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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호 2012년 6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KBS스페셜에서라도…




 재작년 초 SBS에서 개화기 서양 의학의 상륙을 다룬 `제중원'이 방영됐다. 4개월 동안 방영된 이 드라마는 개화기 개신교 선교사가 조선에 서양의학을 들여와 인술을 펼치고 최초의 서양의학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그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천민 출신 청년이 조선 최초의 양의로 입신하는 극적 요소와 함께 당시로서는 신의 경지로 여겨졌던 서양의술이 흥미롭게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이 드라마로 재미를 본 것은 연세대였다. 제중원이 최초의 왕립(국립)병원이냐 선교사 호러스 알렌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의과대학이냐를 놓고 모교 의대와 연세대는 오랜 세월 논란을 벌여왔다. 그런데 30여 년 전 개교 원년 선수를 친 연세대가 이 드라마를 통해 `1895년 개교'를 일반에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2010년 8월 KBS2에선 `성균관 스캔들'이 방영됐다. 이 드라마는 병약한 남동생 대신 남장으로 과거를 보고 성균관 유생이 된 여주인공 대물을 중심으로 금남구역 성균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사극.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 역시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특정 대학의 존재 의미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주인공 중 하나가 성균관대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드라마와 성균관대가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성균관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학교 홈페이지에 적힌 학교 연혁을 보면 참 재미있다. 당초 개교 원년을 태학이 설립된 372년(고구려 소수림왕 2년)으로 하려했다는 것. 그러다 조선시대 국립대학으로 현 캠퍼스에 자리를 잡은 1398년을 개교 원년으로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우리는 어렵사리 개교 원년 복원을 이뤘다. 1895년 설립된 법과대학의 전신 `법관양성소'를 개교 원년의 기준으로 확정한 것이다. 법관양성소 설립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는 개교 117년 되는 해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문이나 재학생이나 교직원을 막론하고 `확장된 개교'에 익숙한 것 같지 않다. “개교 백 얼마” 하면 무덤덤하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까지 한다. 역사를 바로 잡았으면 바뀐 역사를 기정사실화하고 널리 알리는 데 힘써야 한다.

 개교 원년의 시발점이 된 법관양성소, 그리고 최초 졸업생 중 한 분인 一醒 李 儁열사의 생애를 조명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동시에 효과적일 것이다. 지상파의 단막극도 좋고, `역사 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좋다.

 조선을 정복하려는 열강의 각축 속에서도 법치를 꿈꿨던 현군 고종,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만방에 알리려 네덜란드 헤이그에 밀파됐다 순국한 李 儁열사의 진면목.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진취적이었던 선배들의 우국충정을 되새겨 볼 수 있는 보너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