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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 2012년 8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모교 李 俊 植연구부총장








 - 우선 모교 연구부총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연구처장에 계신 지 7개월 만에 부총장으로 임명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이런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총장 임기가 4년인데 반해 부총장, 처장, 국장 임기가 보통 2년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총장 임기내 2기 보직자들이 출발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기 보직자들이 법인화로써 발전해 나가는 기반을 마련했다면 2기 보직자들의 임무는 그것을 실행해 나가면서 안정화시키는 것입니다. 저 또한 吳然天총장님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글로벌 선도연구중심대학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인 `창의선도 연구자 지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법인화 이후 핵심사업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인가요.

 “국고 예산 2백35억원이 투입된 글로벌 선도연구중심대학 육성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인 창의선도 연구자 선정은 미래에 모교에서 노벨상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제 학술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통해 경쟁을 촉발시키고 연구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 할 수 있지요. 올해는 25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차세대 유망교수부터 연구업적이 탁월한 중견교수까지 총 8명을 선정했습니다.”

 - 법인화 관련 현재 진행사항은 어떤가요. 또한 이후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현재는 정관, 학칙 또한 그와 관련 제반 규정들이 모두 정립·공포된 상태로 법인화됨으로써 취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립대학 체제하에서 시스템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던 급여 및 교수임용에 있어 유연성이 생김으로써 해외의 훌륭한 석학들을 모교 전임교수로 초빙해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습니다.

 대학 재정과 관련해서도 과거 수익사업의 경우, 별도의 법인을 만들거나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창출된 수익은 국고로 들어간 후 다시 예산으로 편성됐으나 이제는 자체 예산으로 확보됨으로써 다양한 교육연구에 투입해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기대가 큰 것과 동시에 법인화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법인화로 인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 등록금 인상인데 오히려 올해 5%가 인하됐으며, 대내외적인 장학금제도를 통해 사실상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기초학문 분야가 고사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기초학문진흥위원회를 설립, 기반학문진흥육성사업으로 5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생들의 대학원 생활 동안 등록금은 물론 논문연구비에서 기초생활비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육성을 강화했습니다.”

 - 연구처장직에 있으면서 진행했던 사업 중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구처장을 맡으면서 `미래연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보통의 대학내 위원회가 자문단 성격이 강한 반면 이는 실질적으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행정위원회 성격이 강합니다. 앞으로 미래연구위원회를 통해 기술수요 예측이라든지 향후 우리나라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연구 및 기술에 대해 도출해 내는 등 모교 명성에 걸맞은 역할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 학교 내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의 R&D와 연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결 통로는 마련돼 있는지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는 고위직 공무원들과 계속해서 논의를 거치고 있었으며 앞으로는 미래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등 R&D 관련 각 부처에서 국과위에 예산을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는데, 각 R&D 부처에서의 사업 기획과정에서부터 직접적으로 관여하고자 합니다.”

 - 기존의 사업 외 임기 중 특별히 역점을 두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 자체의 연구인프라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대학의 예산이 각 단과대, 학부, 교수순으로 순차적으로 배분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교수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연구비가 3∼4천만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장단기계획을 수립해 집중적으로 고가의 대형 공용장비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해외 유명대학을 살펴봐도 특화된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면에서 부족합니다. 연구는 결국 장비싸움입니다. 얼마만큼 훌륭한 장비를 구축했느냐에 따라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 현재 연구수행보다 행정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연구소를 특성화시킬 계획입니다. 인문사회와 이공학부는 물론 예체능계가 함께할 수 있는 연구소를 설립한다면 보다 차별화된 연구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공약이 난무한 가운데 민주당의 `서울대 폐지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부총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교육이라는 것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해야 할 만큼 중요하고도 어려운 사안인데 이것이 대선과 관련해 나왔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정확하게는 폐지론이 아닌 국립대학 통합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는 세계적인 변화 추이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미국의 UC(University of California)를 예로 들었지만 이는 대학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UC는 버클리, LA, 샌디에이고 등 10개의 대학으로 구성됐지만 학생모집에서부터 학위과정 등 모든 부분에서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대학별로 서열화가 존재합니다. 이름만 다를 뿐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대 운영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과거 명문대가 있었지만 1∼13대학 체제로 바뀌면서 세계 랭킹 2백위 안에 들어가는 대학이 전무한 상태가 되면서 프랑스 내에서도 다시 우수한 대학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고요.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봤을 때 국립대 통합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서울대 폐지론이 여야쟁점으로 부각되는 점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모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회적인 학벌 서열화 등에 따른 폐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모교에 대한 외부 시선을 보완하고자 앞으로는 모교 소속이 아닌 타교 학생들에게도 어느 정도 개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도연구중심대학 육성 프로젝트 중 기초학문진흥육성에 포함된 사업인 `브레인 퓨전 프로그램'이 좋은 예입니다. 1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모교에서 처음으로 대학예산으로 지원하는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타 국립대 교수가 참여하는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모교도 울타리만 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학벌 서열화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대해 자체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맞춰 학점교류 등의 좀 더 개방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李五峰논설위원·정리=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