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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호 2012년 3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대학의 평의원회




 대학에서의 평의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요즘 어느 대학에서 총장의 진퇴논란에 관련해서 대학의 평의원회가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서울대학교 동문을 포함한 주변분들로부터 평의원회가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평의원회는 구미에서는 University senate 또는 Faculty senate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대학의회 또는 교수의회로 되고, 대학의 구성원 중 교수만 참여하는 경우를 Faculty senate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에서는 1955년 정식으로 서울대학교 평의원회가 발족됐으나 학장회와의 기능중복 등의 이유로 그 기능이 제대로 살려지지 못했다. 鄭雲燦총장 재임시절인 2003년 8월 대학운영에서의 Shared Governance(지배의 공유구조) 중요성을 받아들여 평의원수를 확대하고 보직교수를 제외시켜서 평의원회가 기능이 강화돼 명실상부한 대의기구로서 대학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화됐다.

 2011년 말까지 평의원회는 서울대학교동창회 대표를 포함한 외부인사 13명, 교수평의원 58명, 직원 3명 등 총 74명으로 구성돼 운영됐다. 그 주요의결 사항은 교육 및 학사운영의 기본방침에 관한 사항 등이 있고, 주요 심의 사항은 대학의 중장기발전계획 및 예산운영의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등이다. 2009년 9월 16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기본방침에 관한 사항을 의결한 것은 평의원회 중요 의결사항 중 중요한 한 예이다.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를 추진하는 초기단계에서는 이사회가 총장 임명 및 법인의 예산결산 등을 의결하고, 대의기구인 평의원회는 교육 및 학사운영의 기본 방침 등을 의결하는 형태로 이사회와 평의원회가 역할분담을 하는 것으로 법안이 추진됐으나, 정부에서 최종안이 마련되면서 모든 의결권은 이사회로 집중되고 평의원회는 심의기구로 격하됐다.

 2011년 대학법인에 관한 시행령 및 정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간신문에도 보도됐듯이, 대의기구인 평의원회가 총장 및 이사회의 선임과정, 교육·연구의 중요사항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교직원 및 학생들의 의견표출이 있었다. 이는 법령과 정관에서 대학운영의 의사결정권이 너무 총장 및 이사회에 집중돼 있는 것에 대한 우려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평의원회가 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강한 의사표시로 생각된다.

 필자는 일본국립대학의 법인화 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 법인화초기의 동경대 이사회는 다수의 외부인사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법인화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외부인사는 2명 정도로 줄고 수명의 부총장을 포함한 다수의 학내인사로 구성되고, 그 기능도 확대해 집행간부회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법인초기에는 일반재단법인의 형태를 가지고 출발했으나, 학문의 자율성을 담을 수 있는 동경대학 특유의 법인형태로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의 유일한 대의기구인 평의원회는 학내구성원의 의사와 전문성을 반영해, 서울대인이 서울대학교 설치령을 대체해 가지고자 했던 독립 서울대학교법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령'을 계속 발전시켜, 서울대학교가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세계 초일류대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