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호 2012년 8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모교 邊 昌 九교육부총장


- 최근 부총장님이 전공하신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 개막식이 멋지더군요.
“저도 개막식 전부는 아니고 일부만 보았습니다. 그 중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인 `템페스트(Tempest)'를 테마로 연출한 장면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템페스트'는 환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화합을 상징합니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주인공들이 과거의 여러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용서하며 미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희망의 개념이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 작품의 무대 배경은 영국이 아니에요. 비영국적인 요소를 가지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역시 문화대국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의미 있는 인문학적 사고를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과연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교육부총장의 주요 업무를 소개해 주신다면.
“교육부총장이 담당하는 분야는 교무행정과 학생, 입학, 국제협력 관련 업무입니다. 물론 교무에서 교수 임용관리도 있지만 학생들의 입학과 학교생활, 또 재학생들이 좋은 수업을 듣고 우수한 인재로 졸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저의 주요한 업무죠.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서울대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길 바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너무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죠. 제자이자 후배인 학생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어요.”
- 혹시 입시제도가 바뀌는 부분을 염두에 두셨나요.
“입시의 화두는 항상 입학시험의 단순화입니다. 단순화 이야기가 계속해서 오고가고 있고 이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그 중 미래의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학부모의 정보력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입시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을 위주로 평가하려고 합니다.
모교는 법인화법의 통증과 후유증, 많은 논란이 지나고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법인화된 이후의 서울대의 큰 틀을 그려보자는 吳총장님의 명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서울대의 모습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학내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그 결론을 바탕으로 학사구조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총장님께서 그런 서울대에 어울리는 인재는 어떤 요건을 가진 친구들이겠냐며 인재 선발 방식과 입시제도도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또 법인화 이후 교수제도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도 모시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모교의 교수제도라는 것이 조교수 - 부교수 - 정교수로 이어지는 하나의 트랙으로 일관돼 있었는데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제도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학내외 구성원과 논의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곧 공식화해서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인데 이때 동창회측 관계자도 위원회에 모실 생각입니다. 전체적으로 계속해서 논의하면서 올해 연말까지는 의견을 도출해보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 대학의 아카데미즘 영역이 줄고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법인화 이후 많은 분들이 자율성과 자유라는 말에 매료돼 이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법인화가 돼도 서울대는 나라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이고 우리나라 대표 대학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적절한 선에서 正道를 지키며 오히려 남들이 하지 않고, 하기 싫어하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나라와 지식체계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모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고, 너무 현실적인 필요와 욕구나 수요에 따라다니는 대학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이 서울대가 법인화 초기에 지켜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흔히 말하는 서울대 폐지론 혹은 변형 문제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지요.
“서울대 폐지가 말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사회는 경쟁 사회여서 1등과 2등이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서울대가 없으면 다른 대학이 1등이 되겠죠. 그럼 그 대학을 또 없애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한다는 건지요? 특히 정파 간의 이런 공약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양식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서울대를 물리적으로 폐지하는 것보다 오히려 과거에 서울대가 지녔던 부정적인 부분, 즉 독점과 독식을 없애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의식과 제도를 개선하면 건전해집니다. 사회가 건전해지려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서로 토론하고 의논하면서 계속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고 변화를 모색해야겠죠.
과거 우리 사회가 워낙 좁고 작아서 대학도 몇 개 없었죠. 그러니 서울대 출신들이 사회의 모든 부분을 독식하게 됐죠. 고시만 해도 합격자 80%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었으니까요. 그런 과거에 대한 폐해를 현재에서 찾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고시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서울대 점유율이 조금씩 줄고 있어요. 점점 서울대 폐지론의 근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라져버린 과거의 부작용을 가지고 계속 그 주장을 하는 게 옳은지…. 이제 우리 사회는 그 단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금 40대 이하의 세대는 서울대가 독점하는 분야가 거의 없어요. 이미 그 분들도 다 아실 거예요.(웃음)”
- 安哲秀교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철수 클라우딩' 이런 부분이 서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그 부분은 安哲秀교수의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의 선택을 우리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고 그 선택 또한 서울대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 安교수 이미지가 서울대가 그동안 지녔던 일부 부정적인 것과 다른 점에서 서울대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교육은 홍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오늘 아침에 현관문을 나오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아, 오늘도 정말 덥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그리고 또 `정말 바쁜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했습니다. 제가 보직을 많이 경험한 편이지만 부총장 자리가 이렇게 바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습니다.
조금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회의가 계속됩니다. 하루에도 한 시간 단위로 회의가 6개 이상 진행되니 중간에 졸지 않으려고 노력할 정도로 바쁩니다. 오늘도 오후에 회의 세 건이 연속으로 붙어 있어요. `잘 버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출근하죠.”
- 10년 뒤 부총장님 모습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지만 제가 바라는 10년 뒤 모습은 아마도 시골에서 채소를 가꾸며 왔다갔다하며 지내고 있을 겁니다. 책도 읽고 따뜻한 햇볕 아래 앉아서 졸고 있는 제 모습을 꿈꿔 봅니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죠.(웃음)”
〈사진=李五峰논설위원·정리=邊榮顯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