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호 2004년 9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졸업생들, 당당하고 겸손하게
올해 후기 학위수여식이 거행됐다. 오랜 노력과 인내 끝에 서울대 졸업생이 된 이들에게 진심으로 힘찬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졸업생 가운데엔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거나 취직을 한 사람도 있을 테고 미처 뚜렷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힘겨운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동문이라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울타리 안에 들어오게 된 만큼 기쁘고 뿌듯하겠지만 한편으로 착잡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졸업은 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의 경우 학교가 아닌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진정한 출발일 수 있다. 서울대 동문이 된다는 건 일생동안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하는 동시에 부러움에서 비롯되는 질시와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서울대 동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와 요구는 실로 크다. 실력 면에서 탁월해야 함은 물론 사회와 시대에 대한 의무를 기억하고, 언제 어디서나 주위를 배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또한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면 그것밖에 못하느냐는 식의 핀잔을 받을 수 있다. 남들 같으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일이나 행동이 서울대 출신에겐 국가 사회가 준 특혜와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이고 괘씸한 짓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디 잘하는지 보자」는 식의 매서운 눈길이 주어지는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은 사회 각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기존 동문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거니와 이제 대학문을 갓 나선 새내기 동문들에겐 더욱더 힘겨울 수 있다. 남달리 날카로운 시선과 주목은 격려와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견디기 버거운 압박일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런 부담과 압박은 전적으로 우리 사회 엘리트로서의 서울대 동문에 대한 선망과 기대 때문이다. 서울대 동문이 됐다는 건 학창시절 남보다 더 노력한 결과 무슨 일이든 잘해낼 수 있는 크나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울대 동문에겐 주위의 눈길에 상관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잘 구현해낼 책무가 있다. 진정한 엘리트는 지적 능력은 물론 기개와 용기, 너그러움, 남보다 엄격한 윤리의식으로 자신의 판단과 행위에 책임지고, 사회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갖고,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한편으로 세상은 냉정하고 시선은 차갑다. 애써 따낸 서울대 졸업장이 프리미엄이기는커녕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독한 입시지옥을 견뎌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벅찬 마음과 크나큰 포부, 재학 중 무시로 닥쳤던 절망과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와 도전의식으로 재무장하면 어떤 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교문을 나선 졸업생들이 서울대 동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발전의 동력으로 삼되 겉으로 드러내 주위의 눈총을 초래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괜히 겁내거나 기죽지도 말고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음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서울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극복했으면 싶다. 어울려야 할 때와 혼자 있을 때를 구분하고, 무슨 일이든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서울대 동문이 되기까지의 끈기와 노력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겸손한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면 급부는 실로 눈부실 것이다.
〈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