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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2012년 7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기후변화센터 李 長 茂 이사장





 - 정년 퇴임 후 어떻게 지내시는지.

 “어떤 외국 학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과 취미, 사랑 그리고 종교 이 네 박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세 박자를 갖춰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경암학술상위원장, 미래국제재단이사회 공동의장으로 환경을 지키고, 석학들을 격려하고,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미래국제재단의 `새싹멘토링' 사업은 모교 총장 재임 시절 시작하셨죠.

 “새싹멘토링은 4년 전 미래국제재단 金鮮東(화학공학59 - 63)이사장과 시작한 사업입니다. 프로그램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모교 재학생 2백여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들이 1천여 명의 빈곤층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씩 학습지도를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당시 金이사장이 모교에 1백억원을 지원해 시작됐죠.

 지금 이 사업은 모교뿐만 아니라 16개 국·공립 대학생 2천여 명에게 확대됐어요. 우수한 학생들이 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1만여 명의 중·고생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소외된 계층에 빈곤의 대물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목표를 세운 이 활동이 4년간 10배 이상의 규모로 증가해서 바빠지고 있습니다.”

 -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한데.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점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자본주의 한계를 지적하고 다양한 대안을 내놓는 실정에서 우리 재단은 사회에서 혜택을 받아 성공하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주인인 우리 대학생들이 우수해서 멘티인 중·고생에게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다른 교육재단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운영 방법이나 시스템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예정입니다.”

 - 지금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하시지만 총장 시절부터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AIEES)'를 신설하고, 그린캠퍼스 운동을 펼치시면서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해오셨는데.

 “2008년에 모교를 그린캠퍼스로 선언하고 백서를 발간하면서 AIEES 추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학내 모든 건물과 시설을 기획할 때마다 이 그린캠퍼스 백서가 지침이 된다고 합니다. 이 백서는 국제환경인증도 받아 모교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서바이빙 프로그레스(Surviving Progress)' 내용처럼 인간이 만든 진보가 멸망의 덫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번영을 누리기도 했지만 환경 파괴의 재앙을 목도한 세대입니다. 특히 브라이언 페이건의 저서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라는 책을 읽으며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가 문명과 국가를 멸망시킨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됐죠.”



 - 환경 오염이 세계적으로 심각한데.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죠. 18세기 산업혁명 전에는 1만년 동안 섭씨 1도가 상승했는데 혁명 이후 지난 1백년간 온도가 섭씨 0.74도나 상승했습니다. 북극의 빙하도 심각하게 녹아 내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바다의 산호초와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지구 생물종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 UN을 중심으로 매년 세계 1백90여 개 국의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고 온실가스 농도를 480ppm 이하로 억제하는 국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시행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와 기후변화센터를 위시한 환경단체, 국민 모두가 이 지구의 생존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 센터의 비전과 활동을 소개해주신다면.

 “기후변화센터는 高 建(정치56 - 60)前국무총리가 초대 이사장으로 孫京植(법학57 - 61)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GS칼텍스 許東秀회장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해서 2008년에 설립했습니다.

센터는 다양한 국제기구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 조직으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연구를 진행합니다. 또 사회 리더들에게 기후변화리더십과정을 위시한 여러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임원 중에 동문이 많으신데.

 “초창기 멤버는 高 建 前이사장님이 임명하셨고 그 이후에 저도 임원을 추가했습니다. 사회 지도자 대부분이 기후 변화와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그 분들 중 상당수가 동문입니다.

임원 중 주요 멤버로는 孫京植공동대표는 물론 李世中(행정53 - 57 본회 부회장)변호사, 孫智烈(법학65 - 69)前대법관, 모교 환경대학원 金基浩(건축65 - 69)명예교수 등이 계십니다.”

 - 얼마 전 센터에서 정책포럼을 개최하시고 지난해 `기후변화 그랜드 리더스 어워드'를 제정하셨죠.

 “정책포럼은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주요 멤버로 참석합니다. 이들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힘쓰고 친환경 상품을 개발하는 등 서비스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인 기후변화리더십과정은 오는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합니다. 많은 사회 지도자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동문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지난해 12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 환경 기관과 공동으로 국제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 협력 사업과 토론회를 개최해 국제적 연대와 공조체제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기후변화센터를 지식경제부 산하 재단으로 구성하고 환경 전문가들과 기업 임원들이 참여하는 기후 변화 비즈니스 포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에서는 각종 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현재는 온실가스 농도를 390ppm에서 350ppm으로 낮추는 캠페인과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생을 위한 기후변화 콘서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센터 협력기관을 소개해주신다면.

 “대국민 홍보 캠페인은 물론 국내외 여러 부분간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UN 기후변화 협의체와 미국 환경보호기금(EDF), 세계 환경을 위한 기업 정상회의(B4E),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 녹색성장위원회와 조선비즈 등 환경보호 단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트 조직입니다.”

 -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공동 대응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남이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라고 자국은 이산화탄소 감축의 의무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문제입니다. 특히 선진국과 후진국의 역할 분담에 의견 차가 매우 큽니다.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는 물론 기업과 환경단체가 각각 온실가스 감축 방식에 이견이 많습니다. 기업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고 경제 시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정부와 환경단체는 의무 감축을 강력히 시행하지 않으면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도 없고 경제를 선도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 일상 생활에서 쉽게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현재 지구의 생태 용량이 30% 이상 초과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지구가 몇 개 정도 더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WWF는 `원플래닛리빙(One Planet Living)'이라는 10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자면 첫째는 절약생활입니다. 에너지와 식품, 물 등 자연 환경을 절약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둘째는 친환경 녹색 교통 수단 이용, 셋째는 수입품이 아닌 근거리 지역 식품 소비하기 등이 있습니다.”

 - 호암상 다음으로 상금이 큰 경암학술상의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신데.

 “경암학술상은 90세의 성공적인 기업인이신 耕岩 宋金祚선생님이 1천억원 기금으로 제정하신 학술상입니다. 인문사회·자연과학·생명과학·공학 등 네 분야에 2억씩 총 8억원의 상금을 주는 상입니다.

이번에 8회를 맞이하는 경암학술상은 미래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는 학자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安秉永(행대원65졸)前부총리, 鄭雲燦(경제66 - 70)前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술위원회 위원으로는 李仁浩(사학55입)모교 명예교수, 金仁埈(경제67 - 71)모교 경제학부 교수, 물리천문학부 任志淳(물리70 - 74)석좌교수, KAIST 尹德龍명예교수 등이 계십니다.”


 - 지금도 서울대발전기금 고문으로 모교에 계시지만, 교수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1997년 말 우리나라에 IMF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대 학장이었는데 그때 모교 공대에서 동반자 사회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어요. 그 프로그램에 실직자 재취업 교육과 대졸자의 창업 지원 및 인턴직 채용 등이 포함돼 있었죠.

2백여 명의 실직자들에게 2년 동안 모교 공대의 2백여 개 과목을 개방하고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이들 중에 태국의 철강회사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당시 여론에서 `일반인도 관악산이 아닌 관악캠퍼스로'라고 보도해서 관심을 모았었죠. 이 밖에도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병역특례제도를 만들어 대학원에 우수 인력이 유치한 것이 생각납니다.

총장 시절에는 `2025 서울대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국제화와 법인화를 추진한 것, 또 동창회 사무실을 학내로 유치해 모교와 동창회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금까지 동문 네트워크가 모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한 것을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 법인화 이후 현 시점에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

 “모교가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지만 국립대로서의 기본적인 임무와 권리, 특성은 유지됩니다. 대신 교수와 교직원의 공무원 신분이 사라지고 대학은 자율권과 유연성을 갖게 됐죠. 대학의 예산이나 편성은 물론 교직원 채용과 승진·보수에 대한 권한, 행정기구의 편성 및 증설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변화와 자유의 기회를 모교가 세계 최고의 명문대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주시길 바랍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보장받으며 국립대로서의 역할을 이어가야 하겠죠. 후배이자 제자인 재학생들도 모교가 발전하는 이 기회에 부응해 더욱 학업에 매진해 주길 바랍니다.”

 - 가치관이 있으시다면.

 “2007년 모교 총장 취임 당시 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 모교의 첫째 사명으로 `서울대학교는 올바른 사고와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열린 마음으로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바른 사고와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남을 위한 봉사는 대학과 제 개인적인 사명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 평소 여가시간에는 뭘 하시는지요. 취미 활동은.

 “매일 산책을 하는 편입니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새롭고 흥미 있는 책을 읽는 것을 즐겨합니다.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미국은 물론 유럽,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외국 여행을 즐겁게 다녔고 퇴임 후에는 아내와 국내 여행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연경관이 참 아름다운데 강원도와 남부지방, 경주, 울산, 광양 등 지방 곳곳을 돌며 각 지역의 문화와 음식의 깊은 맛에 매료돼 있습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갖는 월례 모임이 꽤 있어서 바쁘게 지내는 편입니다.”

 - 동문들에게 한 말씀.

 “몇 년 전에 베이징대의 쉬지홍 총장과 도쿄대의 고미야마 총장을 만났습니다. 함께 식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두 총장 모두 다 `서울대가 한국에서 갖는 위상이 두 대학이 자국에서 갖는 위상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총장은 서울대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탁월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며 교수들의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정신을 부러워했습니다. 저는 모교 교수들이 사회에 갖는 건전하고 소신 있는 비판정신은 존중돼야 하지만 지나친 정치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는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뛰어난 인재가 배출된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됩니다. 기대가 큰 만큼 사회적 책무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모교는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문들에게 더 뜨거운 관심과 사랑,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사진=李五峰논설위원·정리=邊榮顯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