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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2011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병리학교실 朴 聖 會교수




 최근 세계 의학계의 화두는 異種장기이식이다. 이종장기이식은 세포나 조직 및 기관을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식하는 것으로, 인간의 장기만으로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동물의 장기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새로운 의료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종장기이식이 실제 환자들의 치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해야 한다. 통상 장기이식에는 면역거부반응이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투약하는 면역억제제는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더욱이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라면 더 강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은 자명한 일. 결국 이종장기이식 기술은 부작용을 어떻게, 얼마만큼 줄이느냐의 싸움이다.

 그런데 이 난해한 문제가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팀에 의해 풀렸다. 모교 의대 병리학교실 朴聖會(의학67 - 75)교수 연구팀이 6년여의 연구 끝에 면역거부반응 없이 돼지 췌도(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1월 16일 모교 연건캠퍼스 기초연구동에서 만난 朴교수는 “이식과 함께 새로 개발한 면역조절항체(MD -3)를 투여한 결과 거부반응 없이 8개월째 당뇨 원숭이의 혈당이 자동적으로 조절되고 있으며, 이식 4개월 이후부터는 면역억제제 등 모든 약제 투입을 중단했음에도 원숭이의 혈당이 정상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의학계가 놀란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장기이식은 물론 당뇨병 치료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히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어요. 뭔가를 계획하며 살기보다는 일단 동기 부여가 돼서 발동이 걸리면 끝도 모르고 달려가는 타입이죠. 살면서 만나는 우연들이 삶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했지만, 그 작은 점 같은 우연들에 흥미가 생기면 툭하니 껌처럼 달라붙어 뭔가를 뽑아내곤 했죠.”

 이런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건(?) 하나. 미동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이 주신 선인장이 너무 좋아 그는 선인장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어느 눈 오는 겨울, 당시 서울대 농대 식물원을 찾아가 수위아저씨에게 눈을 몽땅 치워줄테니 선인장을 몇 개만 달라고 했다. 식물원이 어찌나 넓은지 하루종일 쓸어도 반을 다 못 치웠지만 “뿌리는 뽑지 말고 새끼 선인장 몇 개를 떼어가도 좋다”는 수위아저씨의 말에 그는 손에 가시가 박히는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선인장을 채취했다고 한다. 이렇게 몇 년간 모은 선인장이 무려 87종. 그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선인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자부했다.



 한 번 빠지면 올인하는 그의 성격은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책 판매원이 팔다 남은 책을 전해 받아 독학으로 면역학을 독파하는가 하면,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는 길에는 자신의 옷가지를 모두 버리고 가방 한 가득 의료용 실험기자재와 시약을 넣었다.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외웠는데 막상 실험을 해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논문이 발표되자 그는 단숨에 세계 의학계에서 가장 Hot한 연구자가 됐다. 특히 돼지 췌도 이식 성공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과도 같은 소식이라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세계이종이식학회 에마누엘레 코지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유럽연합, 미국과 함께 세계 이종이식 분야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동물 대상 실험이 완료되는 2013년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숭이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사람의 몸에서는 알 수 없는 일. 만약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가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부작용이 심하면 당연히 연구를 접어야죠. 그런데 부작용의 정도가 경미하고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면 단백질의 구조를 바꿔서라도 반드시 극복할 겁니다. 과학자로서 100%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부작용은 없을 겁니다. 원숭이에게 주입한 항체는 원래 사람의 세포에서 만든 것인데 원숭이 몸에서 부작용 없이 일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몸에서도 잘 기능하리라 생각합니다.”

〈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