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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호 2012년 6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국어생활의 반성



 밖에서 불어오는 한류를 통한 한국어 열풍은 한국어의 미래를 밝게 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서 21세기는 한국어의 세기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이 가능하다. 영국은 어학 연수생을 통한 영어 산업이 2위 규모라는데 우리도 한국어 산업을 2위 산업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작년에 우리의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로 산업혁명의 원조인 영국을 능가했으니 한국어 산업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려면 한국어의 품격부터 높여야 한다.

 한국어의 품격은 품격 있는 언어생활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류의 열풍과 달리 나라 안을 들여다보면 한국어는 중병을 앓고 있으니 우리는 국어가 가장 타락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의 말과 글은 아파트 명칭, 간판들에서처럼 외국어, 외래 문자로 덮였고, 영화, 게임, 만화 등도 비속어로 넘쳐 청소년 73%는 욕설이 대화이다. 내용에서도 진실과 사실에 기초한 언어보다 선동, 저주, 비방의 거짓언어가 홍수를 이룬다.

 이제 이런 한국어의 중병을 치료하려면 한국어 대각성 운동이 일어나야겠다. 첫째, 인간관계의 기초인 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母語로 어려서부터 풍성히 가르치자. 모어를 잘해야 외국어도 잘한다는 외국어학자들의 결론을 믿고 옆집 아이가 외국어 잘한다고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모어 교육부터 부모가 풍성한 사랑의 시와 노래의 한국어로 채우자. 자녀에게 사랑을 통해 믿음과 긍정과 꿈의 언어가 항체로 형성되지 않으니 비속어를 무방비로 흡수해 언어폭력까지 행하게 된다.

 둘째,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자녀로 키우자. 인터넷 검색보다 독서의 사색을 먼저 하도록 키우자. 인터넷 검색이 얼마나 우리의 사색하는 힘을 퇴화시키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독서와 사색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힘도 생긴다. 국어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부터 모어의 힘을 부모로부터 배우도록 책을 읽어 주고 같이 대화하는 것, 이웃 어른에게 인사부터 잘하는 것이 국어 교육의 시작이다.

 셋째,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자. 예전에는 교실에서 `바른말 고운말'의 표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10여 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학력자 자국어 능력은 한국이 꼴찌라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지도층의 글쓰기부터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단어의 발음과 표기와 의미를 정확하게 쓰고 있는지, 문장은 간결한 논리로 썼는지,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없는지 반성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가나다 상담전화(1599-9979 국어친구)에 많이 걸려오는 질문의 하나가 `없음 - 없슴' 중 어느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다. 명사형은 `-음'이라는 기본 문법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되는데 이런 원리 교육을 하지 않고 문법을 암기교육으로 가르치니 국어 교육부터 반성해야 한다.

 법치는 문치에서 시작된다. 헌법과 문법은 나라의 두 기둥이다. 우리가 세대, 계층, 이념 갈등으로 불통과 불법이 극심한데 모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이며 논리적으로 사용하고 사랑과 믿음의 배려와 격려의 말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국어 교육을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바르게 수행할 때 소통과 준법의 법치도 바르게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