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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호 2004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기계항공공학부 金潤榮교수

`우면산의 비밀'로 MBC창작동화 大賞 '자녀들과 약속 지킨 게 가장 기쁩니다'
 『「내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상 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46년을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못 들었고 제 자신도 문학적인 글과는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난 6월 2일 제12회 MBC창작동화대상 시상식에서 장편동화 「우면산의 비밀」로 대상을 받은 모교 기계항공공학부 金潤榮(81년 工大卒)교수. 수상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교수, 제자들의 반응은 굉장했다. 학생들은 수상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칠판과 게시판에 신문기사를 확대·전시해 함께 즐거워했고 동료 교수들은 공학도도 얼마든지 인문학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金동문은 2002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21세기 차세대 연구리더」로 뽑힌 기계공학자로 이 분야에서 명망이 높다. 과학기술부 산하 「멀티스케일 설계연구단」 단장까지 맡은 그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최적의 기계 구조 시스템. 이런 그가 동화를 쓰게 된 이유는 뭘까?  『아이들과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큰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작은애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제가 마음대로 꾸며낸 이야기를 종종 들려줬어요. 재밌다고 들은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동화로 써달라고 했고 2년 전 가족모임에서 동화를 쓰겠다고 약속을 하게된 것이죠』  「우면산의 비밀」은 전국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인공 남매가 「면역초」라는 풀을 찾으러 우면산 자락으로 들어갔다가 지하세계로 빨려 들어가 갖은 모험을 한다는 환상동화다. 金동문은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마술적 환상동화가 아닌 과학적 현실성에 근거한 동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심사위원들은 판타지가 갖추어야 할 기본 문법을 잘 지켜내면서 흥미롭게 전개한 깔끔한 작품이라며 동화로서 자격과 구조와 즐거움을 제대로 갖춘 모범작품이라고 평했다.  문학수업을 한번도 받은 적 없는 그가 처녀작으로 대상을 받은 데는 그동안의 논문작성과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모든 글쓰기가 통하는 게 있다고 봐요. 논문을 써 오면서 논리적인 글 전개 훈련이 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아내가 유아교육을 전공한 덕분에 평소 좋은 그림책과 동화를 추천받아 많이 읽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金동문은 이번에 부상으로 받은 2천만원 가운데 일부를 어린이 문학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수상은 제게 의미가 참 큽니다. 우선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는데 뿌듯함을 느꼈고, 가족의 격려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