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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 2012년 5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더 레이디', 미얀마 민주화의 빛



 K-POP 열풍의 대부 李秀滿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얼마 전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 산 수치 여사의 삶을 다룬 영화 `더 레이디(The Lady)' 워싱턴 특별시사회에 힐러리 클린턴 美국무장관 초대로 참석해 그의 네트워크가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李회장이 초대된 것은 수치 여사 역을 맡은 말레이시아 출신 홍콩 배우 양자경(량쯔충)의 부탁으로 영화 DVD를 클린턴 장관에게 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미얀마를 방문한 클린턴은 출발 10분 전 DVD를 전달받고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보았으며, 수치 여사를 만나 화기애애하게 회담했다고 한다.

 `더 레이디'는 수치 여사의 삶, 영국인 남편과의 애잔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레베카 프라인의 시나리오를 읽은 양자경이 감동을 받아 레옹, 니키타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거장 뤽 베송에게 연출을 권유해 완성됐다고 한다.

 수치 여사는 1962년 네 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반세기 동안 미얀마를 통치하고 있는 군사독재정권에 맨몸으로 저항하며 국민의 희망이 됐다.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 산 장군의 막내딸로 태어나 영국에서 평범하게 살던 그는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귀국했다가 조국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다. 4천명이 희생된 1988년 8월 8일의 `8888민주항쟁'에 동참한 후 15년간 가택 연금당하는 혹독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수치 여사는 출국하면 재입국이 불허될 것을 알고 암으로 투병하다 1999년 숨진 남편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1991년 노벨평화상 역시 남편과 아들이 대신 수상했다.

 개혁파 장성 출신 테인 세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압력에 밀려 최근 부분적인 민주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파탄에 직면한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 경제지원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외국 감시인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치러진 4월 보궐선거에서 수치 여사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미얀마 민주화에 한줄기 햇살이 비치기는 하지만, 온전한 민주주의로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1990년 수치 여사와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군부가 무효를 선언하고 정권 이양을 거부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국민들은 수치 여사를 `안티 수(Aunty Suu, 수 이모)'란 애칭으로 즐겨 불렀지만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없을 때는 `그 여사(The Lady)'로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도 朴正熙대통령 시절 일본서 납치돼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金大中 이름을 직접 쓸 수 없어 한동안 언론이 `동교동 재야인사'로 표기했던 기억이 난다.

 `더 레이디'는 올 가을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가녀린 체구에 초인적 의지로 미얀마 민주화를 이끄는 수치 여사의 강인한 정신을 화면에서 느끼고 싶다. 얼마 전 영화 `도가니'가 국민의 공분을 이끌어냈듯이, 영화 `더 레이디'가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폭넓은 지원으로 확산됐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지만, 비록 더디더라도 역사는 전진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