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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 2011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울대기술지주회사 洪 國 善대표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08년 한양대가 포문을 연 이래 모교 등 14개 학교가 설립, 운영 중에 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성장동력 부재로 허덕이는 대학과 산업계의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연구성과와 기술을 상용화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모델이다. 중국 칭화대, 이스라엘 히브리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막대한 수익과 함께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은 이들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서울대기술지주회사는 지난 2008년 11월 국내 대학 중 두 번째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립인가를 받았다. 현물 39억4천만원, 현금 30억원 등 총 69억4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해 그동안 7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최고의 산학협력 전문가로 통하는 모교 재료공학부 洪國善(재료공학76 - 80)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 3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관악캠퍼스 연구공원에서 만난 洪대표는 “산학협력과 관련된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아직 어려움이 많지만 서울대 교수진과 학생들의 잠재력이 우수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모교는 현재 약 3천5백건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기술 이전으로 87억원을 벌었다. 각 단과대학(원)에 교수진만 1천9백명에 이르고 연구실의 석·박사급 연구인력도 수천명이 넘는다. 이들이 매년 내놓는 특허기술만 8백∼9백개. 국내외 뛰어난 인재를 동문으로 보유한 것도 서울대기술지주회사만의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洪대표는 2017년까지 50여 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시가총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존의 7개 자회사 중 사업추진이 미비한 4개 회사는 정리하고, 엔피커(스마트폰 소프트웨어), STH이솔루션(구강위생제품), 아이링크스(특허정보분석)는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발전기금과 연계한 합작 자회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 6월 파리바게뜨 등을 보유한 SPC그룹과 합작해 SNS데어리(유가공사업)를 설립하기로 계약했으며, 최근에는 마니커로 유명한 이지바이오와도 ESC란 회사를 만들어 가금가공품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그밖에 오뗄과 합작해 육가공업체인 SNS푸드, 담터와 차 등의 농산물가공사업회사인 DS푸드도 11월 안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들 외 계약이 추진 중인 회사만 해도 10여 개가 넘는다. 그 중에는 미국의 SAS Institute와 같은 통계회사, 무균돼지 판매 회사, 탄소거래 인증회사인 VCS-KOREA 등도 있다.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지만 洪대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교수, 학생의 기술로 창업하는 자회사다. 지주회사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을 계획 중인 교수나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 사업하는 게 진척도 빠르고 수익 면에서도 낫다고 판단, 자회사로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수 스스로 개척해 성공한 SNU프리시전, 마크로젠 등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기술을 가진 교수님이나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해요. 우리를 필요로 해야 되고요. 지금은 마케팅, 펀딩 면에서 그들을 끌어들이기에 부족한 면이 있어요. 제가 17년간 산학협력 분야에서 일해 왔으니까 지경부나 교과부와 관련된 창업지원 업무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도와줄 수 있죠. 이런 부분부터 신뢰를 쌓아가면서 분야별로 전문성도 키워야죠. 다른 자회사를 통해 여력이 생기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洪대표는 1993년 모교에 부임했을 때부터 산학협력에 관심을 가졌다. 1997년에는 대학산업기술지원단을 설립하고 2003년에는 모교 산학협력재단 단장에 취임했다. 그가 산학협력에 매진한 계기는 뭘까. 洪대표는 “아버지가 모교 의대에 계시면서 洪思豊선생님과 `고려인삼' 회사를 만드신 분”이라며 아버지의 영향력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아버지는 큰 돈은 못 버셨지만 당시 벤처를 하신 거죠. 공대에 들어와 곰곰이 앞날을 생각해보니 노벨상을 탈 실력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할까 고민하다 `쓸모있는 연구를 하자'고 다짐했죠.”

 산학협력에 열을 올리며 직접 회사도 차려봤다. 교육 사업을 비롯해 인공뼈도 만들어 팔았다. 선배 교수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IMF가 지나고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이 일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그가 받은 상만 8개. 듀폰과학기술상, 서울대 훌륭한 공대교수상을 비롯해 `서울대의 자부심'이란 상도 받았다.

 “서울대 교수사회가 보수적이라 학문 외의 길을 가는 교수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아요. 이런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학문적으로도 무척 노력했어요. SCI저널 논문만 2백84건을 썼고 국내외 특허 등록만 67건이에요. `공부도 잘하면서 잘 노는 학생' 같은 교수가 된 거죠.”

 하지만 아직도 산학협력 문화가 완벽하게 조성되지 않았다. 돈과 관련된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 산학협력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창의와 도전을 키우는 기업가정신 교육과 벤처창업 교육이 학부시절에 이뤄져야 한다.

 洪대표는 “궁극적으로 산학협력의 목표는 연구선순환 체계의 정착”이라며 “산학협력 전문가를 더 많이 양성해 연구자는 다른데 신경쓰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진국에서 30∼40년에 이룬 성과를 10년 안에 이루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며 “지금은 산학협력의 초기단계로 성과보다는 재원, 인력, 공간 등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洪대표는 모교 졸업 후 美알프레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국 WCU대학협의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공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2009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웅비장)도 수훈했다. 서울 아산병원 소화기내과 洪元善(의학71 - 77)교수가 형이며 두 자녀가 모두 모교에서 공부 중이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