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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호 2012년 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丁 憙 源 모교 병원장





 - 임기 중반을 넘으셨는데 어떠세요.

 “병원 경영이 기업과 달라서 신경 쓸 일이 많네요. 특히 다양한 직종, 연령층의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일이 어려워요. 병원에 여성 사원도 많다보니 존중, 배려 이런 `감성 경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감성 경영이라 함은 뭘까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죠. 수시로 직원들과 대화하려고 합니다. 직원들은 애로사항이나 좋은 제안 등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해요. 찾아가서 이야기 할 때도 있고 제 방으로 직접 초청해 차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죠. 직원들에게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 인터넷으로도 소통하고요. 편지가 많이 옵니다.”

 -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종이 제일 많은 곳이 병원이라고 하더라고요.

 “크게는 12개 직종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2백여 개가 넘는다고 하죠. 다들 프라이드가 강해요. 다루는 환자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있죠.(웃음)”

 - 뭐든 다 힘들지만 병원경영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장 힘든 것은 무한경쟁 속에서 1등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죠. 일반 국민들은 서울대병원은 정부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국고 지원의 규모가 전체 예산의 10%나 될까…. 병원에서 큰 사업을 펼칠 때 국고보조는 5%가 안 돼요. 그러면서 기대하는 것은 크죠.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소외계층을 더 도와주라는데 재정여건상 어려운 점이 많죠. 어린이병원 운영에만 매년 1백억원 정도 적자가 나요. 보람된 일이긴 한데, 누적적자를 만들 수도 없고 고민이 큽니다. 현재 누적적자가 1천8백억원이에요. 국가에서 30∼40%라도 지원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 서울대병원이 독립법인인가요.

 “1978년에 법인화됐죠.”

 - 서울대 법인화하고는 큰 연관이 없는 거죠.

 “서로 협조하고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부분은 생기겠지만 병원은 원래 독립법인이었어요. 병원이 의과대 부속병원으로 있었다면 국내 `빅 10' 병원에도 못 들어갔을 거예요. 법인화가 돼서 이만큼 성장했죠”

 - 서울대 법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어떻게 보세요.

 “희망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병원이 30년 전에 그런 과정을 다 겪었죠. 그때만 해도 국가 보조가 30∼50% 될 때인데, 법인화한다고 하니까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았습니다. 병원 적자내면 책임질거냐고 하면서요.”

 - 지금 서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그런 두려움이 있잖아요. 서울대병원은 어떻게 법인화가 이뤄졌나요.

 “陸英修여사가 사망할 당시 朴正熙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 오셔서 실망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환경이 너무 열악했죠. 朴대통령이 서울대병원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좋은 병원으로 만들자는 큰 그림을 제시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겠냐고 해서 당시 경영진들이 특수법인으로 가면 좋겠다고 건의했죠. 그게 받아들여져서 1978년 완공과 동시에 특수법인이 됐죠.”

 - 최근 서울대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UAE 아부다비에서 보낸 환자를 치료한 뉴스가 화제를 모았죠. 요즘엔 K-POP(한국 대중가요)한류에 이어 의료한류도 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의료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아직 인력이나 의술이 덜 발달돼 있어 희귀환자나 중환자를 외국에 보내고 있어요. UAE의 경우 매년 해외 진료에 2조원 이상을 지출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성대질환 청년이 왔는데 많이 좋아졌어요. 중동 사회가 입소문이 빨리 나는 곳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앞으로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우리 병원은 글로벌 의료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8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LA사무소를 개설하기도 했죠. 미국의 환자와 병원을 연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중국 연길시중의병원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신축 건강검진센터 설립과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고요.”

 - 우리가 단기간에 의료선진국이 된 배경은 뭘까요.

 “의료 인력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나가서 발표를 하다 보니 우리 치료 성적이 선진국 수준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몇몇 분야는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죠. 그러는 과정에서 교수님들이 세계적인 의료관련 학회에서 요직을 맡고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회의도 개최하면서 의료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고 봅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바이오와 메디컬 산업을 많이 지원하고 우리 역시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에서 많은 진료활동을 펼쳤고요. 이 지역 환자들이 주로 싱가포르, 태국의 병원을 많이 갔는데 한국이 더 좋다는 겁니다. 가격 저렴하고 기술 뛰어나고 기자재도 최첨단이니까 깜짝 놀라는 거죠. 아부다비 보건청 공무원들이 한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을 비교해 보고 우리나라를 최종 선택한 밑바탕이죠.”

 - 요즘 의료계의 연구이슈는 뭔가요.

 “아무래도 암 치료 연구가 활발하고 이어서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분야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노년층의 증가로 예방의학, 재활의학 등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지난 3월 암병원을 개원했는데 서울대 암병원만의 강점이라면.

 “입원 중심치료가 아닌 외래중심의 `원스톱 토탈케어'를 지향합니다. 환자나 가족들이 가장 불편해 했던 점이 암 진단 과정이 길고, 진단 후에도 오랫동안 입원해야 하는 부분이었죠. 우리 암병원은 당일 검사, 당일 판독, 진료 각과의 협진 등 통합 진료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내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암병원 개원과 동시에 본원에 수술장도 4개로 늘렸어요. 암병원 내부에서 창경궁도 내다보여 환자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줄거라 믿습니다.”

 - 한미FTA 체결로 의료업계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의사·간호사의 인력 유출을 걱정하는 분들이 계신데, 현재 미국의 의료 인력은 포화상태인 것으로 조사됩니다. 또 미국 의료진의 높지 않은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의료인력이 대량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영리병원의 진출에 대해서도 큰 걱정은 안 합니다. 우리나라 병원의 의료수준 대비 가격경쟁력이 충분하고 세계 유수의 외국계병원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가능성도 많지 않아 보이고요.”

 - 끝으로 의사에게 건강법을 안 물어 볼 수 없죠.(웃음)

 “의지, 환경, 유전자 등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죠. 쉴 때는 푹 쉬고요. 저는 등산이나 골프를 하거나 혼자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합니다. 복잡한 생각을 모두 떨치고 여기저기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재충전하는 거죠.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열정이 생깁니다.”

〈사진·정리 = 金南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