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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2012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명경의료재단 黃 璟 植이사장




 최근 정의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1백만부 이상 판매됐고 지난 6월 연세대에서 있었던 그의 강연회에는 1만4천여 명이 몰려 암표가 나돌기도 했다. 가진 자들의 부패를 보며 분노하고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염증을 느끼던 국민들이 정의라는 새 화두에 열광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명경의료재단 黃璟植(철학66 - 70 모교 철학과 교수)이사장은 모교에서 27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정의론의 선구자인 존 롤스의 저서 `정의론'을 완역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석학이다. “지식인들도 자신의 재능을 널리 나누는 사회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黃동문을 만나 사회정의 구현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저는 모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토종' 학자입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정의론이었는데 마침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하버드대로 가게 됐어요. 거기서 존 롤스 교수에게 1년 동안 지도를 받았던 것이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줬습니다.”

 존 롤스에게 직접 정의론을 사사한 黃동문은 철학과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정의의 방법을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이는 다름 아닌 아내 姜明孜(HPM 3기 꽃마을한방병원장)동문이었다. 그는 1995년 아내와 함께 공익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의료를 통한 사회봉사에 앞장서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 여성 제1호 한의학 박사인 아내를 설득시켰어요. 사회가 우리에게 특별한 복을 줘서 이렇게 성공을 했으니 이제 우리가 사회에 환원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죠. 그래서 1백억원 정도를 사회에 출연해 공익법인인 명경의료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아내의 이름과 제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재단명을 정했어요.”

黃·姜동문 부부는 재단을 세운 이듬해 한·양방 협진 불임전문병원인 꽃마을한방병원을 개원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바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해 사회정의 실현에 일익을 담당하며 한의학의 현대화, 과학화, 세계화를 위해 연구한다는 것이었다.

“개원이래 지금까지 병원 인근의 사회복지관을 돌며 무료진료 봉사를 하고 있어요.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원인불명의 불임에 대한 한의학적 진단과 처방'이라는 한의학 논문을 집필해 SCI에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또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순회강연을 여는 ‘다산기념철학강좌’를 후원하며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黃동문은 지난 2007년 12월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인문사회 분야 국가석학이다. 생명의료윤리, 정보·사이버윤리, 성윤리와 성철학 등 실천윤리학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인 그는 `우리나라는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인생을 1백미터 경주에 비유하고는 `앞선 곳에서 출발하는 사람'이나 `속도가 빠른 사람'이 약자의 운명을 함께 보살펴 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의로운 사회와는 요원합니다. 한국인의 정의 관념은 기회의 균등인 `공정'에만 머물러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 공정마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요. 진정한 정의사회는 형식적 기회의 균등인 공정과 결과적 약자에 대한 배려인 `공평'이 결합된 사회입니다.”

黃동문은 최근 일반 대중을 위해 동·서양 고금의 윤리체계를 포괄적으로 다룬 저서 `덕 윤리의 현대적 의의'를 출간했다. 이는 그가 줄곧 “개개인의 능력도 사회공익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창해 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반적으로 재벌들에게만 나눔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인데, 교수나 지식인 역시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나누는 데 힘써야 합니다.”

 내달 정년퇴임 이후 새로운 문화나눔 사업으로 박물관 운영을 구상 중인 黃동문. 끊임없이 정의를 연구하며 실천에 옮기는 그는 德과 직업을 함께 이룬, 이른바 德業一致를 달성한 진정한 윤리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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