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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호 2004년 8월] 기고 감상평

교육은 나눠먹기가 아닐진대…

 이런 원고를 써야 하나 마나 많이 망설였다. 첫째는 어차피 결론이 뻔할 동문 칼럼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행여 졸업생으로서 필자도 한 몫 거든 것은 아닌가하는 제 발 저림 때문이고, 셋째는 어쩌면 이건 논의할 거리조차 되지 않는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과연 그럴까? 서울대는 이제 간판 하나로 모든 분야를 독식하는 소수 권력집단의 생산소일 뿐인가? 그래서 서울대를 없애면 죽은 공교육이 살아나고, 대학서열화가 사라지고, 정녕 학벌 없는 사회가 될 것인가?  올해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갔다. 자녀를 대학에 들여보낸 부모들은 알 것이다. 이 땅에서 수험생 엄마가 된다는 게 얼마나 가슴 조마조마하고 분통터지는 일인지. 한 해가 멀다하고 바뀌는 입시정책.
그걸 다 알아서 어디 쓰라는 것인지 난해하기 짝이 없는 교육과정. 제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없어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나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인 학교.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천지개벽을 하는데, 평준화의 덫에 걸린 우리 교육 현실은 어쩌면 그렇게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 매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공부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공부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대로 즐겁게 학교를 다니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게 이 땅에서는 그렇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인가?  교육은 나눠먹기가 아니다. 내 자녀가 공부 못하는 것은 남의 자녀가 잘해서가 아니다. 누군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쁜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남이 잘 살아서 내가 못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똑똑한 사람이 만들어낸 부는 결국 자신의 능력을 배려해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요즘이 어디 그리 만만한 세상인가. 실력도 없는데 고등학교 때 잠깐 공부 잘해 들어간 대학 졸업장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세상인가 말이다. 모든 나라들이 국가 인재 양성만이 살길이라며 세계 초일류 대학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데, 왜 우리만 유독 「미국의 작은 주립대보다도 턱없이 낮은 예산과 무능한 관료주의의 간섭 속에서도 그나마 세계 최고 대학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서울대를 없애려 하는가. 그래서 죽은 공교육이 살아나고 대학서열화가 사라지고 정녕 학벌 없는 사회가 된다면, 내년에 다시 고3 엄마가 되어야 하는 필자는 춤을 추며 기꺼이 대학 졸업장을 반납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