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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2004년 9월] 뉴스 본회소식

긴급 좌담 4) 일본의 대학교육

서울대를 세계 속의 초일류대학으로 키우려면 …
「국립대 법인화·대학 통폐합으로 일본대학 변화」

본보는 교육의 평준화 정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예측해 보기 위해 해외 유수대학의 교육정책, 엘리트 교육 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미 소개된 중국, 프랑스, 미국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일본의 교육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긴급좌담   ④ 일본의 대학교육

●朴鍾根(73년 工大卒)모교 공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동경대
●李明熙(83년 師大卒)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쓰쿠바대
●朴喆熙(86년 社會大卒)외교안보연구원 교수
           前 日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학 조교수
●吳 泳(87년 社會大卒)중앙일보 국제부 차장·前동경특파원
●사 회 : 李相禹(61년 法大卒)한림대 총장·한일문화교류기금 이사장

사 회 : 우리 나라 교육에 있어 일본의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근대 교육으로 넘어가면서 일제의 지배를 받으며 학교 제도, 교육 문화 등 기본 시스템은 일본의 것을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본의 교육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 나라의 교육정책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개혁정책을 강하게 추진 중에 있는데 그 가운데 교육개혁도 포함돼 있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을 보면 엘리트양성 보다는 평준화 정책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런 인식 하에 서울대 폐지론도 나온 게 아닌가 싶은데요.
吳 泳 : 서울대 폐지론이 나온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서울대가 갖고 있는 폐쇄성이라고 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교육담당 기자를 하면서 서울대의 폐쇄성을 꽤 느꼈습니다. 서울대가 교육계에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파워, 그것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요. 그렇더라도 그것이 서울대 폐지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서울대가 갖고 있는 역할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즉, 서울대 폐지론을 말하기 앞서 우리 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선행 되야 한다고 봅니다.
朴喆熙 : 전체적인 평준화 논의를 서울대 폐지론과 관련지어 말씀드리기 전에 우리 나라에서 갑자기 평준화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세계조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제경쟁력을 높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에 우리 나라는 이념적이고 정파적인 맥락 속에서 평준화론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교육이 갖고 있는 공공재적인 성격, 즉 서울대가 「너」와 「나」가 아닌 우리의 것이란 생각은 안하고 어느 특정한 사람들의 장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 또는 기업들도 역시 그들이 갖고 있는 공공재적인 성격, 그들이 우리 나라를 선도해 나간다는 측면은 충분히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 같습니다.

日 과거와 달리 변화 수용하는 속도 빨라
교육 경쟁력 확보를 생존전략으로 인식

朴鍾根 : 입시과열과 관련해 서울대 교직원 중 한 사람으로써 서울대를 중등교육을 컨트롤하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를 특수 대학으로 보기 때문에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서울대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 회 : 일전에 고교를 평준화하여 하향평준화 문제를 발생시켰고 2단계로 대학의 평준화를 시도하려는 조짐이 엿보입니다. 누리사업(NURI·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이 그 비근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사업의 경우 서울에 있는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또 대학지원 예산 중 상당부분이 누리사업으로 배분돼 경쟁력을 높여야할 연구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그 만큼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요.
李明熙 : 교육에서 평준화정책이 도입된 것은 근대이후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부터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앞서 공립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평준화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배경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입시과열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 때문이었는데요.
그러나 일본이 평준화정책을 시행할 때는 우리 나라처럼 사립학교까지 전부 평준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립 고등학교의 평준화마저도 실력저하라는 부작용을 나으면서 90년대 후반 들어 재검토하기에 이릅니다.
朴鍾根 : 고등학교는 한때 평준화가 이뤄졌지만 대학교육에 있어 일본은 한번도 경쟁원리를 버린 적이 없어요. 앞서 말했듯이 일본은 明治維新이래 관료를 키우는데 고등교육의 목적이 있었고, 1910년대 들어서면서 국립대학이 재정적으로 엘리트양성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이오대와 와세다대 같은 사학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일본은 국립대학법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엘리트 양성기관의 대표기관인 대학을 법인화 하자는 것은 바로 우리가 말하는 경쟁원리의 도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쟁은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불가피합니다. 이제 경쟁의 무대가 세계에 있기 때문에 경쟁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살아 남기 힘듭니다.
사 회 : 앞서 말씀하신대로 일본 국립대학의 개혁 내용으로 「국립대 법인화」, 「대학의 재편 통합」이 눈에 띕니다. 국립대의 법인화로 외부 기업체 사장의 대학경영협의회 참여 등 자율책임 경영제가 도입됐고 전국 89개 국립대 중 24개 대학이 통합되어 새로운 12개 대학으로 재편됐습니다.
李明熙 : 일본의 대학교육을 보면 기본적으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국립대학을 통해 충원하려는 시도를 초기부터 해왔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엘리트 교육이 변화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첫 번째가 국립에 한정하지 않고 사립에도 문호를 개방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COE(Center of Exellence)프로그램입니다. 대상은 박사과정으로 각 대학장이 신청 대표자가 되며 심사기준으로는 ▲학장의 지도 아래 개성적인 장래 연구계획과 강한 실천력이 기대되는가 ▲특색있는 학문분야의 개척에서 독창적·회기적 성과가 기대되는가 등의 항목입니다.
일단 선정되면 향후 5년간 세계 최고수준의 거점형성을 위한 연구자금으로 연간 1억~5억엔이 지급됩니다. 지금까지는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왔으나 이제는 우수한 연구거점을 엄선해 중점 육성하는 쪽으로 정부방침이 변한 것이죠. 이것은 제가 볼 때 일본사회에서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국립대에도 기회균등이 사라졌습니다. 국립대 내부에서도 고도의 경쟁을 위한 시스템이 독립법인화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대학에 요구하는 것이 교육연구 뿐 아니라 사회적 공헌을 굉장히 중요한 팩트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회공헌도를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 6년마다 평가해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吳 泳 : 국립대 법인화로 요약되는 일본의 교육개혁은 90년대 초 경제거품이 깨진데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경제거품이 터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져 나오고 인재양성에서 미국보다 뒤졌다는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됩니다. 엘리트를 위한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경쟁과 자율원리」로 대학정책이 확 바뀌게 된 것입니다. 2001년에 고이즈미 총리가 이러한 정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면서 모든 대학에 균등하게 나눠지던 지원금이 서로 차등하게 배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일본의 대학은 정부의 경쟁원리 도입과 자율성 보장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 이에 맞춰 대학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일본이 추진하는 것은 자유를 주고 대신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입니다.
朴鍾根 : 우리 나라 국립대의 법인화 문제를 거론할 때 서울대가 반대해서 안된 것처럼 보도 되곤 하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가 법인화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법인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하나하나 체크해서 풀고 나가는데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지적 재산권은 대학이 가지고 있지만, 인사권, 예산권 등은 교육부 속안으로 돼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국립대 직원을 계속해서 공무원으로 남기고 싶어하고 기획예산처는 예산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죠. 일본의 경우처럼 모든 것을 순서를 밟아 하나 하나 위임한다면 서울대가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사 회 : 일본 대학개혁의 경우 중국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은 「국가 중점대학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대학을 다 좋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학 1~2개를 우선 육성하자는 게 그 취지입니다. 그래서 북경대, 청화대, 복단대를 일차적으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든 후 그 다음 대학들을 그 정도로 키우자는 것이죠.
청화대의 경우 교수 한 명을 2백만달러 주고 스카우트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똑같은 교수 월급의 2백배를 준겁니다. 그런 것을 보고 저 정도 해야 앞으로 살아 나가겠구나 자극 받아서 일본이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게 된 것이죠.
朴喆熙 : 제가 조교수로 일했던 대학을 예를 들어 일본의 변화, 특히 국제화란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일본에서 조교수로 3년 정도 봉직했던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은 설계만 하는데 2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일본 교육정책가들이 미국의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가서 보고 전문적으로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돼 20년을 설계하고 시험을 거친 다음에 국립대학으로 독립해서 만든 대학입니다.
이 학교는 국제화를 위해 세 가지 측면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하나는 교원의 국제화입니다. 일본의 교수사회에서는 우리와 달리 해외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온 사람들이 마이너리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학자를 중심으로 교원을 구성할 뿐 아니라 외국인이라도 괜찮은 학자라면 아무런 차별을 두지 말고 데려오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구성입니다. 이 학교는 규모는 작지만 한 명 한 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곳인데, 한해 1백50명 입학생 중 90명이 외국학생입니다. 선발을 할 때도 담당자들이 외국으로 직접 가서 면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본의 전략도 숨어 있습니다. 선발하는 해외 유학생을 보면 중국, 인도, 동남아, 舊소련 체제에서 독립한 나라가 많습니다. 이쪽은 일본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유럽은 그들의 세력이 미치는 곳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것이죠. 즉 전략적인 국제화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르치는 언어입니다.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와 일어로 진행되며 영어코스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초 교양과목의 경우 영어로 가르치자는 측면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李明熙 : 리츠메이칸 아시아 태평양 대학도 국제화의 좋은 예입니다. 오이타겐 벳부에 있는 리츠메이칸 아시아 태평양 대학은 4년전 개교해 현재 67개국에서 1천6백여 명의 외국유학생을 유치, 일본 학생 2천1백명 등 재학생 수가 3천7백여 명에 이르며, 전임교수도 17개국에서 1백13명을 초빙한 신설학교입니다.
이 대학은 경제계 및 지역유지 2백8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학자문위원회 위원들이 2011년까지 39억엔의 장학금, 기부금 출연을 약속했으며 2010년 교육계 세계화와 외국대학 설립 자유화 등 규제완화에 대응해 영어, 일본어 2개 국어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해외 명문대학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사 회 : 과거 한·일 양국의 교육을 비교할 때 한국은 너무 빠르게, 일본은 너무 느리게 변화와 개혁이 이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일간 고등교육 정책의 추이를 비교해 보면 일본이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느끼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학생을 선발하고 교수를 채용하는 부분에 있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뽑는 절차, 교수 채용기준 등 맞춰야 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거기에 맞지 않는 교수를 채용할 경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가 큰 부담이 됩니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될 스승이 계시면 교수로 채용해야하고 이럴 경우 국가에서 정식교원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吳 泳 : 일본이 흔히 통제가 심한 곳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가 더 심하다고 봅니다. 80년대 과외망국론이 있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자율이 있었는데 반해 오히려 90년대 들어와 수능이라는 틀 속에 묶여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뽑을 수 없는 곳에서 과연 대학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朴喆熙 : 국내 대학은 유연성 면에서 일본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교원이나 학생들을 뽑을때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대로 하기 때문에 손도 못 대고 문제가 있는 사무직원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교원을 뽑는 문제, 사무국을 운영하는 것 그리고 예산에 있어 항목이 정해진 것은 다른 필요한 곳에 전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던 日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원의 3분의 1이 실무진이었습니다. 외교정책은 외교관들이, 방위문제는 방위청에 있는 고위급 임원들이, 과학기술은 미츠비시 등 사설 기관의 연구원들이 와서 1~2년동안 교육을 담당하곤 했습니다. 물론 학기가 끝난 다음에는 다시 돌아가 일하는 시스템이 돼 있었죠.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현장감 있는 교육을 받고 또 일반 교수들도 긴장을 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학생들 앞에서 나설 수가 없으니까요.
사 회 : 끝으로 일본의 엘리트 교육정책 가운데 우리가 수용해야할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吳 泳 : 제가 일본에 있으면서 놀란 것은 일본이 절차가 많고 변화가 늦는 나라인데 한번 정하면 참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육분야에서 많이 느꼈는데, 우리보다 교육개혁을 5~6년 늦게 시작해 지금은 「로스쿨제도」도 도입했고 「국립대 법인화」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제도들이 옳고 그르냐는 것을 논외로 놓더라도 어떤 새로운 방향을 정하고 실행에 나간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지만 현재 일본은 10명이 똑같이 교육을 받고 똑같이 가는 시대에서 벗어나 10명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자율이 아닌가 싶어요.
이런 것은 인재양성의 컨셉을 사회가 받아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서울대 폐지론이 나온 이유 중에 하나로 「질시론」을 이야기했는데 일본의 경우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까지 한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도가 내년부터 4개의 도립대학을 합쳐서 하나의 도립대학을 만들 예정인데, 여기에는 도쿄 도지사도 열심히 나서고 있지만 다른 3개의 도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시대에 맞는 교육의 지방화 역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입니다.
일본의 지방대학은 지방기업들이 앞장서 돈을 대주고 그 주민들이 기금을 만들어 인재풀을 제공하고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보면 각 도가 돈을 내고, 운영은 일반 민간에 맡겨서 운영하는 병설대학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각 지역에서 배출한 인재를 다른 데 뺏기지 말자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작은데서부터 우리가 기른 인재가 지역 발전을 위해, 나아가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자는 게 일본의 생각입니다.
전 사실 지난 7월 한국에 들어오면서 굉장히 겁을 먹고 왔습니다. 이유는 일본이 우리보다 뒤쳐졌던 분야가 교육분야였는데, 지난 3~4년 사이 우리보다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사람뿐인데, 우리가 잘못하면 오갈 데가 없겠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朴鍾根 : 앞에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우리 나라도 교육과 연구분야를 나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기본 인프라가 중요한 교육분야의 경우 평등하게 지원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경쟁력을 확보해야할 연구분야는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李明熙 : 일본교육의 특징이 개인의 자질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성적순에 의해 서열 1위 대학부터 가기보다는 개인적성에 맞는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을 보통교육 단계에서부터 강조해 자기가 즐겁게 일하고 공부하여 자아실현을 중요가치로 놓는 것이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들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이 학문을 공부하면 즐겁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지방 대학출신 회사원이 노벨화학상도 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로 일본의 대학원 교육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대학원에서 교수들이 얼마나 좋은 논문을 많이 발표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훌륭한 학생을 길러냈느냐를 더 중요시 여깁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대학원의 경우 학생지도 부문에 있어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대학원의 학생들에게는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자신이 해야할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것이죠.
朴喆熙 : 연구분야에 있어서 투명성 있는 집중이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의 COE프로그램이 정확하게 그것인데, 국내 대학원을 보면 연구 지원금의 투명성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투명성을 확보한 다음에 경쟁력을 높이면 누가 많이 가져간다는 소리는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대학개혁 방법과 절차에 대한 합의가 늦어져 요즘 일본보다 한국이 변화에 대한 수용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가 국제사회에서의 생존전략이라는 인식 하에 조속히 국내에서도 대학개혁이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정리=金南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