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호 2012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무엇이든지 `最'자를 붙이기 좋아하는 습성 때문인 듯 관악산자락을 바라보면 `최'의 유혹을 다시 받는다. 1976년 초 관악캠퍼스 `최초' 졸업생인 필자는 이제 2012년 2월에 학위수여식, 곧 졸업식을 법인화 이전의 `최후' 졸업식으로 보게 될 것이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모든 학내 행사는 모조리 `최초'가 붙을 것이다. 서울대가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법인화라는 개념에 불안을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사회에 나와 있는 우리들은 그게 낯설지 않다. 어쩌면 사회가 그동안 너무나 빨리 변하는 가운데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거기에 적응하기에 쉽지 않았던 터. 그 중에서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고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고등교육에 배정되는 국가예산의 최우선 순위는 모교를 염두에 두고 집행됐고 학문연구나 수업, 학교운영 등의 기준이 곧 모교였기에 그만큼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면 이제 국가사회가 더 공평한, 더 보편적인 정책을 원하고, 거기에다가 다른 대학, 특히 외국의 대학들이 보여주는, 국가의 지원을 떠난 발전상황에 눈을 뜨면서 모교도 온실문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 수 없는 때를 맞은 것이라 하겠다.
사실 정보소통의 혁명이 도래한 이후 국회나 정부, 법원 등 국가를 지탱하는 3권이 모두 환골탈태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 속에 제4부로 대변되던 언론사들도 이른바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 바, 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학문연구만이 아니라 현실에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배양하는가를 놓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아가서는 대학이 사회의 발전을 촉진하는 아이디어의 창고가 돼야 한다는 주문도 늘고 있다. 거기에는 당연히 재정의 효과적 배분, 재정의 효율성, 새로운 창조성의 개발이 근본바탕이 되는 만큼 온실문을 열고 뛰쳐나간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이 변화의 시대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재정의 여유는 곧 학문연구에의 적극 투자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농사를 오래 지어 산성화된 토양은 농사가 시작되기 전인 겨울에 객토를 하고 땅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준다. 새로운 흙과 양분을 공급받는 서울대학교는 비법인화 단계의 최후의 졸업식으로 과거시대를 마감하고, 새 봄을 맞아 법인화 이후 최초의 입학식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인재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싱싱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길로 힘껏 달려가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