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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2011년 11월] 기고 감상평

홈커밍데이에 다녀와서…



 2011년 홈커밍데이 겸 서울대 가족 친목대회 날이었던 10월 16일 아침, 시작은 불길했다. 서울시내 전역에서 비가 주룩주룩. 집행부는 행사 취소도 염두에 뒀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늘은 역시 서울대 편이었다. 오전 9시 50분 거짓말처럼 비가 갰다. 당연히 화창한 가을 날씨 그 자체. 아침 비는 청량한 가을을 위한 전주곡이었던 셈.

 1부 행사가 공식 시작된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대운동장에 도착, 접수 완료. 등산과 택일하도록 돼 있는 메뉴 중 교내 탐방을 하기로. 먼저 당도한 곳은 MoA(미술관 : 관장 鄭馨民). 年前에 한 번 와 봤다. 제3전시실. `디자인 느와르 : 미술관을 위한 일곱 가지 픽션(10월 6∼30일)'이 열리고 있다. 보통사람들로선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하지만 관람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몽환적인 작품들을 완상한다. 어린이들은 커튼 작품 사이를 즐겁게 돌아다니면서 비디오를 시청하고.

 다음 코너는 영국문화원과 공동으로 열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 네 개의 판화 포트폴리오 1961∼1977'전. 도슨트(docent) 이지형(인문계열10입)양의 설명에 따라 한 작품 한 작품 짚어간다. 지형 양, 첨엔 미대 대학원 재학생쯤으로 봤는데, 이제 겨우 sophomore이라니! 단아한 용모만큼이나 깔끔한 설명이 귀에 쏙쏙. 앞으로도 가끔 와 봐야겠다 생각함. 참고로 10월 23일∼1월30일 `주세페 베르디 헌정 전시회'가 열리고 있음. 개막식 공연(10월 21일)을 필두로, 오페라 `La Traviata', `Ernani'(10월 29일), 오페라 `Un ballo in Maschera', `Rigoletto'(11월 5일), 오페라 `Falstaff', `Il Trovatore'(11월 19일), 폐막 공연(11월 26일)도 있으니 관심 있는 동문 관람 요망.

 미술관 나와서 박물관으로. 근데 가이드 맵 공지와 달리 문 닫혀 있음.

 다음 奎章閣으로. 규장각이 뭔가! 賢君 正祖가 즉위 원년인 1776년 궐내에 설치한 국립중앙도서관 아닌가. 그런데 관람 포기. 도슨트가 없단다.


 낮 12시 30분, 훠이훠이 걸어올라 드디어 버들골 마당 도착. 참가 동문들은 막걸리 곁들인 맛깔스런 점심으로 왁자지껄, 무대 위에선 현란한 비보이식 춤사위, 판소리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이어지고. 간간이 삽입된 경품 추첨으로 一喜一悲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문들의 모습도 가지가지. 유치원생 및 초등생 데리고 온 젊은 동문은 공터에서 아이들과 비행접시 날리기와 팥주머니 던지기에 여념 없고, 저쪽 한 켠에선 노부부가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나도 저 분들처럼 곱게 늙어가야 할 터인데.

 오후 4시. 林光洙회장이 기증한 승용차 추첨으로 행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 하나. 老童男女할 것 없이 자신이 만든 잔해를 바리바리 싸서 저쪽 쓰레기 하적장으로 옮기는 모습. 그 중에서도 50학번은 좋이 될 어르신 동문은 거의 쓰레기 운송업자 수준의 어마어마한 분량을 운송하느라 비지땀. 그것이야말로 서울大人의 진면목 아닌가! - 尹在錫(화학교육71 - 75)CBS 해설위원·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