등학교 시기에 모국어와 외국어를 배우면 보다 효율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언어교육도 뇌발달의 패턴에 맞게 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 심지어 건축물도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맞습니다. 건물 천장의 높이와 창의성이 비례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과거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솔크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소의 천장을 기본적인 건물보다 높게 짓게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후 뇌연구자들과 건축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해보니 실질적으로 건물 천장이 높으면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병원건물을 예로 들면 창의성이 필요치 않고 집중력이 필요한 수술실의 경우 천장이 평균 건물높이보다 좀 더 낮게, 반대로 회복실은 높게 만들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건물도 일률적인 것이 아닌 특성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치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치매는 21세기형 질환입니다. 암은 이제 초기에 발견만 하면 거의 완치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치매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뇌건강에 힘써야 합니다. 저는 이를 위한 행동지침으로 즐겁게 많이 해야 할 일곱 가지(7多)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3不)인 `뇌발달 및 치매 예방 10계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치매예방을 위한 일곱 가지 계명은 무엇인가요.

 “뇌를 항상 움직이게 해서 신경세포가 정보·전달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20∼30분이라도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요약해서 간단하게라도 손으로 써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말하기 운동입니다. 읽고 쓰고 말하는 세 가지가 뇌를 강화시키는 최고의 운동입니다.

 두 번째는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뇌의 전체 기능 중 50%가 손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만큼 뇌운동과 손은 직결돼 있습니다. 손이 부지런한 사람이 장수한다고 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것, 대표적으로 요리를 하는 것 등이 뇌발달에 좋습니다. 라면 끓이는 것 같은 단순한 요리 말고 최소한 잡채를 만드는 정도의 머리를 쓰는 요리를 하면 좋습니다.

 세 번째는 잘 먹고 충분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아침에 만들어져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듭니다. 밤이 되면 신경전달물질이 모두 소진이 되면서 잠을 자게 됩니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의 3대 영양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골고루 풍요롭게 먹어야만 합니다. 또 잘 때와 쉴 때 만들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자고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을 자지 않으면 뇌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뇌운동과 손운동,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치매예방에 좋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나머지 네 가지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네 번째는 긍정적·낙관적 사고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긍정적·낙관적 사고를 가지면 감정과 본능의 뇌(2층)에서 이성의 뇌(3층)로 가는 회로가 활짝 열리게 됩니다. 뇌 신경세포는 참으로 독특해서 플라스틱처럼 무한히 만들어질 수 있는 반면 한번 소멸되면 다시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뇌 강화운동을 하면 신경세포가 처음에는 1차선이었다가 반복훈련과 강화를 통해 8차선 고속도로가 된다고 설명하면 쉽습니다. 신경회로를 부지런히 강화하면 8차선 고속도로가 16차선으로 확장되지만, 반대로 부정적·비관적 사고를 가지면 고속도로가 일시에 폐쇄됩니다. 따라서 공부를 할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즐겁게 해야 더 기억도 잘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씹는 행위, 저작운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아가 있는 노인보다 그렇지 않은 노인의 치매발생 확률이 40∼50% 높습니다. 저작운동을 할 경우 우리 기억의 해마가 활성화돼 기억력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친다고 하는데, 한번에 30번씩 씹으며 30분 이상 식사를 하는 것이 뇌건강에 좋습니다. 실제로 연구결과 30분 이상 식사를 하며 저작운동을 할 경우 해마로 가는 혈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섯 번째는 취미 및 봉사활동을 통해 많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양반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며 더불어 사는 것이 좋습니다.

 일곱 번째는 좌뇌와 우뇌를 함께 쓰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좌뇌는 논리적·분석적·계산적 기능을, 우뇌는 감정적·감각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남성은 좌뇌를, 여성은 우뇌를 더 많이 쓰고 있는데 양쪽 두뇌를 같이 쓰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그렇다면 뇌건강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스트레스는 뇌세포 회로를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반복되면 치매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그것을 얼마나 빨리 이완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스트레스가 오더라도 “이까짓 거, 별거 아냐”하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빨리 날려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머리에 외부적인 충격을 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잠깐이라도 잃어버릴 경우 치매발생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고 합니다. 뇌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술, 담배, 비만, 저체중을 피해야 합니다. 고도비만의 경우 치매발생이 2배 이상 높아집니다. 체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경우에도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어 역시 치매발생 확률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치매예방과 장수를 위해서는 평균보다 약간 많은 것이 오히려 좋다고 합니다.”

 - 치매예방법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시니 이해가 훨씬 잘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원장님께서 인생의 지표로 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칙과 약속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칼날 위에 서 있는 완고하고 좁은 원칙은 곤란하겠지요. 어느 정도는 융통성이 있어야겠지요. 그래야 삶이 윤택해지고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 저희 동문들 중에도 자녀교육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는 사실만으로도 제 아이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지요. 서울대 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요즘 세상에 부모가 서울대 나왔다는 것만큼 원초적인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라' 강요하지 않았어요. 학원도 따로 안 보냈고 과외를 시켜본 적도 없습니다. 다만, 집에서 제가 직접 같이 공부를 해주고 방학 때는 함께 여행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말하자면 뇌 기반교육을 시킨 셈인데요, 진로문제에 있어서도 아이의 적성에 맞는 분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줬을 뿐입니다. 다행히 자기 길을 잘 찾아서 잘 가고 있습니다.”

 - 평소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이 있다면.

 “따로 운동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주로 많이 걸어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항상 긍정과 낙관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한 번 해서 안 되는 것은 두 번, 세 번 도전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골프를 치는데,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하니깐 욕심을 내고 치는 사람보다 오히려 성적이 더 잘 나옵니다.”

 - 후배 동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각종 폭력이 난무하고 세상이 갈수록 어떤 숭고한 가치를 찾고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남을 먼저 배려하고, 특히 우리 뇌의 도덕성과 인간성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외부에서는 서울대생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우리 동문들이 더욱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면서 봉사하는 자세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또 비판은 좋지만 비판한 것은 본인 스스로도 실천해 나가는, 즉 실천이 동반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 = 朴짳載기자·정리 = 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