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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호 2012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오 늘



 `바쿠스의 노래'

 청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허나 순식간에 지나간다. / 즐길 수 있는 자 서둘러 즐겨라. / 확실한 내일은 없으니까.

 로렌초 일 마니피코, `위대한 자 로렌초'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피렌체의 통치자 로렌초 데 메디치가 시집을 세 권이나 낸 시인이었다는 걸 아는 분 많지 않으리라. 그가 만년에 쓴 `바쿠스의 노래'라는 시 중 여러 연 가운데 한 연이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등 동시대 천재 예술가들을 후원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한 탁월한 예술적 안목을 지닌, 또 세상의 모든 지혜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돈을 아낌없이 사용한 `위대한 자'가 왜 이런 주제의 시를 썼을까? 당대에 “모든 위대한 것의 현신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찬사를 들은 `모든 것을 가진 자' 로렌초가 松江 鄭 澈의 `將進酒辭'를 떠올리게 하는 이 시를 지은 철학적 사고가 참 궁금하다.

 얼마 전 회사에서 어렵게 휴가를 얻어 시오노 나나미가 `은빛 도시'로 명명한, 또 부르크하르트가 `지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도시'로 표현한 피렌체를 다녀왔다. 파리주재 특파원 출신으로 유럽의 도시들을 꽤 아는 축에 든다고 자부하는 본인으로서는 피렌체가 첫 방문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미술에 대한 관심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이번 여행이 비로소 피렌체의 진짜 얼굴을 본 제대로 된 여행 아니었나 싶다. 그 여정 중에 읽게 된 로렌초의 시 한 수, 그것이 내 현재의 삶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문하는, 내 내면세계를 스스로 흔드는 계기가 됐다.

 `노랫가락 차차차'라는 노래가 있다. 제목까지는 모르시더라도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화무는 삼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를 아마 모르시는 분 없으시리라. 鄭 澈이 `장진주사'에서 `이 몸이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매어져서 가거나, 호화로운 상여에 만인이 울면서 따라 가거나 매양 같고, 그때는 누가 술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뒤늦게 후회한들 소용없다'고 읊은 심경이 `노랫가락 차차차'나 로렌초의 `바쿠스의 노래'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는 느끼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올바르게 사는 것인가 하는 화두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인생무상, 일장춘몽이어서 허허로운 마음으로 나그네가 길을 가듯 이번 생을 관조하듯 살다가 공수래 공수거로 현세를 떠날 것인지, 어차피 한 번 사는 생을 역발산 기개세의 웅지로 치열하게 살 것인지….

 흔히 젊어 즐거움에 탐익하면 노년을 불행히 지내게 된다며 `노세 노세' 철학을 경계하라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노세 노세'에 대한 생각도 바뀌는 듯하다. 요새는 이렇게 얘기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열심히 일만 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 당한다는, 요즘 세상이 원하는 인간형이 `일벌레'가 아닌 `창조적 사고 가능 자'라는 점을 일깨우는 비유이다.

 횡설수설이 길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내 화두 풀이는 계속 중이지만…. 결론 아닌 미완성의 결론은 이렇다. “생의 의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삶은 소중하다. 오늘, 아니 바로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일이 오늘이 되므로 오늘을 잘 사는 것이 내일을 잘 사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을 잘 살자. 오늘을 이번 생의 마지막 날처럼 후회 없이 살자. 치열하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하면서 한편으로 즐기기도 하면서….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