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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2011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소수의 목소리라 더 소중한 SNS




 `꼰대' 딱지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눈알이 핑핑 돌게 변화무쌍하다. 스마트폰에 깨알같은 글씨를 읽고, e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힘에 겨운데 트위터, 페이스북에 쏟아지는 `여론'까지 읽자니 기진맥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뒤집어엎었다는 팟캐스트 `나꼼수'를 2시간, 3시간씩 듣는 데는 진이 빠진다. 어디 그뿐인가? 개그프로도 가끔은 봐둬야 밥을 혼자 먹는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얼마 전 어느 대기업의 CEO와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는 기성 언론이 이들의 목소리를 너무 크게 다뤄 키워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 분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트위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사실 지극히 소수다. 트위터 망의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다. 이들이 마음에 드는 콘텐츠만 골라 리트윗(중계)한다. 대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다. 보수 인사들도 몇 사람 있지만 자기만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소수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젊은 층은 점점 종이매체를 기피한다. 자극적인 단문으로 날리는 트위터에서 정보를 얻고, 그것을 더 믿어버린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실의 왜곡이 일어나더라도 그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고통을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이 사회에 있는지 없는지 그림자 같은 존재가 돼 버린 소수자들의 외침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言路가 막히면 스스로 새로운 길을 뚫을 수밖에 없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소수의 목소리를 전하기에 더욱 소중하다. 일종의 `디지털 申聞鼓'인 셈이다.

 얼마 전 대학별 졸업생의 취업률이 보도된 적이 있다. 졸업자가 3천명 이상인 대학 가운데 서울대는 취업률이 59.8%로 8위를 기록했다. 물론 이 수치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다. 대학원을 가고, 유학을 가는 숫자까지 생각하면 다른 대학들의 사정이 서울대보다 더 나을 게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사회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청년실업률 7%라는 것도 몸으로 느끼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전 세계에 퍼진 것을 보면 그것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고통을 호소하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월가의 탐욕이 자본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한다. 서울대 동문들이 귀를 활짝 열어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