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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호 2004년 1월] 기고 에세이

새내기 기자의 종횡무진 취재기

"자명종 소리보다 선배 전화소리에 눈이 확 떠지고"

張允美(03년 人文大卒)
CBS 사회부 기자


새벽 3시. 남들은 자고 있을 이 시간에 내 하루는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경찰서로 직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서, 영안실 등을 돌면서 밤사이 사건, 사고, 화재 등을 정신없이 챙기다 보면 새벽 6시. CBS 아침 뉴스인 「뉴스레이다」에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처리해서 선배에게 보고하고 한 숨 돌리고 나면 어느새 날이 밝아 있다. 기자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이제 5개월. 인간 이하 생활을 한다고 해서 修習이 아닌 獸習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 수습기자 꼬리표를 막 뗀 나는 새내기 기자이다.
 5개월 동안 경찰서 12곳을 돌고, 처음 몇 개월은 아예 경찰서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하다보니 이전의 내 생활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들도 주로 경찰들과 폭력범, 사기범, 무전 취식자들이 됐다. 사람들 만나서 질문하는 게 직업이 되다 보니 억울한 사정을 기자에게 말하려는 사람들과 기자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 기사가 될 수 있는 사실들을 추려내는 요령도 생겼다.  하루는 형사가 전화로 고위공무원이 경찰서 내사 운운하며 조사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줬다. 경찰서로 가보니 담당 형사는 밤새도록 애를 먹고 있었고 다른 형사들까지 그 피의자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피의자에 대해 말해주길 꺼려했다. 전화를 해 준 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건 기록부에는 술 취한 회사원이 저지른 단순 폭행으로 처리가 돼있었다. 기록부에 적힌 피의자와 피해자 집까지 찾아가고, 형사들을 구슬리며 알아보니, 폭력 혐의로 잡혀온 고위공무원이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을 때리고 자신을 조사하면 큰 코 다칠 줄 알라고 협박을 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우리 방송에 나간 뒤 여러 신문에 보도됐다. 다음 날 경찰서 기록부에는 회사원으로 되어 있던 피의자 신분이 공무원으로 고쳐져 있었다.  지나치기 쉬운 사건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낼 때도 있다. 어느 날 병원 영안실에 갔는데 들어온 사체의 사인이 추락사로 적혀 있었다. 사실 경찰서와 병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사건은 종종 있다. 그런데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60대 노인이 길 옆으로 떨어져서 죽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의문점이 생겼다. 어떻게 길에서 떨어지는 것이 가능할까. 알아보니 재개발을 앞 둔 산동네에서 길 바로 옆이 낭떠러지인데도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서 생긴 사고였다. 이 사실을 안 뒤 그 동네로 가서 동네주민들을 만났는데 성토가 이어졌다. 6개월 사이에 그 곳에서 떨어져 다친 사람이 5명이나 된다는 얘기는 직접 가서 얻은 성과였다. 유가족들과 예전에 사고를 당했다는 사람들에게서 직접 얘기를 듣고 구청 직원을 만나 안전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 사건은 기사처리 됐다. 이후 그 동네에는 안전시설이 세워졌다. 기자 양반이 꼭 좀 고쳐달라며 내 손을 잡고 부탁했던 동네 할머니 생각이 나 뿌듯했다.  하루하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비상사태가 발생했다하면 사건 장소로 택시를 돌려 세우는 일도 허다한 생활 속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범인은 현장에 다시 온다는 말만 믿고 살인사건 현장에 새벽에 나가 있던 일도 그 중 하나다. 강남 노부부 살인사건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제선 밖에서 집안을 들여다보고 초인종을 눌러도 봤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낮에 처참했던 사건현장을 본 뒤라 오싹한 기분도 들었다. 현장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 붙잡고 사건 당일 특이한 점이 없었냐고 물어도 성과는 없고 무섭다고 소리지르며 도망가는 여고생들만 있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없는 길목에 혼자 남아 계속 기다리던 일이 힘들었지만 지나보니 다 추억이 됐다. 이 살인사건은 아직 경찰들에게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부검 현장에 따라가 시체 부검하는 것을 보고, 헬리콥터를 타고 수해현장을 돌아다니는 것은 기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겪지 못할 경험들일 것이다. 물론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사건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는 형사와 싸울 때도 있고, 가족이 죽은 슬픔에 몸도 가누지 못하는 유가족에게 꼬치꼬치 뭔가를 캐물을 때는 심적 부담도 느낀다. 술 취한 피의자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취재해 작성한 기사가 보도되고 그 기사로 인해 조금씩 문제점이 개선되는 것을 보면 기자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고, 자명종 소리에는 일어나지 못해도 선배가 건 전화소리에는 눈이 확 떠지는 신참내기이지만 나중에는 우리 회사와 사회에 꼭 필요한 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