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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2004년 9월] 뉴스 본회소식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배경은 무엇인가?

"패권주의적 발상 … 역사를 국경문제와 연계 말라"

한반도 통일 대비-중국의 포석
민족뿌리 훼손행위 절대 안돼
朴勝俊 : 지난 8월 24일 방한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이 고구려사와 관련해 외교통상부와 5개항의 구두양해 사항에 합의하면서 본국의 훈령을 들어봐야겠다고 했습니다. 고구려사와 관련된 전문을 보내면 중국에서 누가 검토를 하게 되나요. 그것을 검토할 사람이 우다웨이 부부장 아닌가요? 鄭鍾旭 : 우다웨이 부부장이 실무책임자이지만 그 위에 탕자쉬앤(唐家琁) 외교부장, 리톄잉(李鐵映)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국사회과학원장 등이 있겠죠. 북한문제, 통일한국문제뿐만 아니라 소수민족 정책과도 걸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부부장 선에서 결정을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朴勝俊 : 우다웨이 부부장은 가을학기 교과서에 고구려사 왜곡 내용을 싣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지방정부에서 하는 일까지 우리가 간섭할 수 없다고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 鄭鍾旭 : 중국이 동북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대형 학술과제로 시행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낙후된 옛 만주지방의 경제건설이라는 측면이죠. 이것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체제가 되면서 서부대개발(西部大開發) 계획과 같은 맥락에서 동북지역 경제발전을 강조하는 것이죠. 둘째는 역사정리문제입니다. 이것은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센터(邊疆史地硏究中心)에서 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원은 중앙정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인데, 단순히 지방정부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朴勝俊 : 몇 년 전에 SBS 취재진이 랴오닝성(遼寧省) 환인(桓因)지역 등을 취재하려다 현지 공안에게 연행돼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안내를 맡았던 조선족 가이드만 억류되었다가 풀려났는데, 그 가이드는 그곳 공안들로부터 『역사와 국경에 관한 문제는 지방정부에서는 잘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중앙정부로부터 관련 기록들이 도착하자 조사를 시작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역사와 국경에 관한 문제는 명백히 중앙정부에서 하는 것이며 지방정부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鄭鍾旭 : 그리고 또 한가지는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것도 중앙정부가 하는 일이죠. 아시겠지만 중국 역사에서 많은 왕조가 영토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이것이 55개 소수민족과 관련돼 있어서 중국 정부입장에서는 대단히 골치 아픈 문제로 발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행동에서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중국 내의 소위 민족주의적 정서의 확산입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4세대 지도층은 1·2·3세대와 비교해서 민족주의적인 철학, 가치관이 대단히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북한의 장래에 대해서 중국 4세대 지도자들이 상당한 우려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장에 어떤 급변사태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된다면 중국에게는 커다란 안보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 김일성 사망을 전후해 중국에서는 한반도의 여러 가지 안보정세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고 봅니다. 극단적인 추정이긴 하지만 북한에서 어떤 급변사태가 나서 북한정권이 붕괴되었을 경우에는 중국이 소위 중조변계조약(中朝邊界條約)에 의한 군사적인 개입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朴勝俊 : 동북공정의 프로젝트 설명서를 살펴보면 간도(間島)문제도 게재돼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근대에 들어와서 한반도와 관련해서 맺은 국경협약의 첫 번째가 1909년 청나라가 일본과 맺은 간도협약이고, 그 다음이 1962년 북한과 맺은 중조변계조약입니다. 만약에 북한이 붕괴하거나 통일한국이 탄생할 경우, 한국과 새로운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한국이 고구려 유적이 산재해 있는 서(西)간도 일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 어떻게 새로운 경계선을 설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동북공정은 역사의 문제가 아니고 분명히 국경선에 관한 문제인 것입니다.  제가 중국 관리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북한의 붕괴에 대해 그들은 10년 이내로 내다본다고 합니다. 북한 김정일의 건강이 현재대로라면 10년 정도 갈 것 같다는 얘기죠. 김일성은 김정일을 후계자로 길러서 40대부터 국가업무의 결재를 하게 했는데, 지금 김정일은 후계자를 기른다는 흔적이 없는 데다가, 현재의 건강상태라면 10년 이내에 이상이 생긴다는 거죠. 그러면 북한군부가 굴러다니는 권력을 쥐게 될텐데 그때 북한군부가 북경으로 연락을 취할지, 아니면 서울로 연락할지, 그것도 아니면 미국과 타협을 할지가 주목된다는 거죠.  아무튼 북한정권이 살아있는 경우에는 중국의 자동 개입조항이 포함돼 있는 중조우호조약이 적용될 것이고, 북한이 붕괴되면 결국 북한지역을 놓고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의 근거로써 고구려사 문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鄭鍾旭 : 북한의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확정된 게 1974년 김일성이 62세 때였습니다. 지금 김정일이 62세이니 후계자 선정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물론 김정남, 김정철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복잡한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약문제와 관련해서 간도문제도 말씀하셨지만 통일이 되는 경우에는 북한과 중국사이에 체결한 조약에 우리가 구속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국경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 중국에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오래전부터 조직적으로 검토해 왔을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그동안 조직적인 검토나 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무엇을 했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사실 이번에 불거진 고구려사 문제는 우리의 주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근거를 마련해서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대처해야 합니다. 만약 역사적인 부분에 애매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학술차원에서 연구하고 밝혀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이고,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니까 고구려가 과거에 지배했던 영토도 중국의 영토라고 하는 중화사상(中華思想) 내지는 패권주의적(覇權主義的) 발상은 우리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죠. 朴勝俊 : 지난 8월 27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盧武鉉대통령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양국 정부간 합의에 따른 신속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만 앞으로도 통치권 차원에서 우리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해야 할 것입니다. 鄭鍾旭 : 양국의 현안문제는 가능하면 빨리 해결을 봐야 한·중 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더욱 발전되게 되면 고구려사 문제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들이 대두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한·중 관계에 대한 전술적인 평가와 기대 등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朴勝俊 : 최근에 중국 외교부가 「한·중·일 공조」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9월에 첫 한·중·일 미디어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한·중·일 협력체계를 한·미·일 체계에 대한 대항마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결국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 외교부의 한·중·일 공조와는 모순이 되는 것이죠.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잘못해서 한국을 잃으면 한·중·일 협력체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동북공정에 관련된 문제는 중국 정부 내에서도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듯 보입니다. 鄭鍾旭 : 그럴 가능성도 있죠. 왜냐하면 중국 정부도 공산당 1당 체제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달라졌을 뿐 아니라, 당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이 다르고, 또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와 다른 부처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고구려사 문제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최고 외교·안보정책 결정기구인 외사영도소조(外事領導小組)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라면 분명한 원칙을 세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 관계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것입니다.

「냉정한대응ㆍ분명한 입장으로 학술적 접근해야」
영토분쟁, 韓中 협력의 걸림돌
남북 손잡고 체계적 대처 필요
朴勝俊 :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다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고, 분명한 입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동북공정과 함께 고대사 문명을 확장하는 이른바 탐원공정(探源工程)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3천년이던 중화문명 역사를 5천년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을 궁극적으로 최고 1만년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인데. 鄭鍾旭 : 정확히 어떤 근거로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이 역사를 시간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차원에서도 확장하려는 것 같습니다. 중화사상의 극치라고 볼 수 있죠. 과연 중국이 정치적, 대외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추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족주의 정서에 따라 학술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朴勝俊 : 중국은 신화(神話)에 등장하는 신농(神農)씨의 동상을 세우는 등 전설 속의 인물을 역사적 인물, 실존 인물로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하가 중화문명의 근거지가 아니고 양자강 유역으로 옮겨 가야한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신화 시대까지 역사를 끌어올리면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역사 왜곡이 점점 그 거대한 규모와 숨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거죠. 鄭鍾旭 : 민족주의는 어느 국가에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요즘 같은 세계화의 시기에는 열린 민족주의로 나아가야지 지금 말씀하신 내용처럼 닫힌 민족주의를 지향한다면 중국 스스로가 발목을 잡는 꼴이 될 것입니다. 19세기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벌어진 아편전쟁(阿片戰爭), 1911년에 일어난 신해혁명(辛亥革命) 등을 겪어온 중국의 현대사는 좌절과 한(恨)의 역사입니다. 지금 중국은 경제적으로 소위 부국강병을 꿈꾸며 옛날의 한(恨)까지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신화를 역사로 끌어오거나 중화사상·모화사상(慕華思想)을 역사적인 현실로 만들려는 우스운 노력을 하고 있는 거죠. 朴勝俊 : 여기서 궁금한 점은 왜 북한이 조용히 있느냐는 것입니다. 1909년에 압록강, 백두산, 두만강으로 연결되는 국경을 확정한 청일 간도협약을 그대로 승계해서 1962년에 중국과 중조변계조약을 체결한 책임 때문인지, 아니면 저우언라이(周恩來), 쑨원(孫文), 마오쩌둥(毛澤東) 같은 사람들의 동북역사에 대한 언급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가만히 있는 것인지요. 鄭鍾旭 : 북한이 특별히 언급할 필요를 못 느껴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이의 제기를 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북한은 지금 중국에게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거든요. 다만 중국의 입장을 북한이 지지한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 남북공조를 펼쳐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朴勝俊 : 중국 외교부 사람들은 이미 북한을 「칸부치(看不起)」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 「신경 안쓴다」는 거죠. 북한은 먹고살기도 바쁜데 역사는 무슨 역사냐 하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죠. 그런데 논리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기에 좀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본인이 말갈족 출신이라고 얘기하는 우다웨이 부부장이 발해를 구성한 민족이 말갈족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북에 사는 자기네들이 고구려의 후예들이고,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다루는데 왜 한국이 관여하느냐』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鄭鍾旭 : 과거에 고구려가 지배했던 영토가 중국의 영토라는 식의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죠. 우리는 고구려가 한국 역사이고, 고구려인들이 우리 조상이기에 만주가 우리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역사적인 현실과 지금의 정치적인 문제와는 연계를 짓지 말아야죠. 朴勝俊 : 최근에 미국의 Mosher라는 학자가 쓴 책(Hegemon : China's plan to dominate Asia and the World)에서 패권주의는 중국의 발명품이고, 패권이라는 말 자체도 중국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부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鄭鍾旭 : 중국이 근래에 들어와서 소련과 미국을 비난하면서 사용한 용어가 패권주의입니다. 그리고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반(反)패권 외교입니다. 다시 말해 소련이나 미국이 패권국가이고, 특히 냉전 질서의 와해 이후에는 「유일한 一超」 즉 「하나 뿐인 초강대국」인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가라는 거죠. 그래서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아시아에서 초강대국으로 성장해 문화적·정치적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가 되고, 동북아 질서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근대화를 이룩하려는 소위 화평굴기(和平堀起)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는 거죠. 이것은 패권주의와는 전혀 다른 반대개념인데, 지금은 오히려 중국이 동북공정이나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가 패권주의적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朴勝俊 : 지금까지 중국정부의 행동을 보면 그동안 추구해온 반(反)패권주의적 외교와는 배치(背馳)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자가당착(自家撞着)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安興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