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호 2012년 6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鄭 善 太 법제처장


- 집무실에 책도 많고 학구적인 느낌이 드네요.
“조금 전에 베트남 법무부연구소 방문단과 면담을 나눴어요. 베트남에는 법제처가 없고 그 연구소에서 헌법부터 모든 법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제도가 권위주의 시절부터 민주화까지 다양하게 세팅돼 있으니까 관심이 많더라고요.
우리도 상당히 고생하면서 만든 법인데 그 나라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헌법만 보면 여러 나라 법 안봐도 되고 한국이 민주화되고 선진화돼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더군요.”
-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는 부분이 많죠.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현지의 잘못된 법령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사례들을 고려해서 우리 기업에 친숙한 대한민국의 분야별 선진법제도를 각국에 수출해 정착시키는 일을 법제처에서 하고 있죠. 이런 법제수출의 場이 바로 `아시아 법제포럼(AFOLIA)'입니다.
지난해 11월 1차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오는 6월 27∼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제2회 아시아 법제포럼을 개최합니다. 이번에는 `법제선진화를 통한 아시아의 공존과 번영'이라는 주제로 분과회의를 강화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과 기후 변화 등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실용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에서는 해당 분야의 최신 법제정보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참가자가 관련 분야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게 되죠. 다방면에서 많이 활동하고 계시는 동문 여러분도 부담 없이 참여(온라인 무료 등록 http://afolia.moleg.go.kr/kr)하셔서 유익한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 법제처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법제처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당시 창설돼 정부 입법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법제 전문 부처입니다. 국무회의에 상정될 법령안·조약안을 심사하고, 행정기관과 일반 국민이 법령 해석을 요청하는 경우 명확하게 법을 해석해 드림으로써 사전에 잘못된 법령 집행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킬 수 있는 좋은 법, 글로벌 선진 법제'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선진법제도를 구축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제 정보 서비스인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를 운영하고 국민 중심의 간결한 법체계를 만들어 가는 등 법치주의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20-50(2만불 소득, 5천만 인구)클럽에 가입하면서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법제 분야는 어떤가요.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경쟁력에 비해서 법제도 경쟁력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인의 정서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한 다리 건너면 전부 이웃사촌이죠. 이런 부분이 온정주의로 연결되다보니 법치 확립이 지연되고, 따라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개방화가 되면서 상대 국가와 협력하고 상생해야 하니 우리도 자연스럽게 법의 기준이나 수준이 선진국과 경쟁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법제처가 선진법제 전략을 수립해서 국민과 기업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겠죠.
법제처는 내용적으로 헌법정신에 입각해 국민을 위한 법규가 탄생되도록 품질을 높이며, 이러한 법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입법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 로비스트 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국은 로비스트 제도가 공식화돼 있죠. 모든 면담과 일정을 공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오픈해서 토론하는 시스템이죠. 우리나라도 그런 제도를 입법하려고 했었는데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도 있고, 또 국제적으로 법치제도 운영에 관해 이해관계나 집단이 투명해져야 그 제도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아직은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부분이 많죠.”
- 누구나 쉽게 법령을 찾고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법률문제들을 상담할 수 있는 `법제처 앱'이 인기폭발이라고 들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도 잘 구축돼 있던데.
“취임 이후 `법제도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젊은 사람들과 국민들이 실생활에 상식처럼 꼭 알아두어야 할 법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홍보 기능을 강화하고 있죠.
법 용어나 법령이 어려워서 손해를 보시는 경우가 없도록 우리나라 4천1백여 개의 법령을 한국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수정해서 한글과 영문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려운 한자어, 일본어 식의 표현, 어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다듬어 지금은 80% 정도 완료한 상태입니다.
또 국민이 실생활에서 쉽게 찾아보고 적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법령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방문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하루 접속량이 18만명으로 정부 부처의 포털 중에서는 가장 많습니다. 이 콘텐츠에는 영문 법령을 비롯해 가족생활 법령, 학교폭력도 `스쿨로(School Law)'라고 해서 따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이제는 온라인 시대니 각자 필요한 분야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고 질의응답 코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자이신 동문들도 법제처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오시고 스마트폰 어플도 활용하셔서 어려운 법이 아닌 누구나 공감하는 좋은 법이 탄생하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검사 생활도 오랫동안 하셨는데 만약 법을 전공하지 않으셨다면.
“모교에 입학했을 때 교양제도가 강화되면서 신입생 시절은 전공의 구애 없이 다양한 학문의 수업을 들었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상과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막상 대학에 와서 보니까 제가 수학에 참 약하더라고요. 그래서 상대 대신 차선책으로 법대에 진학했어요. 그때 교양과목 중에 고고학과 지리학이 참 재미있었는데 만일 법대에 안 갔으면 그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못한 공부를 아들(정홍렬 경영12입)이 대신 모교 경영대에 입학해서 하고 있죠.”
-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 선거를 놓고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출마를 고민하는 아들에게 제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희생이 따르지만 대의적인 일을 하면서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경험해봐라'고 회장 출마를 권유했었죠.
그 후에 아들이 학생회장이 돼서 시간도 많이 뺏기고 편하게 공부도 못하니까 힘들었지만, 공부로 얻을 수 없는 가치를 누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가 줄 수 없는 더 큰 가치, 국민·국가·인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전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젊을 때 개인의 이익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큰 가치에 매진하고 생각해서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李五峰논설위원·정리=邊榮顯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