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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 2012년 5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우리는 왜 4·19혁명을 기념하는가



 지금부터 52년 전 우리는 4·19혁명을 통해 국민을 나라의 주권자로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온 국민이 국가발전에 매진해 GDP총량에서 세계랭킹 15위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그러나 4·19혁명은 남한 땅에서만 국민주권을 확립했을 뿐 한반도의 북녘 땅은 아직도 1인의 자유는 있어도 만인의 자유가 부정되는 곳이다. 이곳에 2천2백만의 동포가 주권자 아닌 상태에서 살고 있다. 북한 동포들이 무주권 상태로 남아있는 한 4·19혁명은 결코 우리 민족 전체의 민주혁명은 아니다.

 오늘의 세계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로 나뉜다. 주권이 없는 나라는 1인 독재국가이거나 1당 독재국가이다. 독재국가들 중에서도 개혁개방을 통해 외부세계와의 소통과 내왕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철저히 통제, 차단하는 독재국가가 있다.

 4·19혁명이 국민을 국가의 주권자로 만드는 것이라면 아직도 주권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북한 동포들에게 주권을 찾게 해 북한 땅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야말로 4·19혁명을 한민족 전체의 민주혁명으로 완수하는 길이다.

 바야흐로 21세기는 주권 없는 국민들이 지구의 도처에서 독재자로부터 주권을 되찾는 투쟁의 문을 열었다. 작년 한 해 사이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주권 없는 국민들이 주권을 되찾는 투쟁에서 승리했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에서 국민들은 투쟁을 통해 주권을 회복하고 있다. 시리아와 예멘에서도 민주화의 불길은 번지고 있다. 재스민 혁명의 물결은 그 파고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평양에도 봄은 올 것인가. 북한 동포들이 주권을 되찾을 평양의 봄은 반드시 온다. 그러나 봄꽃은 꼭 섭씨 15도가 돼야 피는데 평양의 지금은 몇 도일까. 현재의 온도를 정확히 맞추기는 힘들다. 북한 땅에서는 주체적으로 민주화운동을 펼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주민이 독재에 저항할 유일한 수단은 脫北과 脫法투쟁뿐이다. 이점에서 탈북이야말로 최고의 투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탈북과 탈법투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평양의 온도는 이미 10도를 넘어선 것 같다. 배고픔을 틈타 바깥세상의 지식과 정보가 북으로 침투, 주민들의 사상을 변질시키고 있다. 개혁개방 없이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군사적 강압으로 버티지만 상황은 갈수록 인민을 장악하기 힘들게 변하고 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 정권으로부터 배급이나 온정을 기대하지 못하고 제각기 살길을 찾고 있다. 주민이 가난하면 권력집단의 하수인들도 가난하고 부패와 비리와 독직이 그들을 연명시킨다. 이래서 평양의 온도는 자꾸만 15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북한 동포들을 주권자로 만들기 위해서 하나로 단결하지 못하고 국론이 분열되기 때문이다. 1인당 GNP는 몇 년째 2만 달러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여야가 북한 동포들을 북한의 주권자로 만들자는 쪽으로 국론을 모으는 데 힘을 기울인다면 평양의 온도는 조만간 봄꽃이 만개하는 15도에 근접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4·19혁명은 비로소 한민족 전체의 민주혁명으로 승화될 것이다. 바로 그날을 앞당기자는 것이 4·19혁명을 기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