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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호 2004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서울시 버스개편의 허와 실

 7월 1일. 서울시의 전격적인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실시됐다. 그날부터 1천만 수도권 시민들이 한동안 불편해진 버스와 지하철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서울시 공무원은 물론이고 서울시를 맡고 있는 기자들까지도 한바탕 치열한 전투를 치러낸 듯한 느낌이다.  교통체계 개편 전날까지만 해도 서울시와 시민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버스도 새 단장을 했고 버스 표지판도 예쁘게 바뀌었다. 출퇴근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더 편안하게 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요금과 지하철요금이 한꺼번에 오른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지만 버스가 획기적으로 편해진다니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었을 때는 그게 아니었다. 평소 타고 다니던 버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고 한번에 가던 길은 두 번, 세 번을 갈아타야 했다. 출근을 하기 위해 어느 버스를 타야할 지 몰라 당황했고 예전에 타던 버스는 중앙차로제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더 걸려 지각이 속출했다.  새로 바뀐 교통카드는 요금이 결제되지 않았고 심지어 엉뚱한 요금이 찍히기도 했다. 개편 첫날부터 서울시와 李明博시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서울시 교통국 공무원들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장 비상대책반이 꾸려졌고 연일 밤샘이 되풀이됐다. 표지판을 새로 달고 중앙차로제를 개선하고 교통카드 요금을 환불하는 소동을 벌이면서 차츰 시스템이 안정되고 있었지만 불만을 넘어 분노로 치달은 시민들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서울시로서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실로 엄청난 시련이었다. 교통체계 개편의 잘잘못을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반목과 갈등이 생겨났다. 행정을 모르는 외부 전문가가 저지른 일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시장이 취임 2주년에 맞추기 위해 밀어 부치는 바람에 전체 서울시 공무원이 욕먹게 생겼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서울시청 내에 음해세력이 있다는 설도 떠돌았다.  참모들이 직언하지 못하고 아첨에 급급했다는 말도 나왔고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시장이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러다가 서울시청 공무원 조직 전체가 와해되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도 들었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비난 일색이었고 버스기사는 버스기사대로, 교통경찰은 교통경찰대로 불만이었다. 그야말로 서울시는 「사면초가」였다.  급기야 시장이 대시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지하철 정기권을 발행했지만 이제는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지하철이 불만을 토로했다. 李明博시장은 『교통대란은 시민 탓』이라는 발언으로 꺼져 가는 불씨에 또 한번 기름을 부었다.  아예 교통체계 개편을 전면 백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당장 불편한 것만 놓고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의 성패를 논할 수는 없다.  신문사 내에서는 『개혁에는 불편이 따르는 법』이라며 『당장 불편하다고 시장더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고는 할 수 없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책의 잘못은 가릴지언정 당장 편하자고 복지부동을 종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언론계에서도 교통개편에 따른 시민의 불편을 대서특필하기는 했지만 개편의 방향을 문제삼는 곳은 없었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은 李明博시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2년 가까이 준비한 일이며 30여 년 동안 유지돼온 서울의 시내버스 체계는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버스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었으며 시기를 놓친다면 더 큰 시련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물론 수요예측을 소홀히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시민들이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지면 두말 않고 두 번 씩 갈아타 줄 것이라는 안이한 기대도 없지 않았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시작하는 「깜짝쇼」를 통해 박수를 한 몸에 받으려는 욕심도 있었다. 이는 모두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가는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목적지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길로 가자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목적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보다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의 불편은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다만 목적지까지 시민들을 이끌고 가는 목민관의 태도에 다소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