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17호 2004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국가 장래 지키기


서울대 죽이기에 대한 경계론이 제기되면서 동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런 주창자를 그냥 놔둬선 안된다』는 흥분 - 개탄파도 있고 『실체도 분명치 않은데 과민대응이 아니냐』는 신중론이 나오는가하면 지구상에 전례가 없는 일로 결코 성사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종합해보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안이한 생각과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과연 그래도 괜찮은가. 실제 서울대 무용론이나 서울대 망국론이 고개를 든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교육관계 세미나 등이 열릴 때마다 서울대는 학벌의 본산으로, 중·고등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입시위주교육의 원인 제공자로, 때로는 공평한 대학발전을 막는 걸림돌로 간단없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 이런 주장들은 우리 나라 교육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를 소위 잘나가는 서울대 탓으로 억지로 돌리거나 잘못된 현실진단이 대부분이어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서울대 폐지론까지 들먹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진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기득권층에 대한 공격이나 과거사 바로 잡기가 지상과제나 시대정신인양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편승해서 서울대의 공과론을 들먹이는 현상이 부쩍 늘어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교육혁신위의 국립대 공동학위제 논의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오죽했으면 대학총장이 맞서 싸우겠다고 나서겠는가. 물론 아직은 그들이 세력화되지는 못했고 여론의 지지도 끌어내기가 수월치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오늘의 묘한 사회 분위기를 타고 언제 세를 얻어 수면 위에 마각을 들어낼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현재는 부인하고 있지만 현 집권층이 그들의 코드에 부합한다고 판단, 서울대 끌어내리기에 가세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봐도 안이하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단순한 모교 사랑이나 집단이기주의로 서울대를 지키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오늘날의 지식사회에서 대학의 질을 높이는 일은 바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고 소수의 탁월한 인재들이 국민전체를 먹여 살릴 부를 창출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누구나 실감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양적 팽창만을 능사로 여겨온 전체 대학은 물론이고 현 서울대 수준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논리에도 닿지 않는 폐해론을 들어 한껏 키워줘도 모자랄 서울대를 폐지하거나 대학평준의 키에 맞춰 끌어내리려는 것은 국가 장래를 망치는 길임이 분명하다. 모든 서울대인들은 국가 발전과 번영을 담보한다는 의미에서도 떳떳하게 서울대 지키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