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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 2012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포퓰리즘과 서울대



 민주통합당이 대선 교육개혁 공약으로 준비 중인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는 그럴듯하다. 서울대 등 국공립대를 하나의 연합체제로 구축해 강의와 학점 및 교수 교류를 자유롭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한다는 내용이다. 그 효과로 대학 서열화 완화와 과열 입시 경쟁 해소, 고교 교육 정상화, 지역균형 발전, 대학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좋은 취지의 개혁방안에 반대하자니 좀 켕긴다. 서울대 출신들의 집단이기주의 아니냐는 비난도 솔직히 신경 쓰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안이 가져올 수 있다는 효과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서울대의 정체성을 훼손당하는 것을 막고 싶은 관악인의 常情을 떠나 냉정하게 바라봐도 민주당이 추진 중인 국공립대 개혁방안은 허점이 많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주류 또는 변방적 접근을 하는 것을 꼭 나쁘게만 여길 일은 아니다. 민주당의 방안도 나름대로 대학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주류적 고심의 산물일 것이다. 문제는 일거에 기존 제도를 통째로 바꾸려는 근본주의적 접근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국공립대 개혁방안도 그런 위험성이 다분하다.

 서울대 폐지가 아니고 서울대의 역사성과 정체성 등을 유지한 채 지방 국공립대들을 서울대만큼 경쟁력을 올리자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국의 주요 국립대 학부를 통합해 국립대 서울캠퍼스, 국립대 부산캠퍼스, 국립대 광주캠퍼스 등으로 개편하고 서울캠퍼스는 기초학문 분야, 각 지방 캠퍼스는 의학, 공학 등으로 특성화한다면 서울대는 더 이상 서울대가 아니다. 국공립대의 하향 평준화 속에 서울대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박탈되고 말 것이다.

 학벌 중심의 대학 서열구조가 사라지고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효과도 수긍하기 어렵다. 국공립대 구조개혁을 통한 서열구조 완화가 실현되기 전에 명문 사립대 중심으로 또 다른 학벌 서열화가 재편·강화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KTX가 지방의 인적 물적 자원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통로가 됐던 것처럼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는 지방 인재들의 서울 유입을 제도화하는 통로가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벌 중심주의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서울대를 어떻게 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단순하고 무모한 발상이다. 누구나 대학, 그것도 서울대 등 유명 대학에 가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강박증, 그리고 그 강박증을 유발하는 사회시스템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강박이 과도한 경쟁 압력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교육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당의 국공립대 구조개혁 방안은 바로 이 핵심에 대한 천착 없이 서울대를 희생양 삼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단견이자, 대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의 색채가 짙다.

 서울대를 엉뚱한 수술대에 올리려는 정치권의 돌팔이 공세를 막아내는 데는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문제의 핵심을 바로 파악하고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서울대는 지금 법인화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세계 정상을 향해 전진하는 것과 함께 우리 사회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려운 짐이 서울대와 서울대 동문들의 어깨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