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03호 2011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방위사업청 吳 泰 植사업관리본부장




 지난 8월 12일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기용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吳泰植(기계공학75 - 79)동문.

 방위사업청이 2006년 개청한 이래 현역 육군 소장이 줄곧 자리를 맡아왔던 핵심직위인 만큼 외부 민간 전문가를 임명한 이번 인사가 다소 파격적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대해 “민간의 사업관리기법을 방산 분야에 접목하고, 무결점 무기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업무를 파악하고 국정감사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하느라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취임 소감 및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그동안 제가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반가움에 앞서 두려움과 부담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던 탓일까.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吳동문은 이렇게 답했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방위력 개선사업을 관리하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자리라 책임감은 더욱 컸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20여년 간 방산업체에 근무하면서 느끼고 배운 경영 노하우와 공공기관에서 쌓은 행정경험을 접목해 무기 도입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단호한 말 속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모교 졸업 후 KAIST에서 항공공학 석사, 美버지니아 공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吳동문은 삼성항공산업을 거쳐 한국항공우주산업 전략사업임원,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기술사업화센터장,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공공연구기관의 R&D 수행과 민간기업의 사업기획 및 기술사업화 등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삼성항공산업 근무시절에는 2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T-50 개발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T-50은 우리나라 공군의 노후화된 고등훈련기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항공기로, 고등비행훈련과 전술입문훈련 그리고 경전투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그는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이전된 F-16 개발기술을 활용해 한국형 훈련기를 개발했는데, 해외수출을 전제로 록히드마틴사가 자체투자를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이때 공로를 인정받아 삼성그룹에서 4회에 걸친 포상을 받았고, 1997년 항공우주학회 기술상을 비롯해 1998년에는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0년에는 통합시험인증법인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해 1백조원 규모의 세계 시험인증시장 공략을 위해 다국적 시험인증기관인 MTS와 업무협력 및 해외진출 공동투자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혁신을 이뤄냈다. 그가 방위사업청 최초의 민간인 사업관리본부장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방위사업청에서 그가 하는 일은 지휘정찰·기동화력·함정·항공기·유도무기사업들에 대한 집행계획 및 사업추진, 위험요소 식별 및 조치, 예산 및 중기계획 요구, 관련 제도 발전 및 사업관리분과위원회 운영 등이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방산산업이 갖는 중요성만큼이나 그가 해야될 일이 더욱 많겠지만 吳동문은 방위사업청이 신뢰받는 획득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방위력 개선사업의 기간 단축 및 예산절감 등 효율적 추진방안을 강구하고, 무기체계의 성능결함 문제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사업관리체계의 개선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故 朴正熙대통령 시절 자주국방을 위해 KAIST에 신설된 항공공학과에 1기로 입학하게 된 것이 이후 항공우주산업 분야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그는 이후 각종 항공기와 인공위성 개발에 참여하고, 건국대와 항공대에서 항공공학 및 시스템공학 강의를 하면서 명실 공히 국내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가 보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산업 규모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것이 현실이고, 국내에서 완제항공기나 위성 개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핵심기술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의 고도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현대 전쟁의 핵심은 공중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방력에서 항공우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방위사업청에서 추진하는 항공우주산업 관련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현재 방위력 개선사업의 약 30%정도 규모로 전투기, 헬기, 무인기 등의 항공사업과 위성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국외구매나 기술도입생산과 병행해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盡人事待天命'을 인생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그에게 요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들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심히 우려가 됩니다. 현재의 사회적 여건이 제가 대학 다닐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느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세상의 변화는 과학기술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좀더 과감히 희망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그의 계획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환원하는 것이다. 모교 출신 동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 또한 자신이 받은 도움들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환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제가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제게 부여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또 당연히 제가 해야될 일이기도 하고요.”

 거창하게 뭔가를 이뤄내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소박하지만 충직한 언어로 자신의 소신을 말하는 그에게서 왠지 모를 강한 믿음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智〉